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 구급 응급 재난 분야에 종사하는 응급의학, 재난의학, 응급구조학 전문가들이 최근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소방방재청을 해체하고 소방재난본부로 운영하는 것을 골자로 한 ‘재난대응을 위한 정부조직 개편’에 우려를 나타냈다.
정부는 이번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재난 대응을 위한 초기 대응능력을 고도화하고 정부 조직을 통합 일원화해 초기에 구조구급활동을 완벽하게 수행하겠다는 정부조직 개편의 기본 목적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대한재난의학회, 대한응급의료지도의사협의회, (사)한국응급구조학회(이하 응급단체들)는 20일 “17개 시도의 지방소방조직을 통합 운영하던 소방방재청을 해체하고 일개 소방재난본부로 운영할 경우 어떻게 재난지역을 통합 지원할 것인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응급단체들은 최근 세월호 침몰사고 발생 직후 정부가 보여준 초기 구조와 구명 능력은 전 세계 10위권 경제력을 가진 나라 수준으로 보기 어려운 완벽한 실패였다고 진단했다.
세월호 참사 동안 현장 의료지원을 나선 응급의학 재난의학 응급구조학을 전공한 전문가들로서는 현장에서의 무질서와 무력감을 실제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모든 희생자들이 결국 시신으로 발견되는 현실에서 좌절감을 느껴야 했다는 것.
응급단체들은 “해양 재난에 대해 사전에 미리 검토하고 논쟁하지 못한 부족함에 송구하기 이를 데 없었지만 다행히 국가개조 수준에서 이번 참사를 계기로 안전한 시스템을 정착하겠다는 정부의 기본 방침에 대해 늦었지만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가안전처를 신설하기 위해 기존 조직 안전행정부, 소방방재청, 해양경찰청의 기존 질서를 폐지하고 새로운 조직으로 틀을 구성하는 것에 대해 기본적으로 동의하며 일사분란한 행동과 집행을 수행하기 위해 단일한 조직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에 정부가 제시한 기본 정부조직 개편의 기본방향은 이상할 정도로 애초의 목적과 괴리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응급단체들이 가장 먼저 지적한 것은 이미 17개 시도로 운영되고 있는 지방소방조직을 통합 운영하던 소방방재청을 해체하고 일개 소방재난본부로 운영할 경우 중앙정부가 유사시 어떻게 재난지역을 통합 지원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을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응급단체들은 “기존의 안전행정부의 관련 조직을 이관하고, 소방방채청을 분산하고, 해양경찰청을 이관하여 만든 조직이 현장 대응에서 무엇이 달라질지 잘 알기 어렵고 현장 대응을 위한 실제 능력은 변하지 않은 채 신속한 의사 결정이 생명인 재난 대응체계에서 또 한 번 옥상옥을 만드는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번 정부조직 개편에 대해 정부와 국회는 물론 학계에서도 여러 가지 의견이 제출되고 있는 상황.
응급단체들은 “그러나 이번 조직 개편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심각한 문제를 보여주고 있다”며 “구조 구급 응급 재난 분야 종사자로서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첫 번째 문제로 지적한 것은 첨단 장비와 기술력으로 무장해 초 단시간 내에 응급상황에 대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다.
응급단체들은 “과학기술적으로 집약된 재난구조 및 구명 활동 능력이 현저히 부족한 것이 이 이번 세월호 참사의 핵심 문제”라며 “육상에서 발생하는 재난에서도 소방조직이 과연 첨단 장비와 기술력으로 무장해 초 단시간 내에 대응할 수 있을까에 대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정부조직 개편의 기본 방향은 집중적이고 통일적인 현장대응능력을 확보하고 기존 소방방재청의 취약성을 극복하고 중앙정부가 운영가능 한 핵심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적”이라고 강조했다.
즉, 소방방재청 산하에 현재 운영되고 있는 199 중앙 구조단을 확대할 뿐 아니라 첨단 기술력과 전문인력을 갖춘 중앙 119 화재단, 중앙 119 구급단을 추가로 편성해 유사시 대규모 재난에 직접 투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응급단체들은 “이는 대부분의 시도 지방정부 소방본부가 취득하기 어려운 핵심 기술력과 과학적 대응력을 중앙정부가 상시 보유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러한 상설 중앙 동원역량이 확보될 때 이번 세월호 참사처럼 재난 대응조직이 없는 민간 전문 잠수사를 찾아 나서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재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응급단체들은 “중앙정부의 재난대응능력은 몇몇 행정 인력의 통합으로 달성되기 어협다”며 “이런 점에서 소방방재청을 해체하고 수직 계열화하는 조직개편 방안은 기존의 대응능력 조차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오히려 3000-5000명 규모의 중앙 상비 화재구조구급 역량을 확대하고 이를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소방방재청을 확대 개편하는 것이 현장 대응능력을 강화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전문가적 입장을 나타냈다.
응급단체들이 이번 정부조직개편의 문제점으로 두 번째로 지적한 것은 지방의 재난대응능력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없다는 것.
현재 지방자치화 되어 있는 재난대응능력은 인적 재정적 한계로 인하여 고도의 과학적 역량과 기술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조직개편의 핵심은 어떻게 지방재난대응능력을 강화하고 나아가 유사시 중앙정부가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통제할 것인가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목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응급단체들은 “현재 지방정부는 여러 가지 재정적 한계 때문에 재난대응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데 심각한 한계가 있다”며 “재난 현장에서 생명을 구조하는 전담 구조인력도 부족하지만 막상 구조된 환자를 즉각 적시에 응급처치를 제공할 수 있는 인력도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아직도 많은 구급대는 1급 응급구조사가 탑승하지 못한 채 운행되고 있고, 구급대원이 1명씩 탑승하는 나홀로 구급차도 여전한 현실.
이러한 구조구급역량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이 없이 중앙정부 조직을 이리저리 바꾸면 실제 구급차에 전문인력이 더 타게 되고 구조된 환자를 구명할 수 있을지 심각하게 우려된다는 것이다.
응급단체들은 “이번 정부 조직개편은 바로 지방 조직의 재난 대응능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방향 하에서 추진되어야 할 것”이라면서 “지방정부의 재난대응 조직에 대한 중앙정부의 법적 제도적 지원방안 특히 인력 운영에 대한 제도적 지원방안을 제시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국가개조로 수행되는 재난안전 정부조직 개편은 국민 모두의 안녕과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과정일으로 중앙행정조직 일부의 개편으로 달성될 문제가 아니다. 더구나 공직사회의 만연한 자기조직 살리기의 행태가 재현되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다음은 대한재난의학회, 대한응급의료지도의사협의회, (사)한국응급구조학회가 20일 밝힌 성명서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