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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학병원 의사도 CDI 위험성 제대로 인식 못 해”

정부, CDI에 대한 R&D 지원 통해 정확한 역학조사 필요

“대학병원의 다른 과에서조차 설사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도 심지어 원인 파악조차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 환자의 증상이 악화돼야지만, 감염내과 혹은 소화기내과로 보내는 것이 우리나라 대학병원 CDI 관리 실정이다” 

이재갑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달 30일 우리나라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감염증 (Clostridium difficile infection: CDI) 관리 문제를 지적했다. 



이 교수에게 ▲우리나라 대학병원 내 CDI 관리 현황 ▲정부의 역할에 대해 들어봤다.  

-CDI에 대한 의료진의 인식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이 부분이 사실 걱정이다. 외과 수술 중 장 수술도 CDI의 위험 요소(risk factor)로 들어간다. 외과 계열 의사들도 항생제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그쪽 레지던트의 인식 수준도 환자들이 설사를 하면 왜 설사를 하는지 잘 모른다. 환자의 증상이 악화돼야지만, 감염내과, 소화기내과로 보낸다. 그때부터 원인분석을 들어가고, 감염내과에서 다른 과 레지던트에게 설사 원인을 알리고, 방법을 지시해 C. difficile 검사를 내라고 말해 주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병원의 다른 과에 있는 의사들도 이런 실정인데, 다른 병원에 있는 선생님들을 (오죽할까 싶다.) 심지어 다른 병원의 선생님들이 설사가 심해서 전원된 경우가 상당히 많다. 특히, 요양병원에서 설사가 오랫동안 지속된 것을 방치한 CDI 환자가 장이 퉁퉁 부어서 아예 설사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병원으로 온 환자들도 있었다. 설사도 안 나와서 장이 터지기 직전인 환자가 오기도 했다. 이런 경우 장 절제 등 외과적 수술을 고민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CDI에 대한 우리나라 인식도가 많이 떨어진다. 감염관리 우선 순위에서 카바페넴내성장내세균속균종감염증(Carbapenen-resistant Enterobacteroceae: CRE), 반코마이신내성장알균(Vancomycin-resistant enterococci: VRE) 감염증에 밀리다 보니, 병원 자체에서도 이 질환에 대한 관리 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못 하다. 

-우리나라는 CDI 감염관리를 위해 어떤 체계를 갖춰야 할까? 

미국은 CDI 감염비율 데이터를 모두 공개하는 체계이므로 감염관리가 철저하게 이뤄진다. 때문에 병원 간 CDI 비율을 낮추기 위한 공공연한 경쟁 구도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미국의 체계를 우리나라가 그대로 따르긴 현실적으로 힘들다. 미국과 같은 체계를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병원은 감염 관리(검사) 자체를 안 해버릴 우려도 있다. 

우리나라는 CDI 환자를 접촉 격리하는 것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VRE, CRE 환자가 워낙 많아 쉽지 않다. 우리병원만 보더라도 VRE 환자 25명, CRE 환자 3명, 결핵 환자 3명이다. 현재 감염관리병동에는 VRE, CRE 환자 관리만 해도 역부족이다.   

-우리나라 CDI 환자 수가 어떻게 되나?

심평원은 자료를 봐야 될 것 같다. 우리병원에서 5개월 데이터를 뽑았는데, 생각보다 환자 수가 많아서 숫자를 보고 놀랐다. 공식적으로 숫자를 알리긴 어렵다. 우리가 뽑은 환자 수는 물론 중증 환자뿐만 아니라 감염이 돼도 무증상인 환자도 포함도 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CDI에 대한 정확한 역학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전국 규모의 환자 수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 

-정부가 CDI와 관련해 내 놓을 수 있는 해결책은 무엇인가? 

피닥소마이신(fidaxomicin)과 같은 새로 개발된 약제 도입이 시급하다. 중증 환자는 병증 진행이 악화될 경우 쓸 수 있는 모든 약제를 다 써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반코마이신을 쓸 수 없는 중증 환자의 경우 극단적으로 장이 너무 심하게 부풀어 올라 장 절제술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가이드라인에서 공식적으로 명시돼 있는 방식은 아니지만, 메트로니다졸이나 반코마이신으로 치료가 어려운 환자 대상으로 화이자에서 나온 타이가실(성분명: 타이제사이클린)이 CDI 치료에 효능이 있을 것이라는 일부 의료진의 의견도 있다. 

약물 도입에 있어서 급여를 폭넓게 인정해 주는 부분도 필요하다. 중증 환자 대상으로 피닥소마이신과 같은 약물 도입이 시급하다. 중증 환자 수가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에 의료재정 부담까지 이어지진 않을 것이다 MSD가 개발한 단클론항체(monoclonal antibody)도 가격이 비싸, MSD 측에서 우리나라에 도입할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약제도입 외에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C.difficile을 연구하는 인력 자체도 우리나라 좁은 편이다. R&D 강화를 통해 역학(epidemiology) 연구가 필요하다. 개별병원의 연구 자료는 많이 나와있지만 병원 전체를 볼 수 있는 전향적인 자료는 부족한 실정이다. 전수 조사 형태로 조사가 잘 안 돼, 국내 역학 연구도 시급하다. CDI에 대한 관심을 높여, 이를 토대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책이 마련돼야 병원들도 CDI 대응에 변화를 보일 것이다. 

구체적으로 의료감염 감시체계(KONIS) 모듈 안에 C.difficile을 넣어 각 병원의 발병률 상태를 모니터링 하는 방식을 취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KONIS를 통해 다른 병원의 C.difficile 모듈과 비교가 가능해 질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진 병원명과 감염률을 완전히 공개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