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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강대강(强對强)’ 대치 속 서로를 향한 총구…협의는 난항으로

정부는 ‘최후통첩’, 의협은 ‘결사투쟁’
의협, ‘국민 인질 삼는다’는 부정적 여론 의식

대한의사협회를 필두로 범의료계가 제2차 총파업을 강행한 26일 첫날, 아침부터 정부와 의협간의 팽팽한 기싸움을 넘어 자칫 의료붕괴라는 극단으로 치닫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될 정도로 양측은 강대 강으로 대치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8시 서울·경기 등 수도권 소재 수련병원 95곳에서 근무하는 전공의·전임의를 대상으로 업무개시 명령을 발동했다. 정부는 2000년 의약분업, 2014년 원격의료 반대 때도 업무개시 명령을 발동한 적은 있으나 대상은 의원급 의료기관이었고,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명령을 내린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의료법(592)에서는 정당한 사유 없이 집단휴업 등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때에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에 업무개시 명령을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으며,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의 형사처벌이나, 1년 이하 면허정지 또는 면허취소의 행정처분 대상이 될 수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사실상 최후통첩인 셈으로, 이에 더해 보건복지부는 대한의사협회를 사업자단체 금지행위위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 오후 2시경 공정거래위원회가 의협 회관을 찾아 현장조사를 단행했다.

 

이와 관련해 최대집 회장은 유튜브로 진행한 총파업 자리서 “2014년도 원격의료 저지 투쟁 총파업이 벌어졌을 때 당시 37대 노환규 회장과 방사혁 기획이사가 공정위 고발을 당했고, 그 사건이 6년간 진행이 되면서 계류가 됐는데 작년 1심에서 무죄가 나왔다전공의·전임의에 내려진 업무개시 명령에 대한 대응지침을 내려줄 것이고 전문적인 우리의 법조팀이 충분한 조언과 문제가 발생했을 때 법적자문을 제공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업무개시 명령은 대단히 정부가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이라며 오히려 이 명령으로 전공의와 전임의가 더 돌아오기 힘들다. 업무개시 명령에 이은 행정처분을 진행하지 않는 것이 사태 해결을 위해 도움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은 26일 총파업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원칙적 법 집행을 통해 강력히 대처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파업이 있기 이틀 전에도 코로나 확산 저지에 국가적 역량을 모아야 할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집단행동은 결코 지지받을 수 없다정부의 정책에 반대하거나 비판할 수 있지만, 합법적인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 정부는 국민의 생명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휴진과 휴업 등의 위법한 집단적 실력 행사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못 박은 바 있다.

 

그럼에도 최대집 회장은 물러설 수 없다는 의지를 단호히 했다.

 

최 회장은 출입기자단과의 질의응답에서 의료계의 정당한 의사표현에 대해 공권력을 동원해 탄압하는 것은 매우 부당한 조치이며, 단 한 명의 의사·의대생이라도 피해 입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전협의 1차 파업이 이번 범의료계 투쟁을 견인하고 지대한 역할을 한 데 대해 감사와 격려를 보낸다정부가 가장 원하는 건 바로 의료계의 분열이고 지금부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각 지역, 직역 모두가 의협을 믿고 단합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한편, 그는 만약 회원 한 명이라도 행정처분 등 불이익을 받는 일이 생긴다면 13만 의사들의 대표로서 용납하지 않을 것이고 무기한 총파업을 통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파업 두고 곱지 않은 여론

 

의료 총파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밥그릇 뺏길까 걱정하는 것 아니냐라는 댓글부터 사표 말고 의사면허증 반납해라라는 댓글까지, 파업을 옹호하는 분위기보다 지탄의 목소리가 더 눈에 띈다.



이를 의식한 듯 최 회장은 이번 파업으로 불안해하실 국민들과 환자들께 죄송하고 송구하지만 왜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1년 이상을 포기하고 거리로 나왔는지 그 진정성을 이해해 주십사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이필수 부회장도 오늘 폭염의 날씨에서 어린 의대생들이 국회에서 시위하는 모습을 봤다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진료현장과 학교로 빨리 복귀할 수 있도록 정부가 조속한 시일내 대승적인 결단을 내려주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 발짝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교수진들도 나서서 전공의·전임의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냈다. 전임의까지 파업에 합세한 마당에 더 이상 상황을 좌시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풀이된다. 맏형 격인 서울의대를 비롯해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고대의대 교수들이 입을 모아 의대 정원 확충 등의 정책 강행 중단을 촉구, 의대생들의 손을 맞잡아줬다.


