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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저출산·저성장 등 거시적 관점서 보건의료 고민해 봐야

정재훈 교수 “지속가능한 재정 마련과 도덕적 해이 해결 등 필요”

저출산·저성장 시대에 보건의료는 어떻게 변해야하는지 많은 고민과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4일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가 페이스북을 통해 ‘저성장, 저출산 시대와 보건의료의 미래’을 주제로 이 같은 견해를 제언했다.

먼저 정 교수는 최근 제기되고 있는 ‘필수 의료의 위기’와 관련해 “필수의료는 개별 단위 정책의 문제처럼 여겨지지만 오히려 우리나라의 거시 사회·경제 구조와 성장의 한계의 문제가 더 밀접하게 연관돼 있음을 알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 이유는 보건의료 체계를 유지하는 ‘비용’과 인구집단이 가지는 의료에 대한 ‘접근성’, 개별 의료 서비스의 ‘질’은 동시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 교수는 ‘필수의료를 위한 재정 조달은 충분히 가능한가?’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미래 예측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될 수 밖에 없음을 강조했다.

문제는 지금 인구구조가 보건의료재정에서 황금기에 가깝다는 것에 있다. 

정 교수에 따르면 전체 인구에서 의료 수요가 큰 노인층과 영유아의 비율이 가장 적고 건강보험재정을 충당하는 근로가능인구의 비율은 가장 높은 시기가 2010~2020년대라고 할 수 있으며, 앞으로 노인 인구의 비율은 급증하는 반면, 건강보험료를 지불하는 생산인구는 급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더욱이 고령화로 인해 의료 수요 자체가 급증할 경우 현재 제공하는 서비스 접근성과 질 유지에 필요한 비용도 늘어나게 되는데, 이는 재원 구조가 악화됨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2019년 GDP에서 보건의료 지출 비중은 8.4%로 OECD 국가의 평균 비율과 0.4%p 밖에 차이나지 않는데, 이는 6년 전인 2013년만 해도 우리나라는 6.9%로 OECD 평균 8.9% 대비 2.0%p 차이가 났던 것을 고려한다면 의료비 지출이 급증했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사실상 남아있는 선택은 보건의료에 지출되는 재원을 늘리거나 유지하는 것 뿐”이라고 밝혔다.

다만, 투입 재원을 늘린다고 해서 의료서비스의 질과 접근성이 좋아지긴 어렵고, 지출 증가를 억제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서비스의 강도를 보이기 어려울 수 있어 두 선택 모두 국민의 지지를 얻기 어렵고 퇴보로 느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정 교수는 개별적인 정책은 거시적 요인에서 무력화될 수 있음을 잘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 예시로 ‘의대 정원 확대’ 사안의 경우 2003년 이후 의대 정원은 3000명 선을 유지하고 있지만, 수능 응시생은 2003년 65.5만명, 2021년 42.1만명으로 35% 이상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 18년 동안 동년대 대입 준비생에서 의대 정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1000명당 4.58명에서 7.12명으로 늘어났으며, 지난 2021년 태어난 26만명의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는 18년 후에는 11.5명이 될 것으로 전망돼 지금 일어나는 의대 정원 논쟁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보여주는 수치라고 평가했다.

이어 정 교수는 “10-20% 증원으로 사회적 논란이 일어나는 사이 저출산이라는 거시 요인은 이미 의대 정원을 2배 이상 늘린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바, 향후 지속적인 인구 감소를 고려할 때 지금 의대생들이 현장에서 진료할 10년 후는 의사 공급량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따라서 “이제는 차라리 의대의 통폐합을 통한 교육 내실화, 전문의 정원 조정 등이 더 현실적인 정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정 교수는 필수 의료 또한 거시적 요인을 고려하지 않으면 본질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최근 많이 나오고 있는 ‘수가’와 관련해 단기적인 대응으로 충분히 실현 가능해보이지만, 미봉책에 지나지 않으며, 현상 유지 밖에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특히 “지금의 의료 가격결정체계는 수가와 행위의 수의 곱인 ‘행위별 수가제’가 근간이 되고 있는데, ‘행위별 수가제’는 의료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고성장과 인구 증가 시기에는 저렴하고 질 좋은 의료를 공급하는 중요한 기전이 됐지만, 지금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따라서 이제 필수 의료는 행위별 수가제의 수명이 다해가고 있다고 봐야 하며, 이제 대부분의 필수의료는 국가가 책임지고 운영하는 사회 안전망의 하나로 운영될 필요가 있음을 전했다.

정 교수는 저성장과 저출산으로 재원 구조가 악화될 것으로 예견되고 있는 이 상황을 해결하려면 지속 가능한 재정 마련과 도덕적 해이를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는 제언도 제기했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재원의 지출 구조와 행태는 지속 가능하지 않은데, 이를 촉발하는 기전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도덕적 해이’ 때문이며, 특히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는 지난 20년간 도덕적 해이가 강화되는 방향으로 변해왔다”라고 꼬집었다.

대표적으로 ‘의료비 실손보험’을 지목했다. 보건의료에서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기전은 ‘본인부담금’이지만, 우리나라는 의료이용 시 본인부담금을 배제할 수 있는 실손보험을 도입함으로써 사실상 일부 실손보험가입자에게는 무상의료에 가까운 의료 접근성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정 교수는 “이는 실손보험사, 국민, 병원 모두의 직접적인 책임이 아니라 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국가의 제도 설계가 매우 잘못돼 있었고 이를 각 주체들이 최대한의 이익을 위해 활용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손 보험으로 인한 무제한의 접근성은 우리나라 보건의료제도의 지속가능성을 급격하게 감소시키고 있고, 실손보험으로 증가된 의료이용은 건강보험 재정에도 영향을 미침은 물론, 의료와 의료인력 공급 구조를 심각하게 왜곡시키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실손 보험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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