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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심폐소생술, 환자에게는 옆에 있는 당신이 의사입니다

지난 주말 할로윈을 맞아 10만명 이상의 대규모 인파가 서울 이태원에 집중적으로 몰리게 되면서 인명피해가 대거 발생했다. 이 사고로 인해 2일 06시 기준 156명의 사망자와 157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난데없이 맞은 대형 재난에 당시 소방, 경찰 등의 전문 인력은 물론 현장에 있던 일반 시민들까지 나서 심정지 의심 환자를 구하기 위해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여기에는 전직 간호사는 물론 휴가 중이던 의사 등 의료인 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활용한 고등학생 등 사회 각계각층이 모두 포함돼 힘을 보탰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실시간으로 사망자가 생겨나갈 때 그 옆에서는 노래를 ‘떼창’하고 있었다거나, 환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목소리를 무시하고 사진만 찍던 사람들도 있었다는 등의 일관된 증언이 적지 않게 쏟아지는 것을 보면 아직 우리나라의 심정지 환자와 심폐소생술, 응급처치에 대한 인식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든다.

심폐소생술은 말 그대로 심장의 기능이 정지됐을 때 인위적으로 심장의 역할을 대신해 뇌에 혈액을 공급해주는 방식이다. 

우선 턱을 들고 고개를 젖혀 요구조자의 기도를 확보한 후, 양손을 펴고 깍지를 껴 구조자의 몸과 요구조자의 몸이 수직이 되게 한 다음 손꿈치 부분으로 요구조자의 흉골 아래 절반 지점을 분당 100~120회의 속도로 압박하면 된다. 

자동심장충격기가 준비된 경우에는 설명에 따라 환자의 몸에 패드를 부착 후 안내 음성에 따르면 되고, 인공호흡은 가슴압박 30회당 2회의 비율로 시행하지만 이 때문에 가슴압박 중단 시간이 길어져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심정지 발생 시 골든타임은 4분이라는 점이다. 이 기간 안에 심폐소생술이 실시되면 환자의 생존률이 높아진다. 반면 시간이 흐를수록 환자의 생존률이 낮아지며 만약 생존하더라도 뇌 손상의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심정지 발생 후 즉각적인 조치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학교 등 심폐소생술에 대해 의무 교육을 하는 기관은 많다. 하지만 지난 해 12월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응급처치 교육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심폐소생술을 포함한 응급처치 교육을 이수했더라도 제대로 숙지하고 있는 사람들의 비율은 10% 내외로 실효성이 낮은 편이다.

비록 3년 전이기는 하나 기자가 응급처치강사 자격을 갖추는 교육을 받을 때만 해도 동기들 대부분이 응급처치가 본인의 직업∙진로와 연관이 있어서 도전하게 됐다고 계기를 밝혔다. 그만큼 일반 국민들에게는 본인과 크게 관련이 없으면 심폐소생술 교육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저조하다. 굳이 시간을 내어 따로 배울만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응급처치 방법을 완벽하게 숙지했더라도 응급처치에 실패했거나 심폐소생술 실시로 인한 갈비뼈 골절 등으로 역으로 자기자신한테 피해가 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환자가 발생해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5조의 2에 따르면, 생명이 위급한 응급 환자에게 응급의료 또는 응급처치를 제공해 발생한 재산상 손해와 사상에 대해서는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는 경우 그 행위자는 민사상의 책임과 상해에 대한 형사책임을 지지 아니하며 사망에 대한 형사상의 책임은 감면하도록 규정돼 보호받을 수 있다.

꼭 학교, 군대, 회사 등에서 교육을 받지 않더라도 심폐소생술을 포함한 응급처치 방법에 대해 교육하는 기관은 많다.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우리가 즐겨 사용하는 유튜브에서도 많은 교육 영상을 접할 수 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이번 참사를 계기로 소중한 사람을 잃지 않으려는 많은 사람들이 최근 심폐소생술 교육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번 관심이 부디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관심과 학습 그리고 실천으로 이어져, 살릴 수 있었던 사람을 눈앞에서 떠나보내는 일이 줄어들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