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교수님, 만약 정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PRC위원, SRC위원 추천 또는 참여 요구가 있을 경우에는 단호하게 거부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최대집 회장이 의과대학 교수들에게 27일 보낸 서신, ‘정부의 분석심사 시범사업 강행에 대한 입장과 담부의 말씀’에서 이 같이 강조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은 지난 8월1일부터 분석심사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분석심사 선도사업에 포함된 질환이나 수술은 총 5개로 고혈압, 당뇨병, 만성폐쇄성폐질환, 천식, 슬관절치환술이다. 이중에서 슬관절치환술은 종별에 관계없이 모두 분석심사의 대상이 됐으며, 나머지 4개의 질환들은 의원급 의료기관들에 한해서만 분석심사의 대상이 됐다.
심평원은 또한 시범사업을 위한 위원회 구성에 나서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분식심사는 전문가로 구성된 PRC(전문가심사위원회, Professional Review Committee), SRC(전문분과심사위원회, Special Review Committee)가 중추적인 역할을 맡게 되어 있다.
이에 의협은 분석심사 전면거부를 선언하고 심사평가원의 위원 추천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개별 학회 및 지역의사회, 대한병원협회 등에 개별적인 요청을 통하여 위원회 구성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의협 최대집 회장은 서신에서 “심사체계 개편은 반드시 근본적인 진료 환경의 개선이라는 전제 하에, 정부의 필요가 아닌 우리 의사들의 요구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분석심사 시범사업은 의료계의 참여 없이는 절대 성공할 수 없는 것인 만큼, 교수가 (불참으로) 힘을 실어주면 협회는 의료계의 일치단결된 역량을 통하여 정부를 압박하고 제도를 원점에서 재논의하여 진료 현장의 목소리가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신에서 최대집 회장은 그간 의협이 심평원에 심평의학의 개선을 제안했지만 오히려 더 강화한 것이 분석심사라고 지적했다.
최대집 회장은 “의료계는 그동안 정부가 정한 건강보험 심사기준이 의사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에 우선하는 이른바 ‘심평의학의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이에 정부는 ‘분석심사’를 적용하면 의사의 전문성을 존중하는 심사체계의 개선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 그러나 이는 사실상 의료비용의 통제를 위해 ‘질 평가’라는 새로운 심사 수단을 적용함으로써 오히려 심사의 범위와 심평원의 권한을 확대하고, 궁극적으로는 의사의 소신 진료와 환자를 위한 최선의 진료를 저해할 우려가 크다고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협회는 정부의 분석심사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의료계와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한 시법사업의 중단과 재논의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분석심사는 의료비 지출을 통제하려는 수단이기 때문에 의협은 반대한다고 했다.
최 회장은 “환자를 위한 최선의 양질의 진료는 누구보다 바로 우리 의사들이 요구하는 바이다. 하지만 다른 OECD 국가들과 비교하여 비상식적으로 낮은 의료수가와 각종 불합리한 건강보험 급여기준과 같은 열악한 진료 환경의 근본적인 개선 없이 기존의 문제는 그대로 방치하면서 새로운 평가항목을 도입한다고 해서 심평의학의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더군다나 최근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통한 정부의 급진적 보장성 강화 정책, 이른바 ‘문재인 케어’로 인한 막대한 재정 지출로 인해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분석심사는 본래의 목적을 벗어다, 의료비 지출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