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바이오헬스 산업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특히 백신이나 글로벌 밸류 체인 등 국가간 공급망이 파괴되면서 원료 의약품의 중요성이 부각되자, 바이오헬스 산업은 안보와도 직결되고 있는 상황이다.
12일 KDRA 혁신정책연구센터가 개최한 2021년도 제1회 바이오헬스 정책포럼에서 제약산업전략연구원 정윤택 대표가 나와 ‘바이오헬스 산업의 동향과 발전과제’에 대해 발표했다.
그간 제약·바이오나 바이오헬스 산업은 정부가 규제하는 대표적인 산업이었다. 정부 역할에 따라 좌우되는 산업이기 때문에 정부 정책과 지원에 따라 발전해왔으나 이제는 다른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정 대표는 “한미 FTA로 인해 농업과 함께 제약·바이오 산업이 피해 산업으로 분류되면서 보완 정책 강구 측면에서 처음으로 정부로부터 깊게 탐구됐다.”며 “제약 산업 육성법을 살펴본 결과 먹거리와 미래 성장 동력으로 가치가 있을 것으로 판단돼 특별법 모색 의견이 제기됐고, 이로 인해 전환점을 맞았다.”고 설명했다.
제약·바이오, 바이오헬스 산업이 미래 성장 동력의 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은 적중했다.
2008년 무렵 신성장 동력 10개 산업 중 하나로 포함되기도 했고, 2018년에는 8대 산업, 2019년에는 BIG3 산업으로 등록됐다. 이로 인해 우리 산업에 있어서 중추적인 미래의 먹거리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환점을 맞기도 했다.
정 대표는 “최근 코로나19 시대를 맞이한 가운데 미 FDA나 대규모 기술 수출 등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2013년부터 최근까지 6조원을 달성해 올해는 10조원 이상 기술 수출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블록버스터로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품목들도 있다.”고 전망했다.
미래 제약·바이오 산업 패러다임은 유전자와 세포를 기반으로 하는 산업형태로 전환되고 있는 추세라는 설명도 나왔다.
2011년 제약산업 육성법 제정으로 산업이 급속 성장한 후, 5년마다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지원 체계도 유기적·체계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산업이 큰 규모를 이뤄 성장했다.
이런 측면에서 정 대표는 “인프라 R&D 측면에서 많은 지원이 이뤄질 예정이고, 산업의 큰 군락이 만들어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내 제약사의 세계 50위권 진입도 독려됐다. 정 대표는 “세계 100대 기업들 중 유럽과 미국, 일본, 중국의 제약사 등 제약 산업을 리드하는 기업들이 나타나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는 세계적으로 R&D, 매출 등을 이끌고 있다고 보여지는 50위권에 진입한 제약사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상 실패 원인, 기술 수출 후 다시 회수, 인력 등 문제들에 대해 선제적 대응이 부족하다”며 “한국형 오픈 이노베이션에 대한 정립도 미흡하다. 클러스터 모델도 미국 샌디아고나 보스턴 등 세계적 클러스터에 비해 생태계적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한계점을 뒤로하고 정 대표는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도 제시했다. 정 대표는 먼저 “기술을 개발하고 인허가를 통해 생산 및 시장 진출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 개발이 첨단 바이오, 융합 바이오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국방부와 안보를 연결시키기도 했는데,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이 그 예다. 국방 예산을 투입해 이끌어가는 모델이다.”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해 美 FDA에서 허가된 것들은 혁신신약, 희귀의약품을 중심으로 허가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인허가에서 benefit을 받을 수 있도록 패스트트랙, 프라이언트 리뷰 등이 갖춰져야 美 FDA 허가를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신약개발도 블록버스터 모델에서 스페셜티 모델로 전환되는 시점이다. 때문에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스페셜 의약품 인허가에 집중해 개발하고 있고, 인구 고령화에 대한 고민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생산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정 대표는 “글로벌 제약 기업들은 지난 해 QbD(설계기반 품질고도화)를 도입해 의약품을 생산하는 등 의약품 제조 공정을 자동화 및 효율화 하기 위해 스마트 공장을 도입해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또 “생산 단계는 전통적인 배치 생산에서 연속 생산으로 흘러가고 있다. 때문에 품질에 있어 표준화가 될 수 있는 측면들이 있고, 생산 측면에서 변화를 이뤄내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16개 바이오 클러스터에 대해서는 “그간 정부 주도형으로 구성됐으나, 실질적인 역할은 자생적이면서 민간 스스로 생태계를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때문에 정부의 역할은 필요하나 벤치마킹 요소들을 탐색해 실제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클러스터의 방향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장 진출 단계에서는 시간과의 싸움이 과제로 남겨졌다. 정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서는 임상에 있어서 AI와 빅데이터 플랫폼을 활용한 빠른 접근성이 대두되고 있다.”며 “신약개발의 생산성 강화를 위해 임상대행기업(CRO), 의약품 위탁생산기업(CMO)과의 제휴, M&A 및 라이센스 거래 등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가치 사슬 단계별 중요도에서는 ‘전략’이 최우선으로 꼽혔다. ‘기술 개발’과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아젠다’도 뒤를 이었고, ‘생산’과 ‘인허가’도 중요도에서 4, 5위를 차지했다.
정 대표는 “차기 정부가 산업 특성과 생태계에 걸맞는 맞춤형, 현실적인 정책을 접목해야 미래 먹거리로서 키울 수 있고, 그렇게 하는 것이 곧 산업 정책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