서울의대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가 추진 중인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정책은 20~30년 뒤를 내다보는 장기적인 보건의료 발전계획 차원에서 신중하고 면밀히 다뤄져야 한다지역 간 의료격차, 필수 비인기 전공과목 인력 부족 등에는 공감하지만 비현실적인 대책으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많은 의대생들이 휴학계를 제출했고 졸업반 학생들은 9월 초에 시작되는 의사국가고시 실기시험 응시를 철회했다. 이들의 스승으로서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혹시라도 의대생들이 불이익을 받게 된다면 스승인 우리 교수들이 나설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그러나 국민과 환자 입장에서는 파업을 왜 하는지는 둘째 치고 자칫 건강과 목숨이 달린 문제라는 거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입장문을 통해 아무런 잘못도 없는 환자들의 생명을 볼모로 삼아 정부를 압박하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더구나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우려돼 방역당국이 3단계 거리두기 시행을 검토하는 상황에서 환자 치료에 전념해야 할 의사들이 총파업으로 환자 치료를 거부하거나 중단하는 것은 직무유기와 다름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당수의 국민들은 이번 의협 총파업을 의사들의 독점적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집단행동으로 이해하고 있다환자단체는 의협이 중증 환자들을 사지(死地)로 몰아넣는 총파업을 철회하지 않으면 자구책으로 환자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국민 인질 잡고 싶은 것 아냐

 

조승현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장은 본인등판이라는 주제로 총파업 방송에 출연해 파업에 대한 비판적인 댓글들을 조목조목 짚으며 반박하면서도 수용하고 국민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확실한 돈벌이에 약간의 변수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전공의들이 들고 일어났다라는 댓글을 향해 조 협회장은 돈만을 바라보고 의사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설득력 있는지는 모르겠다불합리한 정책과정에 대해 분노한 것이지 돈 때문에 들고일어난 것이 아니라고 반문하고 싶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소한의 정의를 만들기 위해 목소리를 계속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참여 의료진 덕분이지 현장도 안 갔으면서 뭘 했다고 덕분에 챌린지를 조롱하냐는 댓글에 대해선 덕분애의 대상은 여러 지역에 계시는 분들이고 의료진 선생님들께 향하는 감사의 표시라고 인정하면서도 그분들을 조롱하고자 함이 아니고 어떠한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의대협은 이전에 덕분에 챌린지덕분이라며라고 비꼰 게 비판에 휩싸여 농인의 고유 언어를 왜곡하지 않기 위해 수어 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손 모양을 차용했다. 수어 사전에 없는 손 모양이라도 기존의 수어와 대비돼 농인들께 상처를 드렸다며 사과한 바 있다.

 

한편, 의사국가고시 실기시험 접수를 취소한 의과대학생들에 대해 재접수 등 추후 구제 조치를 반대한다는 국민청원이 20만 명 넘게 동의를 얻어 청와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청원인은 이번에 단체로 국시 접수를 취소하고, 취소하지 않은 이들을 조롱하며, 동맹 휴학을 결정하고 그것을 다른 이들에게 강요하는 것 또한 자신들의 그러한 행위가 의료 공백으로 연결될 것을 알고 그것을 투쟁의 한 수단으로 쓰려는 것이라 생각한다또한 이번에 단체로 시험을 취소한 것은 결국 나라에서 어떠한 식으로든 구제를 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할 수 있었던 단체 행동이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들의 생각대로 추후 구제, 또는 특별 재접수라는 방법으로 의사면허를 받게 된다면 그들은 국가 방역의 절체절명의 순간에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총파업을 기획하고 있는 현 전공의들보다 더한 집단 이기주의적 행태를 보일 것이며 그때마다 국민들은 질병 자체에 대한 불안함 보다 더 큰 불안함을 느끼게 될 것이라며 그들에게 스스로의 지나침을 경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