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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미숙아에게 모유 제공하는 ‘모유은행’ 설립 및 법적근거 마련해야“

‘이른둥이 살리는 모유은행 설립과 지원방안’ 토론회 개최

미숙아 출생이 증가하고 있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에는 미숙아들에게 필요한 모유가 충분히 나오지 않는 산모들을 위한 모유은행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함께 광역·지역형 모유은행 13개소 설립·운영 및 기증 모유 관리를 위한 법적인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대한모유수유의학회·대한신생아학회·유니세프한국위원회에서 공동주최하는 ‘이른둥이 살리는 모유은행 설립과 지원방안은?’ 토론회가 8일 개최됐다.

먼저 발제를 맡은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 신손문 교수는 ‘모유은행의 필요성 및 지원방안’을 주제로 이른둥이에 대한 기증 모유의 필요성과 법적 근거 마련 필요성 등 발표했다.

신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는 아이들의 출생이 급감하고 있는 반면, 미숙아들의 출생이 계속 증가해 2020년 기준 미숙아 출생이 8%대를 돌파했으며, 저체중 출생아와 극소 저체중 출생아모두 지속 증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영아 사망의 구성을 살펴보면 임신 주수의 경우 사망 비중의 60%를 37주 미만의 미숙아들이 차지하고 있으며, 27주부터 주수가 적은 미숙아일수록 타 국가 대비 생존율이 낮고, 미숙과 연관된 질병을 가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신 교수는 미숙아 생존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포인트로 ‘모유 수유’를 지목했다. 모유 수유가 미숙아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질병부터 만성질환 등을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신 교수는 “모유와 관련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미숙아에게 치명적인 괴사성 장염, 폐혈증, 망막증 등 감염 질환과 당뇨병, 알레르기 질환, 비만 등 만성질환 발생을 많이 줄여주고, 신경 발달과 인지 기능 등이 더 좋아지는 것으로 보고됐다”라고 말했다.

또 미국 소아과학회에서 모유를 권고하고 있고, 특히 체중이 1.5kg 미만 유아를 기증 모유 제공 우선순위에 두도록 하고 있음을 소개하며, 미숙아일수록 모유 수유가 중요함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만약 위와 같이 중요한 모유가 충분히 나오지 않는 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신 교수는 모유은행을 이용하면 된다고 안내했다. 다만, 신 교수는 현재 국내에 있는 모유은행은 사실상 강동경희대병원 한 곳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운영에 어려움이 있어 적극적으로 운영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비판했다.

특히 미국·캐나다에 30개소, 유럽 30개국에 281개소 등의 모유은행이 운영되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추가로 18개 모유은행이 계획 중임을 전하며, 모유은행이 1곳에 불과한 우리나라의 인프라가 얼마나 부족한 지를 꼬집었다.

이와 함께 신 교수는 지난해 11월 10일부터 30일까지 전국 77개 신생아집중치료센터의 담당 교수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발표를 통해 현재 우리나라는 2만1117cc(1만7800~2만4433cc)의 기증 모유가 필요한 상황임을 전했다.

이어 지역별 기증 모유 수요로는 각각 ▲수도권(서울·인천·경기) 10~14ℓ ▲충청권(대전·충북·충남) 2ℓ ▲강원권 1ℓ ▲대구·경북권 1ℓ ▲부산·울산·경남 2~3ℓ ▲전북 1ℓ ▲광주·전남 1ℓ ▲제주 1ℓ 등이 요구되고 있음을 발표했다.

이를 근거로 신 교수는 “지역별로 수요가 많은 곳은 규모가 1일 2ℓ의 기증 모유를, 수요가 적은 곳은 하루 1ℓ의 기증 모유를 공급하는 규모로 광역형 모유은행 7개소와 지역형 모유은행 6개소가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신 교수는 기증 모유를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기증 모유의 정의와 모유은행 등 기증 모유 관리 전반에 관한 사항 ▲모유은행 설립 및 지원 ▲기증 모유 관리를 위한 상설 ‘전문실행위원회’ 등에 대한 법적근거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모유은행 운영 지침 제·개정을 논의하는 모유은행 관리위원회(가칭) 구성에 대해 신 교수는 “의사(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신생아학 전문의, 소아감염학 전문의,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 소아소화기영양학 전문의) ▲모유은행 관련 실무 경험이 풍부한 ‘간호사’ ▲모유 기증 홍보 관련 전문가 ▲법적인 자문을 위한 ‘법조인’ ▲소비자단체 대표 등이 참여해 운영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모유 사적 거래를 방지 및 최소화할 수 있도록 모유은행 설립·운영이 빠르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주영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이미 모유 사적 거래가 매우 활성화돼 있는 상황으로 PPP 같은 식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하게 직거래가 이뤄지는 것들이 많아 윤리적인 유통에 대해서도 관심과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라고 전했다.

이어 2017년 캄보디아에서 여성들이 미국의 모유를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이 제정된 사례를 소개하며, “모유 은행이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았을 때에 수유 중인 여성을 착취할 위험성이 존재하는 바, 산모의 경제적 착취 위험 근절을 위해서라도 빠른 모유은행 설립이 필요하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김 조사관은 모유은행 제도 법제화 시 고려해야 할 여러 사항들에 대해서도 제언했다.

우선 모유의 품질 관리 표시를 위한 여러 가지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으며, 모유은행들을 윤리적인 공급을 위해 비영리 기관으로 설립·운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 조사관은 “모유은행 운영 방향과 관련해 각 대학 병원들이 모유은행을 설립하고 정부가 지원을 해주는 모형 또는 지원비용을 모유 가격에 더 반영할 수 있게 하고 건강보험 급여화를 진행하는 모형 등 다양한 모형들에 대한 고민해봐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기증 모유의 수요&공급 단위를 지역사회 단위로 할 것인지, 병원에 부설된 여구소 단위로 할 것인지, 보건소 단위로 기증 모유를 수집하고 유통할 것인지 등 기증 모유 유통 체계 방안에 대한 충분한 고려도 필요함을 전했다.

김 조사관은 “기증 모유를 식품과 인체유래물 중 어느 것으로 정의할 것인지를 정하되, 인체유래물로 정의 시 엄격한 규정들이 따를 것으로 예상되는 바, 그런 관점들을 감안해 살펴야 한다”라면서 현실을 고려해 식품에 준하는 관리를 통해 기증 모유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제언했다.

기증 모유를 ‘식품’으로 정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른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홍태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안전정책과 사무관은 “모유와 식품은 관리 체계가 다른 측면이 있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구체적으로 김 사무관은 일반적인 식품의 경우 식약처에서 제조 공장에서 만들어내는 제조 공정과 생산 과정 등을 중점적으로 관리하고, 이후 협력사를 통해 유통과정을 거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모유는 섭취 목적 자체가 질병 예방과 치료 목적 등이 분명히 있는데, 일반적인 식품은 질병 예방·치료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어 ‘현행법 위반’에 해당한다”라면서 현행 관리 체계로는 어려움이 따름을 안내했다. 별도의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기증 모유와 관련해 모유은행 사업을 기획·추진되고 있으며, 내년에 시행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다만, 최영순 보건복지부 출산정책과 과장은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안들이 있는데, 모유수유 은행을 설립해도 이를 수화할 수 있는 시설 등 인프라가 국내에 구축돼 있는지 실무적인 측면에서 고려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고, 모유 기증을 받을 수 있는 기증자들의 인식 제고 및 기증자 확보 등도 고려해봐야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