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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누구를 위한 예산편성인가?

저소득층 건강지원 1500억 삭감을 걱정하며

16일 정부는 또 한 번 큰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이젠 술에 물탄 듯 물에 술탄 듯 아무렇지도 않은 형국이라 표시도 안 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어 짚어보고자 한다.

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국정운영의 큰 틀을 밝혔다. 우여곡절 끝에 등장한 정운찬 국무총리가 대독한 시정연설에서 이 대통령은 서민을 따뜻하게 하고 중산층을 두텁게 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지금까지 정부는 금리 인하와 통화스와프 체결,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 등을 실행해왔다며, 국민과 기업, 국회가 모두 노력한 결과 현재 위기 극복의 모범국가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서민을 위해 복지예산을 늘리고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한편, 선진일류국가 건설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 규제개혁과 법제도 개선 등 사회 전반에 걸친 개혁조치를 추진해왔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친 서민 중도실용 정책의 지속적인 추진 의지를 거듭 표명했다. 이를 위해 서민과 중산층에 대한 세제지원을 확대 지속하는 한편, 희망근로사업과 청년인턴제 등 취업취약계층을 위한 일자리 지원 사업을 내년까지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해선 단순한 토목사업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이 내년도 복지예산을 발표한 것은 이 대통령의 의지와 상반된 내용이 많다. 즉, 2010년도 예산안의 복지분야 비중 증가를 강조하면서 '친서민 예산'을 외치고 있지만, 저소득층의 건강권과 직접 관련되는 예산은 올해에 비해 늘어나기는커녕 1,500억 원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건강세상네트워크는 2010년도 보건복지가족부 예산안 중 의료급여 수급자 또는 차상위계층의 의료이용 및 건강관리와 관련된 예산 항목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결과적으로 건강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게 될 예산안"이라고 비판했다.

이를 항목별로 구분하면, 기초생활보장수급권자와 국가유공자, 탈북자, 행려환자, 이재민 등에게 의료비를 지원하는 의료급여 예산의 경우, 정부는 내년 예산으로 3조 8041억 원을 신청했다.
이는 2009년 예산 지출 추정액 3조5106억원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로 보이지만, 정부는 이 중에서 3039억 원을 재정절감키로 했다. 따라서 실제 지출할 예산은 3조 5002억 원이고, 이는 올해에 비해 0.3%, 104억 원이나 줄어든 액수다.

또 갑작스런 질병, 실업 등으로 위기 상황에 처한 가구에 긴급하게 생계, 의료, 주거 등을 지원하는 긴급복지 예산에서 의료지원비도 복지부가 제시한 528억원에서 429억원으로 99억원 가량 줄었다. 아울러 복지부가 저소득층 가운데 중한 질병에 걸려 기초생활보장 대상자로 지정될 우려가 있는 이들에게 한시적으로 의료급여 지원을 해주기 위해 새로 요청한 ‘탈빈곤 지원 의료급여 확대’ 예산(323억원)과 ‘의료안전망 구축’ 예산(622억원) 등은 전액 삭감됐다. 이와 함께 저소득층 암 환자 가운데 성인에 대한 의료비 지원 예산은 복지부가 188억 원 가량을 요구했지만 정부 안은 175억 원으로 13억 원 가량 줄었다.

이에 대해 김창보 건강세상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들어 부자 감세로 세수가 줄어든데다 ‘4대강 사업’ 등 대규모 토건사업에 예산이 집중되면서 저소득층에 대한 의료 지원 예산마저 줄었다”며 “아파도 경제적 부담으로 병원에 가기 힘든 저소득층을 두 번 울리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지난 7월 예산안을 짤 때 의료급여 대상자를 173만8000명으로 예상했으나, 10월에 조정된 안에서는 174만5000명으로 대상자가 7000명 늘었다. 그런데도 관련 예산은 복지부가 7월에 밝힌 필요 예산 3조7166억 원보다 2164억원이 줄어든 3조5002억 원으로 삭감됐다. 의료급여란 주로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들의 의료지원을 위해 정부가 지원하는 급여다.

결국 정부의 서민의료비 104억 원 삭감은 의료급여 예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본진료비가 절감 대상이 될 것이다. 이는 의료급여 수급자 진료비에서 지출을 줄이라는 의미이고, 수급권자들의 진료 횟수나 약 먹는 횟수를 줄여 수급권자들의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 분명하다.

식상한 말이지만 위정자는 국민의 거울이라 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서민정책이 청계천의 물길을 수놓는 화려한 불꽃에 그치지 말고 언제나 벌과 나비들이 찾아오는 아름다운 꽃처럼 피부에 와 닿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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