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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감염병 환자 1명당 간호사 4명 이상 투입돼야…인력 지원 필요”

안수경 지부장 “충분한 인력이 없다면 중앙감염병전문병원도 ‘무용지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안수경 국립중앙의료원 지부장이 코로나19 환자들을 돌보는 의료현장의 ‘인력 부족’과 의료진의 헌신을 악용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또한, 정부의 인식이 개선되지 않는 한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이 완공되더라도 ‘인력 부족’으로 많은 병상들이 ‘전시용’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안수경 국립중앙의료원 지부장은 23일 본 지와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이 같은 생각을 밝혔다.

-코로나19 유행이 어느덧 3년차로 접어들고 있다. 3년차로 접어드는 과정에서 정부의 정책과 지원 등이 많이 바뀌었는데, 의료현장에서 일하는 한 사람의 보건의료인으로써 정부의 대응 등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나?

솔직히 말하자면 ‘메르스 사태’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관료들이 안이하게 생각하다가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코로나19 유행을 맞이하게 됐으며, 정부 관료들이 의료현장을 몰라 우리 의료진들을 갈아넣었다.

물론, 당시에는 위기 상황이었고 우리들은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8시간 근무할 거를 12시간 근무하는 등 헌신했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정부가 ‘이런 위기 상황에서 의료진들이 당연히 해야 할 일 아니야?’라는 마인드로 환자를 밀어넣었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정부의 대응도 문제가 많았다. 환자를 아무 데나 입원을 막 시키고, 교육과 준비 등이 되지 않는 간호사를 의료기관에다가 막무가내로 다 집어넣었기 때문이다.

청도대남병원에서 코로나19가 터져 정신과 환자들이 우리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온 적이 있었는데, 그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 병원은 개방된 병동 형태로 약간 경증인 정신과 환자들만 봐왔던 터라, 폐쇄 병동에 들어가야 하는 환자들이 갈 데가 없는 일이 벌어졌다. 그 과정에 우리들은 환자로부터 폭행을 많이 당했으며, 이러한 현장의 어려움에 대해 정부에 많이 이야기했지만, 정부의 대책은 없었다.

-3년째 계속 의료현장에 인력이 많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정부의 지원 등도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현장에서는 코로나19 환자를 돌볼 인력이 얼마나 많이 부족한가?

중환자를 돌볼 간호사가 없어 중환자 간호가 전혀 안 되고 있다. 2020년 1월에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모듈 병동 형태로 30병상이 지어졌다. 같은 해 10월부터 코로나19 중환자와 코로나19 중증환자를 보기 시작했는데, 그때 우리 국립중앙의료원은 50여 명의 간호사를 지원받았다. 병상 1개당 2명도 안되는 간호사를 지원받은 셈으로, 인력이 부족해 우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의료진을 지원해야 했다.

참고로 당시 의료원의 보유 병상만 따졌을 경우 본관 내 중환자실에 있는 20여 개의 병상을 추가로 코로나19 중환자용 병상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보유 병상 현황만 따졌을 경우로 정부가 인력을 지원해주지 않아 인력만 있었다면 코로나19 환자를 받을 수 있는 병상 20여개를 그대로 놀려야만 했다. 50여개 병상 중 무려 20여 개를 사용하지 못했다는 것이 현실이었다.

이는 우리 국립중앙의료원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모든 병원들이 겪었거나 겪고 있는 문제다. 아무리 병상을 늘려도 그 병상을 활용해 일할 인력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가 병상으로 얼마 남았다고 언론 등을 통해 밝히는 그런 것들은 다 의미없는 허수에 불과하다.

-현재 정부에서 앞으로 있을지도 모르는 코로나19 재유행 또는 타 감염병 대응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을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겪은 경험 등을 바탕으로 볼 때에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가?

힘들 것으로 보인다. 사실 감염병 환자를 볼 때에는 중환자 1명당 간호사 2명이서 보게 돼 있다. 하지만 간호사 2명이 방호복을 입은 채로 8시간 내내 환자를 돌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땀나고 지쳐서 쓰러진다. 실제로 우리 의료원에서도 실신까지 하는 간호사들이 꽤 있었다.

또 근무 중 몸이 열이 나거나 몸 상태가 좋지 않다던지 그러면 당일날 근무를 못나온다. 왜냐하면 발열이 나면 어쨌거나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근무를 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들을 모두 고려한다면 현재보다 최소 감염병 환자 1명당 간호사가 2인 1조로 구성된 2개 조가 투입돼야 하며, 1개 조는 환자를 돌보고 나머지 1조는 휴식을 취하고 있다가 2시간 간격으로 교대하는 형태로 운영돼야만 간호간병 등이 필요한 감염병 환자에게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현장을 잘 모르는 건지 아니면 아는데도 못하는 건지 모르겠으며, 정부의 의지도 없어 보여 걱정이다.

또 감염병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의 이동동선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 동선 관리에는 클린존과 더티존 등이 있고 방호복 등을 입고 벗고 하는 절차들이 있다. 보통 일반 환자의 경우 바로 들어가서 차팅하고 바로바로 뭔가를 해결할 수 있는 반면, 감염병 환자의 경우 감염병 감염 관리 때문에 이중삼중으로 살펴야 해 굉장히 업무 진행이 늦어진다.

보통 간호사가 8시간 안에 한 환자를 봤다고 한다면 감염병 환자는 12시간 정도는 돼야 그 일을 다 할 수 있다. 또한 보조인력이 하는 청소 등도 간호사들이 다 하고 나와야 해 업무 로딩도 강해진 편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현장에는 정말 많은 인력이 들어간다면서 정부에서 이 심각성을 캐치해 대응해줬으면 좋겠다.

- 그 밖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현재 현장이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만약 올 겨울에 폭발적으로 중환자가 1000명, 2000명씩 나온다면 작년 겨울에 나왔던 코로나19 입원 대란 등이 또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똑같은 실수와 고통을 또 겪게 될 수 있다는 것으로 이에 대한 대비책을 정부에게 묻고 싶다. 만약, 상급종합병원에게 행정명령 등을 통해서 또 다시 병상을 비우게 한 뒤, 10배의 보상을 주는 방향을 생각하고 있다면 그러한 정부의 대응은 문제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