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이 나아졌다가 나빠졌다가를 반복하며 장기화되고 있는 지금의 코로나19 팬데믹은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었기 때문에 그 경험을 토대로 예전보다 더 나은 대비와 대처가 가능했다는 것이 현장전문가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의 대처단계에 안주하지 않고 코로나19 종식 이후 펼쳐질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더 많은 준비와 발전이 필요하다는데 이견이 없었다.
한국헬스케어디자인학회(KSHD)는 인제대학교디자인연구소와 공동으로 24일 ‘감염병 시대의 헬스케어 디자인’을 주제로 한 2020년 춘추계학술대회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이 자리서 한림의대 최영준 교수, 경기도의료원 임승관 안성병원장, 분당서울대병원 감염관리팀 신명진 간호사, 고양시 감안현 덕양구보건소장이 ‘두 번째 만난 감염, 우리는 어떻게 바뀌었나. 2015년이 묻고, 2020년이 답하다’라는 주제로 토론했다.
이들은 메르스가 지금의 코로나 사태 대비에 도움을 주었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간호사나 역학조사관 등의 인력 확충 ▲공공병원 역량 강화 ▲체계적인 감염병 대응을 위한 법적·제도적 규제 보완 ▲상급의료기관들과의 원활한 전달체계 구축 등이 앞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력 부족해 대해 신명진 간호사는 “간호인력을 병원에서 많이 채용하고 훈련시키는데 노력하고 있고, 중환자 전담간호사를 만들거나 순환근무를 통해 인력부족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등 의료진 번아웃을 해소하기 위해 대비 중”이라며 “물론 이것이 (분당서울대병원 같은) 대형병원이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이고 지방의료원이나 보건소 등에는 좀 더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론 시설관리, 청소, 이송 등 현장지원자들의 번아웃도 크다”며 “이들은 대체인력을 구성하기 어렵기 때문에 국가적인 차원에서 모든 이들의 번아웃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임승관 안성병원장은 코로나19 대응에 있어 공공병원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임 병원장은 “병상규모가 큰 병원들은 감염관리조직 강화 등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아직 작은 병원들은 대책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지방의료원들은 의사수와 간호사수가 부족해 진료난이도를 높이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코로나환자 100명을 입원시켜 진료할 수는 있지만 진료환자의 기저질환 수준이 올라가면 저희 병원 의료진이 제대로 케어하기 어렵다는 점이 있다”고 털어놨다.
최영준 교수는 2015년과 비교해 감염병예방법 보완과 중앙정부의 보건의료 인프라 발전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했다.
최 교수는 “오송에 질병관리청 브리핑룸이 생겨 중앙에서 지휘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마련됐고, 국외 보건기관에 국내 전문가를 파견해 원활한 정보교환 태세를 갖췄다”면서 “감염병예방법이 변화했지만 지자체 지방정부 차원에서의 구체적인 체크리스트는 이제 막 마련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감안현 소장은 메르스 이후 고양시의 변화를 중심으로 앞으로의 발전계획 등을 소개했다. 또 의료기관 간 환자 전달체계 활성화를 강조했다.
김 소장은 “고양시는 메르스 이후 감염병관리위원회를 감염내과 선생님들로 구성해 지역 내 방역문제와 최근 동향들, 발생예측을 통해 다음 연구사업에도 반영하고 해마다 감염병 심포지엄을 개최해 토픽을 정하고 해결방안들을 모색하고 있다”며 “또 노인요양시설 집단감염을 막기 위해 감염관리 책임자도 지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메르스 때는 검사 공간이나 방식에 문제가 있었는데, 고양시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와 검사의뢰 송신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이런 한계를 해결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정부에 바라는 점과 여러 어려움이 있다고 개선과 지원을 호소했다. 김 소장은 “중앙정부는 공항 부근에서 해외입국자에 대한 검사와 관리에 관심을 가지고 지방자치의 피로도를 고려해줬으면 한다”며 “그리고 행정인력의 경우 시인력, 군인력, 유관기관 등에서 지원받을 수 있지만 역학조사나 검체채취는 전문분야이기 때문에 인력들을 확보하기 어렵고 간호사 번아웃도 많다”고 지적했다.
◆“헬스케어의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 필요”
한국헬스케어디자인학회 이왕준 이사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과 불확실성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헬스케어 분야의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코로나19가 가져올 새로운 패러다임이 이젠 강제화될 것”이라며 “코로나가 의료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가속화한 것처럼 과거의 시스템은 창조적으로 파괴될 수밖에 없고 새로운 패러다임들이 포스트 코로나 이후 완전히 본격화되어 변화가 미미했던 부분들이 새롭게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준비가 필요한 헬스케어 디자인 방안 다섯 가지를 제안했다.
먼저, 이 이사장은 “앞으로 헬스케어 디자인은 지속 가능한 유기적인 트랜스포메이션이 돼야 한다”며 “평상시에는 일반 환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지만, 유사시에 상황에 맞는 공간과 시스템으로 변신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그는 “환자의 검사와 치료, 회복 등을 위해 장비와 사람, 서비스가 모두 환자의 곁으로 찾아가는 시스템과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동에 제약이 있는 격리환자나 낙상고위험군, 기저질환 환자 등이 그 대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한 기술적 시스템의 구축과 도입도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비대면 상황에서도 환자와 의료진 간 의사소통과 상호작용이 언제 어디서나 원활히 이루어져 환자의 신체적·정서적 케어가 가능하도록 하는 장비와 통신시스템을 구비해야 한다”며 “스마트한 IoT 기술 기반의 장비와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환자와 직원들의 동선 관리 및 물류 관리 등에 유용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끝으로 그는 “무엇보다 사람 중심의 혁신적 사고와 전인적 케어로 나아가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