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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원

5년째 제자리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이젠 사업 시작?

정부, ‘권역 감염병 전문병원’ 참여기관 공모
정치권 등 시설 건립 필요성 주장 터져나와

질병관리본부가 권역 감염병 전문병원과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 운영 참여희망기관을 공모한다고 밝혀 5년째 제자리걸음을 걷던 권역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에 박차가 가해질 것으로 기대가 모인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역풍을 맞고 제기됐던 감염병 전문인력 부재와 전문시설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시 박근혜 정부는 국립대병원 등 공공의료기관 중심으로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 3~5개소를 지정해 운영하겠다는 내용의 국가방역체계 개편방안을 발표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되면서 흐지부지되는 듯싶었다.

 

그러나 2017년 문재인 정부는 대선공약과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감염병 전문병원 설치를 내걸었고, 코로나19라는 대규모 전염병 사태를 한 차례 더 겪으면서 신종감염병은 백신과 치료제가 없어 환자 격리로 전파를 차단하는 것이 유일한 대응방안이라는 목소리가 커져 다시 권역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이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질병관리본부(본부장 정은경)14일부터 재난 수준의 감염병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권역 감염병 전문병원과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 운영 참여 희망기관을 공모한다고 밝혔다.

 

권역 감염병 전문병원은 영남권과 중부권 소재 종합병원 이상이 대상이며, 36개 음압병실(6개 중환자실 포함) 2개 음압수술실을 갖춘 감염병동이 있어야 한다. 신청기간은 414일부터 522일까지 약 6주간이며, ·도를 통해 참여희망기관을 신청받고 외부 전문가 포함 14인 이내로 구성된 선정평가위원회에서 평가 후 질병관리본부에서 사업대상 기관이 통보될 예정이다.



선정된 기관은 신종 감염병 등 확산 시 권역 내 환자의 진단, 일시격리 및 치료를 수행하며, 평시에는 결핵 등 호흡기환자 등에 대한 입원치료뿐만 아니라 권역 내 감염병 대응능력 제고를 위한 공공·민간 의료기관의 교육 및 진료 지원, 연구기능도 병행될 계획이다.

 

한편, 평시 및 국가 공중보건 위기 시 신종 감염병환자 등에 대한 격리 입원치료를 담당하는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도 오늘부터 58일까지 약 4주간 공모가 진행된다.

 

이미 여러 차례 제기됐다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오래전부터 전문가, 지자체, 정치권 등에서 흘러나왔다.

 

이성순 일산백병원 원장은 210일 미래통합당(당시 자유한국당) 코로나19 대책TF 주최로 열린 전문가 초청 토론회에서 감염병 전문병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지금부터라도 최소한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좀 더 촘촘하게 전문적으로 볼 수 있는 병원을 구축해 환자를 유인해야 한다고 권역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을 촉구했다.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대한향균요법학회와 함께 대한감염학회도 22일 코로나19 대정부 권고안을 통해 감염병 위기상황에서는 확진자의 치료나 의심환자의 격리 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더 이상 민간병원에 위탁한 국가지정 격리병상에만 의존할 수 없다대규모 감염병 위기는 언제 어떤 모습으로 다시 반복될지 모른다. 계속 미루지 말고 (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을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천광역시의회는 지난달 17일 열린 제260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인천권역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촉구 건의안을 채택하고 병원 건립을 정부에 강력히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인천광역시의회 박종혁 문화복지위원장은 감염병의 국내 전파를 선제적으로 방어하고 평상시 감염병 연구와 전문인력 양성 등 신종 해외유입 감염병 대응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국가적인 차원에서의 시너지 효과를 위해 인천권역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그 근거로 매년 5000만명의 입국 검염대상자 중 90%가 인천공항과 인천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남춘 인천시장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달 13질병관리본부에서도 인천권역 감염병 전문병원 설치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는 만큼,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병원 설치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국회에서도 5년째 이어지고 있는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에 관해 질타가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광수 의원은 13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현안보고에서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을 향해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라는 국가적 재난상황을 겪으며 나온 대통령 공약임에도 불구하고 2017년도에 감염병 전문병원을 단 두 곳만 지정한 후 멈춘 복지부의 복지부동(伏地不動)을 강력히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늦었지만 이제라도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을 통해 감염 질병관리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깎이고 미뤄지고개원은 언제

 

정부가 관련 계획 시행을 위해 아무런 준비를 해오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질병관리본부는 충남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의뢰해 20159월부터 7개월간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방안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진(이석구 책임연구원)은 연구결과를 통해 권역별 전문치료병원을 5개소(인천·중부·영남·호남·제주) 내외로 지정토록 했다. 또한 외래진료 및 권역 내 감염병 대응 교육 등을 담당하는 음압격리 병실로 구성된 50병실(중환자 8병동·일반 40병동·외래 2병동. 비상시에는 중환자 16병동·일반 32병동·외래 2병동) 규모의 권역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에 개소 당 450억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2017년 정부가 마련한 권역 감염병 전문병원 사업 안내에서는 공모대상을 3개 권역(중부·영남·호남) 소재 종합병원 또는 상급종합병원으로 제한했고, 수도권(서울·경기·강원) 지역은 중앙 감염병 전문병원에서 담당하는 것으로 지침을 정했다. 병상도 36병상(중환자 6병상·일반 30병상)으로 축소됐다.

 

그마저도 관련 예산이 계속해서 삭감되고 정책이 후순위로 밀려나 사업이 마련된 지 3년이 지난 현재까지 국내에 운영 중인 감염병 전문병원은 없다.

