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범국가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의료선진화 정책’은 과연 어떻게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할까? 메디포뉴스는 창간1주년 기획특집으로 '의료선진화'와 관련, 전문가들의 견해를 통해 바람직한 정책방향과 문제점 및 대응방안을 살펴 보았다.
미래 한국경제를 이끌어갈 신 성장 동력으로 보건의료서비스 산업이 부각되면서 의료선진화를 위한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정부도 보건의료서비스산업을 선진화해 차세대 성장엔진으로 삼는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제약업계는 정부의 의료선진화 방안 중 다음 두 가지에 주목하고 있다. 하나는 의료제도, 의료기술, 의료체계, 의료수가 등 여러 가지 문제들 중에서 발전 여지가 큰 기술부문을 우선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제약, 의료기기, 의료서비스가 한데 모여 상호 시너지를 발휘하도록 육성하겠다는 점이다.
보건의료서비스산업을 이루는 제약, 의료기기, 의료서비스 부문의 협력을 통한 시너지 창출 사례는 임상시험에서 찾을 수 있다. 고급인력과 첨단장비, 풍부한 임상치료 노하우를 보유한 국내 임상시험의 경우 세계적으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외국 제약기업들의 국내 임상투자는 2000년부터 시작됐다. 이후 의료기관의 임상시험 건수가 대폭 증가하고 있고 외국 제약기업들의 시험결과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지고 있다. 이는 임상부문을 더 발전시키고 나아가 보건의료서비스산업을 선진화하려면 제약, 병원, 의료기기의 전반적인 수준이 함께 높아져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
보건의료서비스 산업의 한 축을 이루는 제약산업의 선진화는 의약품 품질관리와 연구개발 부문에서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
약화사고 사전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의약품 품질관리 부문에서는 1998년 KGMP(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2002년 BGMP(원료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와 KGSP(의약품 유통관리기준)를 전면 실시해 왔다. 올 9월부터는 DMF(원료의약품 등록제도)를 본격 실시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KGMP 시설 재평가 의미가 담긴 차등평가관리제도가 실시될 예정이어서 선진국 수준의 품질관리제도를 확보하게 된다.
1987년 물질특허제도의 도입은 국내 제약업계가 연구개발의 선진화에 발동을 거는 계기로 작용했다. 1980년 후반 개량제법에 의한 특허획득과 특허기술의 해외 수출 성과는 연구개발부문의 선진화를 가속화시켰다. 2000년대 들어서 연구개발의 결실을 맺기 시작하여 무려 13개의 신약을 개발하는 성과를 이루었고 2003년에는 LG생명과학의 항생제 팩티브가 FDA 승인을 취득하여 우리나라를 세계 10번째 신약개발국으로 올려놓았다.
그러나 세계시장 진출 채비를 서두르고 있는 제약업계는 국제적 기준의 의약품 제조기준 확립 및 시설확보,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과의 임상자료 상호인증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또 열악한 신약개발 인프라와 기업규모의 영세성에 따른 연구개발투자비의 절대적 부족을 극복해야 한다.
따라서 의료선진화 방안을 추진하는 초기에는 임상시험 인프라 확충 등 신약 부문을 집중 지원하고 제약회사와 병원간 컨소시엄을 지원하는데 우선권을 주어야 한다.
또 정부의 인․허가나 특허분야의 역량강화를 통해 산업 선진화를 신속 지원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인․허가 전문인력 확보, 인․허가 기준 평가체계 확충, 임상시험기관 유치 등 임상시험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선진화 방안 중 발전 여지가 큰 기술부문을 우선 발전시키겠다는 전략 또한 보건의료서비스산업의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 등으로 일부 의료 및 생명과학 분야에서 세계적 기술을 확보하고 있지만 보건의료서비스 산업은 아직도 미흡한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전체의 석 박사 학위 취득자 가운데 매년 15-20%가 의료 제약분야에서 배출되고 있는데도 국내 산업에서 이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3%에 불과하다고 정부는 밝히고 있다.
보건의료산업이 이들 우수한 인력을 잘 활용하여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
생명을 다루는 보건의료서비스산업은 우리사회에 주는 혜택 그 자체로서 전략산업으로 육성해야 할 당위성이 있다. 세계 주요 국가에서 의료의 시장원리 패러다임이 이미 전개되고 있고 보건의료 부문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보건의료서비스산업에 대한 국제적 추세에서 가장 뚜렷이 목격되는 것은 많은 선진국들이 제약산업과 생명공학분야에 집중적인 투자와 지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생명공학 부분의 경우 제약산업, 의료기기산업, 진단기술 및 인간유전체를 이용한 신치료산업 등 새로운 미래산업이 모두 망라되어 있다.
현재 3개 의료분야의 선진국 대비 경쟁력은 의료서비스가 76%, 제약이 50~60%, 의료기기가 53% 수준이다. 의료서비스의 역량과 경험이 제약산업과 의료기기 분야에 투입되어서 경쟁력을 높이면 제약과 의료기기 분야는 수출산업화를 통해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제약과 병원이 신약개발을 위해 상호 협력해 나간다면 제약산업과 의료서비스 산업 모두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미래학자들은 BINT신기술 융합산업의 꽃인 제약산업 육성을 통해 신약개발력을 갖추는 것이 곧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바이오신약 분야는 세계적으로 초기시장이며 일부 기술은 우리도 세계적 수준이므로 개발경쟁력을 보유할 수 있다.
보건의료서비스산업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이때 정부와 의약계, 그리고 학계의 연구역량과 자원을 총 결집시켜 BT분야 산업화를 촉진해야 한다. 이것이 보건의료서비스산업의 선진화를 이루는 첩경이다.
신 석 우
한국제약협회 전무이사․이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