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병원 정보화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으나 아직 제대로 된 형태의 EMR(전자의무기록시스템)도 갖추지 못 한 중소병원이 많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 12일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열린 The 9th Korean healthcare congress 2018의 포럼 ‘병원 정보화의 미래’가 열렸다. 주제발표와 패널토론이 끝난 후 플로우에 있던 홍정용 대한병원협회 회장은 중소병원을 대표해 우리나라 EMR 시스템 구축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홍 회장은 “이제 대부분의 병원이 EMR과 OCS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문제는 제대로 된 EMR 시스템을 구축한 곳이 몇몇 대학병원을 제외하고는 없다는 것이다. 모두 EMR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으나, 문제는 중소병원이 이러한 시스템을 구축할 비용 확보가 어렵다는 것이다. 심지어 자본을 투자해 EMR을 투자해도 EMR 회사 자체가 워낙 영세하다 보니, 회사가 사라지는 경우도 허다하고 A/S비용도 병원 경영에 어려움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 메디포뉴스는 김주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정보의학실 교수 주제발표를 토대로 병원정보화 시스템 전반과 패널토론을 통해 우리나라 병원이 처한 정보화 실태를 전한다. [편집자주]
◆분절된 시장에 있는 의료 정보 데이터 예산 전체 예산의 3-4%수준
4차 산업혁명을 맞아 빅데이터는 이제 전 산업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그런데 유독 의료 분야에 있어서는 이에 대한 활용도가 낮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 교수는 “미국벤처케피탈 투자동향을 살펴보면, 정보통신산업이 64%, 보건의료산업이 19%, 기타 17%를 차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보화 수준은 매우 낙후돼 있다. 연간 데이터와 관련해 의료 분야는 전체 예산의 3-4% 지출한다. 전체 주요 산업이 7%를 정보 예산에 쓴다. 금융은 전체 예산의 14% 가까이 데이터와 관련해 지출한다. 아직까지도 의료 분야에서 정보화가 갈 길이 멀다는 단적인 예다”고 말했다.
의료 분야에서 정보 통합 및 교류가 힘든 이유로는 ▲분절화된 시장(fragmented market) ▲다품종 소량생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김 교수의 발표내용에 따르면, 의료는 고도의 규제 산업이고, 지역별로 나뉜 시장구조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의료시장은 단순히 거대자본을 토대로 대량생산 체제 접근방식은 어렵다. 특히 이용자(환자), 공급자(의료기관), 통신사업자, 정부의 입장은 모두 다르다. 환자들은 서비스 및 서비스 향상을 원하지만 비용증가와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공포를 갖고 있다. 공급자는 업무와 경영 효율성, 서비스 향상 등을 원하지만 단기적이고 실질적인 이득 창출의 불확실성을 두려워한다. 정부는 복지향상과 국가경쟁력 및 산업 발전을 원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R&D 추진 반복으로 재원을 낭비하고 있다. 통신사업자는 신 시장을 창출하고 싶어하지만 신 산업에 활성에 대한 회의와 무리한 압력을 받는다. 이러한 이해관계의 모순이 의료 정보 통합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우리나라 의료정보는 환자를 위한 것이 아닌 단순한 ‘청구’ 시스템
김 교수는 “우리나라 정보 시스템의 근간은 청구 시스템이다. 건강보험제도의 시행으로 전 국민 보험이 되면서 청구 시스템은 그만큼 중요해졌다. 이는 환자를 진료를 잘 보기 위한 시스템이 아니다. 단지 청구를 하는 시스템이 뿐이어서, 겉으로는 정보화가 잘 이뤄졌다고 하지만 내막을 들여다 보면, 정보는 엉망이다”고 우리나라 의료정보 시스템에 대해 평가했다.
김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EMR의 보급률 낮은 편이다. 100병상 이상 병원은 OCS(Ordering Communication system; 처방전달시스템) 84%, PACS(Picture archiving communication system;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 60%, EMR 33% 도입 완료 또는 도입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병원 중심으로 병원 정보화 추진 활발하나, EMR의 도입 진행ㆍ검토 중인 비율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 교수는 병원 입장에서는 환자를 잘 돌보는 시스템을 구축할 동력(인센티브 등)이 없다고 지적했다.
◆환자 중심으로 의료 정보 통합한다
기관 간 데이터 교류와 통합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환자 중심의 데이터 통합이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됐다.
김 교수는 “환자를 중심으로 데이터가 통합되면 장점이 많다. 환자 중심 데이터로 통합하기 위해 기관끼리 공유하라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기관끼리 공유하고 교류하기 어렵다. 기관 데이터 구조가 너무 다르고, 이를 위한 비용 투자도 많이 해야 하며 중복해서 저장해야 한다. 실질적으로 병원 간 데이터 교류도 쉽지 않을 것이다.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투자는 해야 하는데, 정보 통합으로 인한 이익을 정확히 추산할 수 없다. 지난 20년 간 고민한 문제다”며 그 동안 의료정보 통합과 교류가 어려운 이유를 분석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김 교수는 환자 중심의 의료 데이터 구축을 제시했다. 스마트폰을 통해 환자에게 의료 데이터를 전송하는 방식이다. 병원마다 데이터가 모두 다른 것이 문제이니, 데이터의 주체를 병원으로 두지 말고, 환자를 중심으로 재편하자는 개념이다.
◆중소병원 재정에선, 의료정보 공유 취지는 공감하나 비용 부담 커
이날 패널토론에서 허준 명지성모병원 원장은 중소병원 입장에서 정보통합에 대한 취지는 공감하나, 중소병원의 현실을 고려할 때 어려움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허 원장은 “의료 정보와 관련된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구축 및 유지보수비를 중소병원이 감당하기 힘들다. 또한 의료정보 해킹 문제도 우려된다. 표준화 역시 주체가 누가 돼야 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패널토론에서는 중소병원을 대상으로 데이터 사업 지원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김종덕 보건복지부 의료정보정책과 사무관은 사회적 합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 놓았다. 김 사무관은 ▲진료정보 교류화 사업 ▲EMR 인증체계 구축 계획을 발표하며 각 이해 당사자 간의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부분부터 병원 정보화 사업을 진행해 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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