 

20172월 국립중앙의료원(이하 NMC)8월 조선대병원이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지정되긴 했으나 NMC는 서초구 원지동에 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과의 마찰로 인해 첫 삽을 뜨지도 못했다.

 

2018년이 돼서야 겨우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가 끝났지만, 최근에는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경부고속도로 소음 때문에 해당 부지에 병원 건물을 세우는 것이 부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소음환경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다시 멈춰섰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NMC의 감염병 전문병원 구축사업 예산은 당초 399억원에서 51억원으로 6배나 넘게 삭감됐다. 현재 NMC는 제한적이나마 중앙감염병원의 기능과 역할을 임시방편으로 수행하고 있을 뿐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23일 중앙임상위원회는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코로나19 사태에서 국립중앙의료원이 확대된 역할은 위기상황 발생에 따른 임시적 성격이 있는 만큼 중앙감염병원 설립을 신속하게 추진해 신종감염병 의료체계 중추로서 그 기능을 상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대 감염병 전문병원도 당시 국비 298억원을 지원받아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문을 열 계획이었지만 예산 확보 과정에서 애를 먹어 사실상 완공도 어렵게 돼 결국 2023년으로 운영이 연기됐다. 구축을 위해 편성된 예산이 3년째 제대로 집행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국회 예결위(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지난달 17일 국회에서 권역 전문병원 구축을 위해 2017년부터 편성된 예산이 대부분 집행되지 못했다국내에서 감염병 전문병원이 실치된 선례가 없어 전문병원 기준 수립과 총사업비 확정에 장기간이 걸렸다고 지연 이유를 설명했다.

 

조선대병원은 정부로부터 권역 감염병 전문병원 구축사업으로 201714억원의 예산을 편성받고, 2018년에는 282200만원이 전액 집행됐지만, 실제 집행으로는 이어지지 않고 이월돼 2년 동안 422200만원을 사용하지 못하고 날린 셈이 됐다.




조선대병원 측은 사업부지 확정과 개원준비 과정이 예상보다 길어졌다코로나19 여파로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의 시급성이 제기된 만큼 최대한 서두를 것이라고 해명했다.

 

인천과 제주는 어떻게?

 

인천과 제주권역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이 국회 예결안 추경안 심사에서 제외돼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이번에도 설립이 무산됐다. 인천·제주권역 감염병 전문병원은 감염병 국가지정병상이 대신 그 역할을 하며 추후 검토하는 것으로 정했다.

 

최근 해외유입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국제공항이 있는 인천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방문하는 국제관광도시 제주에 감염병 대응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충분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는 일부 신중론이 정치권에서 엇갈렸다.

 

충남대 연구진도 2016년 연구결과를 통해 미국 뉴욕, 영국, 독일 베를린, 일본 도쿄 등의 해외 주요 공항도시는 주민들의 접근성 보장과 정서를 고려해 권역별로 응급의료 체계를 갖춘 감염병 전문병원을 분산해 설치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현재 인천은 인천적십자병원, 인천의료원, 가천대 길병원, 인하대병원 총 4곳을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했다가 인천적십자병원이 지정 보류돼 3곳만 지정한 상태다.

 

이마저도 가천대 길병원과 인하대병원은 일반환자 진료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는터라 사실상 인천의료원이 전담해 감염병 전문병원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인천의료원은 현재 병원 내 모든 환자를 인근 병원으로 옮긴 뒤, 음압병실로 전환한 일반병실까지 총 68개의 격리병상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의료 인프라와 의료진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에는 병원 직원(물리치료사)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가천대 길병원 엄중식 감염내과 교수는 226일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메르스 이후에 감염병 전문병원 중앙병원과 권역별 중심병원을 적어도 4~5개 이상을 만들 것이라고 계획했는데 전혀 진행이 안 됐다다시 논의를 시작해서 추진을 빠르게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제주도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제주 권역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필요성이 부각됐지만 두 번이나 무산됐다. 현재 제주대병원과 제주한라병원이 중증응급진료센터로 지정돼 운영되고 있을 뿐이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제주는 관광객의 왕래가 빈번한 관광도시여서 신종 감염병 유입 우려가 높고 한번 발생하면 파급 효과가 크기 때문에 감염병 전문 병원이 반드시 필요하다제주의 감염병 대응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국회에서도 적극 협력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 병원 건립 추진 변함 없어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 신규 2개소 구축에는 올해 본예상 38억여원과 추가경정예산 45억여원이 더해져 총 84억여원이 투입된다.

 

지난달 17일 추경 과정에서 3개 권역만 지정된 것에 대해 고형우 보건복지부 재정운용담당관은 당초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은 정부안이 2(영남·중부), 기존에 있던 1(호남)에 이번 2개를 더해 추경안으로 올라갔다상임위에서 2(인천·제주)가 더 추가돼 4개안으로 제시됐지만 최종적으로 2개만 인정됐다고 말했다.

 

이어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을 설치하려면 예비타당성조사를 해야 하는데, 3개는 이미 타당성 조사가 이뤄졌다면서 나머지 2개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기존의 1개를 포함해 최종 3개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해 전반적인 논의가 멈췄을 뿐 감염병 전문병원 추진에는 변함 없다는 입장이며, 중앙 감염병 전문병원 부지 확보 등을 신속하게 추진할 방침이라고 논란을 일축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 윤태호 방역총괄반장은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신속하게 논의가 진행됐다가 코로나19로 전반적인 논의가 멈춰진 상태라며 중앙 감염병 전문병원 부지를 조속하게 확보해 추진한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