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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나이·연령 따른 ‘패혈증 사망위험’은?…국내 진료지침도 필요

서지영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교수

패혈증으로 인한 사망 원인에 성별과 나이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특히 이번 연구는 2019년 9월부터 2021년 12월 사이 19개 병원 응급 병동에서 패혈증 및 패혈 쇼크로 진단된 19세 이상 성인 환자 6442명을 대상으로 환자 나이와 성별에 따른 병원 내 사망률을 분석한 연구로, 어떠한 데이터보다 우리나라의 특성과 환경을 가장 잘 반영한 연구 데이터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메디포뉴스는 이번 연구를 어떠한 계기로 진행하게 됐으며, 연구 결과를 보다 자세하게 들여다보고, 현재 우리나라에서 참고하고 있는 패혈증 관련 진료지침에 어떠한 한계가 있는지 등을 알아보고자 이번 연구를 발표한 사람 중 1명인 서지영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호흡기내과 교수(대한중환자의학회 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Q. 패혈증의 사망 위험이 나이·성별 따라 다르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이번 연구에 착수하게 된 계기·이유는 무엇이며, 연구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됐나요?

A. 패혈증은 폐렴과 요로감염 등 감염증에 의해 유발된 환자들의 면역반응이 조절되지 않아 오히려 환자 본인의 장기를 손상시켜 생명이 위협받는 상태를 지칭합니다. 

전세계적으로 주요 사망원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에 대한 기초 역학자료가 부족했던 상황으로, 이에 대한중환자의학회에서는 2018년 한국패혈증연대 (Korean Sepsis Alliance)를 조직해 패혈증 환자들의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2019년부터는 질병관리청의 용역사업으로 패혈증에 대한 전향적인 데이터베이스를 확립해 지금까지 2만명의 가까운 양질의 패혈증 환자에 대한 자료를 확보했고, 이번 연구도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이때, 지금까지 성별에 따른 패혈증 사망에 대한 연구들은 남자들이 사망률이 높다는 연구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는 연구들도 있었기에 혹시 나이에 따라서 성별의 영향이 다를 수 있다는 가정 하에 한국패혈증연대 자료를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Q. 연구 결과에 대해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연구 결과에 대해 설명드리면 성별에 따른 패혈증 사망에 대한 영향이 나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습니다.

우선 전체적으로는 남자의 사망률이 높았습니다. 특히, 전체 환자 사망률을 성별에 따라 비교했을 때 사망 위험도는 남성이 여성보다 상대적으로 115%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에 19세부터 50세 사이의 젊은 연령층에서는 흥미롭게도 남성 환자의 사망률이 여성 환자의 사망률의 57%에 불과했습니다. 

또한, 남성에서는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사망률이 증가하는 경향이 뚜렷했지만, 여성에서는 80세까지는 연령 증가에 따른 사망률 증가는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성별에 따라 감염 경로도 달랐습니다. 

호흡기 감염은 각각 남성 53.8%와 여성 37.4%로 남성에게 더 많았으며, 요로 감염은 남성 14.7% 와 여성 29.8%로 여성이 2배 이상 더 많았습니다. 

더불어 19세부터 50세 사이 환자군에서 호흡기 감염으로 인한 입원 중 사망률을 성별로 비교했을 때 남성의 상대 위험도가 29%로 현저히 낮은 특징을 보였습니다.

이번 연구는 성별에 따라 생물학적 현상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증명한 연구로,  이번 연구에서 증명된 현상이 우리나라 환자들에게서만 국한돼 관찰되는 특징인지 다른 나라 환자들에서도 적용되는 인류의 공통적인 특징인지는 앞으로 타 연구자들의 후속연구로 밝혀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Q. 연구 과정에서 어려운 점 등은 없었나요?

A. 우선 이번 연구는 양질의 대규모 자료 축적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연구였을 것입니다. 

특히, 이번 연구에 사용된 자료는 한국패혈증연대의 회장인 임채만 교수님를 비롯해 이 자료를 모으는데 수고해주신 한국패혈증연대의 모든 연구자분들의 피와 땀이 들어가 있는 자료입니다. 

자료를 모으려면 인프라가 필요한데 대한중환자의학회에서 시작할 수 있게 도와주셨고, 질병관리청도 패혈증 관리에 중요성을 인정해주셔서 용역사업을 시작 및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런 자료들이 제대로 모아지고 있는지 관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 부분은 삼성서울병원 임상역학센터 조주희 교수님과 강단비 교수님께서 큰 역할을 해주셨습니다. 

이렇듯 여러 전문가들의 노력과 협업을 통해서 만들어진 자료로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어 뿌듯합니다.


Q. 표준화된 패혈증 진료지침 정립을 위한 근거 창출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현재 패혈증 진료지침은 없는 상황인가요? 만약에 있다면 어떠한 문제점이 있어 새로운 지침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신 건가요?

A. 현재 패혈증 지침은 미국중환자의학회와 유럽중환자의학회에서 발표한 Surviving Sepsis Campaign이 가장 유명한데, 우리나라 진료환경에 맞는 진료지침은 없는 실정입니다. 

이웃나라 일본만 해도 패혈증 진료지침을 오래 전에 발표했고 이를 개정한 바 있을 정도로 각 나라의 의료시스템은 다르기 때문에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지침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고유의 자료가 필요한 것이고, 이를 토대로 근거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다행히 질병관리청이 도움이 주셔서 현재 한국패혈증연대가 중심이 되어 지침을 준비하고 있고, 올해 세계패혈증의 날 전후로 이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이번 지침에 한국패혈증연대가 지금까지 발표한 논문들의 결과도 반영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Q. 앞으로의 연구 방향 및 진료지침 마련 계획 등에 대해 부탁드립니다.

A. 앞으로 한국패혈증연대에서는 우리나라 패혈증 환자들의 조기 발견하고, 절절한 치료의 조기 적용을 통해 환자들의 치료결과를 향상시키고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한편, 이를 정책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근거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가려고 합니다.


Q. 그밖에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신가요?

A.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중환자실이라는 진료공간의 중요성을 국민 여러분들은 많이 느끼셨을 것입니다. 

패혈증은 중환자실에서 반드시 치료해야 하는 대표적인 질환으로, 코로나19 환자들도 결국은 패혈증에 의한 장기부전으로 사망하시게 된 것입니다. 

따라서 일상으로 돌아가는 이 시점에서 우리 사회는 의료적인 측면에서 우리나라 사회가 어떤 점이 부족했었던 것인지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거기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며, 저는 그것이 우리나라도 선진국 답게 선진국에 걸맞는 중환자진료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평소에도 환자들이 존엄성을 유지하며 양질의 중환자 진료를 국민들이 받을 수 있고, 또 다시 코로나19와 유사한 새로운 감염병이 유행하더라도 거기에 유연하게 대처를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런 점에 대해서 지속적인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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