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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병원 감염문제, VRE와 CRE 말고 CDI도 있다

이재갑 교수로부터 듣는 CDI의 특성, 심각성, 치료법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감염증 (Clostridium difficile infection: CDI)은 2000년대 이후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전파됐다. 현재 미국에서는 병원마다 의무적으로 CDI 감염 비율을 보고해 CDI 감염 관리에 역량을 쏟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CDI에 대한 인식도가 떨어져 병원 감염관리 우선순위에서도 카바페넴내성장내세균속균종(CRE) 감염증(Carbapenen-resistant Enterobacteroceae), 반코마이신내성장알균(Vancomycin-resistant enterococci: VRE) 감염증에 밀려 CDI 감염문제에 대한 심각성이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 메디포뉴스는 지난달 30일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에서 이재갑 감염내과 교수를 만나 ▲CDI 질환이란 무엇이고, ▲CDI 질환의 심각성 ▲CDI 치료법에 대해서 들어봤다.[편집자주]



- CDI란 어떤 질환인가?

우리 장 내에는 수많은 균(bacteria)이 존재한다. 이렇게 수 많은 균 중에 Clostridium 균주는 혐기성 세균으로, 다른 균에 비해 항생제 내성이 강하다. 즉, 항생제를 써도 잘 살아남는 특성이 있다. 우리가 다양한 감염성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항생제를 쓰면, 우리가 원하는 균만 죽는 것이 아니라, 장내 유익균(몸에 이로운 균)도 죽게 될 수 있다. 즉, 항생제를 오ㆍ남용하게 되면 자칫 장내 미생물 환경에 유익균의 수가 줄고, 항생제 내성이 강한 유해균인 Clostridum 균주가 과다증식 하게 되는 불균형(dysbiosis) 상태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불균형의 결과로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Clostridium difficile)이라는 유해균이 과다증식 하게 돼, 설사 등을 일으키는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감염증 (Clostridium difficile infection: CDI)에 걸릴 수 있다. 환자들마다 잠복기의 차이는 있으나, 짧게는 1-2주의 잠복기를 거쳐 장염 현상으로 진행된다. 

-C.difficile 균은 어떤 경로로 감염이 되나? 

병원 내 환자 간 감염이 주요 경로로 보고됐다. 미국에서는 지역사회 내 감염도 보고되긴 했다. 또한 항생제 과량 사용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전에는 이 병에 대한 치료가 어렵지 않고, 설사 증상을 보이면 항생제를 주면 어느 정도 증상이 완화되는 효과를 보여,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CDI는 어느 정도로 심각한 질환인가?

2003년-2004년 미국, 캐나다, 영국, 유럽 등을 중심으로 중증환자 수가 늘기 시작했다. 이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3-4%에 그치던 것이 갑자기 10% 이상으로 증가하게 됐고, 또한 중증도 환자들이 많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이와 함께 재발(recurrence)률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후로 CDI에 대한 감염관리의 중요성이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특히, C.difficile에 비해 병독성이 훨씬 강한 NAP1/027 균주가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감염 확산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최근 우리나라 환자 사이에서도 NAP1/027 균주 감염이 보고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이 질환으로 인해 사망률이 급격하게 증가했다는 보고는 없다. 외국에서는 이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10% 이상 올라갔다는 보고가 있다. 우리나라 내에서도 중증 환자가 계속 보이고는 있기 때문에 심각하게 인지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환자의 증가로 인해 의료비용이 늘어나는 등 사회적 비용의 문제라고 보면 될 것 같고, 만약에 미국이나 유럽처럼 이 질환에서 잘 보이는 균주(NAP1/027) 가 환자들 사이에서 많이 보인다면, 실질적으로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로 발전될 수 있다. 위험성이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감염관리, 항생제 사용 문제, 재발 관리 등 여러 문제가 이 질병과 관련돼 있다.

- 중증 환자가 이전에 비해 특별히 많이 발생한 이유가 있나? 

중증 환자의 원인으로는 C.difficile에 비해 병독성이 강한 NAP1/027 균주(strain)의 유행이 현재 과학적으로 정립돼 있다. NAP1/BI/027 균주가 중증도 환자에게서 발견되며, 재발 위험도 높여주는 특성이 있다고 보고됐다. 

-CDI 치료법에 대해 설명해 달라. 

치료법으로 ▲항생제로 metronidazole(메트로니다졸), vancomycin(반코마이신), fidaxomicin(피닥소마이신) 투여 ▲대변 세균총 이식 (f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 FMT) ▲단클론항체(Monoclonal antibody) ▲백신 등이 있다. 

초기 치료법으로는 단연 항생제 투여가 우선이다. 이 병증을 치료하기 위해 메트로니다졸을 쓰고, 이후 경구형 반코마이신을 처방한다. 현재 미국에서 메트로니다졸 투여 효과에 논란이 있었고, 최근 미국 가이드라인은 초기 치료법으로 경구형 반코마이신 처방을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초기 치료법으로 메트로니다졸을 쓰고, 이후 경구형 반코마이신을 쓰라고 권고하고 있다. 피닥소마이신은 글라이코펩타이드 자체의 리피드 부분을 개량한 약이다. 이런 계열의 약들이 임상이 많이 들어간 상태고, 피닥소마이신이 제일 먼저 개발된 약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약제에 대한 임상을 진행했었고, 국내 허가에는 크게 문제는 없을 것 같은데 도입되지 못 하고 있는 상황이다. 

면역치료제 단클론항체(monoclonal antibody)는 MSD에서 국내까지 포함한 임상을 진행한 상태고, 미국에서는 출시됐다. 이 치료제는 재발률을 15-20% 정도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발률 수치에 대해서는 현재 논란(argue)이 있는 상태다. 또한 가격에 상당히 비싸(한번 접종에 약 50만원), 약제비에 대한 부담이 있다. 

예방 측면에서 백신 쪽도 개발되고 있다. 화이자가 선두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우리 병원에서도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백신 효능이 있을지 여부는 올해 말 임상결과가 나와 봐야 알 것 같다. 

수술, 외래 진료 등으로 감염 위험이 있는 환자에게 백신을 맞춰 예방한다는 측면은 우리나라와 같이 감염관리가 시급한 국가에게 효율적인 치료법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예방접종은 국가에서 무료로 맞춰 주거나 비급여로 가는 상황이기 때문에 백신 도입은 어렵지 않다. 

FMT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최근 메타분석에서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20-30명을 대상으로 하는 비교적 소규모 임상 개별 연구에서는 FMT 치료 효과가 높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또한 우리나라는 FMT가 신의료기술로 신청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 않다. 최근 제약회사에 대변을 내면 유해균 등을 제거하는 과정 등을 거친 캡슐 형태로 정제해 주기도 한다. 

- 우리나라에서 메트로니다졸, 반코마이신 외에 쓰는 약물은 없나? 

우리나라에는 없다. 반코마이신 효과가 떨어지기 시작한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심각한 문제로 부상할 것이다. 현재 나오는 모든 약들은 반코마이신 기준으로 효과가 비슷하거나 우위여야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아직까지는 반코마이신의 효과가 괜찮은데, 반코마이신을 초기 약물로 쓰기 시작해서 사용자가 늘어났을 때 지금의 치료 효과가 유지될 것인가에 대한 우려가 있다.

-메트로니다졸의 치료효과가 미국 가드라인에서 빠질 정도로 떨어지나?

반코마이신과 비교한 논문도 꽤 많이 있다. 메트로니다졸의 치료효과가 60-70%에서, 40-50%도 나온다. 메타분석을 통해 메트로니다졸의 치료효과 없다는 의견이 모아져 가이드라인에서 빠진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가 미국과 같은 가이드라인 개정을 단번에 적용하기는 어렵다. 

다음 편에서는 CDI 감염관리를 위해 병원과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