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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수용 교수가 말하는 전자의무기록(EMR)의 모든 것

“의료용어 표준 위해선 KOSTOM보다 SNOMED CT 번역”

보건복지부가 EMR(Electronic Medical Record; 전자의무기록)과 관련해 벌이고 있는 사업으로는 ▲진료정보교류사업 ▲EMR 인증체계 도입이 있다. 복지부는 지난달 26일 진료정보교류사업 신규 참여기관으로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전북대병원,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서울대병원 5곳을 선정했다. 선정된 의료기관들은 거점문서저장소 신규 구축 및 상급종합병원과 협력의료기관 간 정보연계를 위한 예산, 진료정보교류의 정보 표준 적용을 위한 기술지원을 받는다. 복지부는 향후 2022년까지 진료정보교류사업을 전국 모든 지역과 주요 거점의료기관까지 확산하고, 지원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한 오상윤 복지부 의료정보정책과 과장은 지난달 20일 ‘전자의무기록시스템 인증제 기반 마련 공청회’에서 “환자 데이터를 안전하게 잘 관리하고, 진료정보교류 등에서 연속성 있게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EMR 인증제의 궁극적인 목표다”라고 EMR 인증제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 메디포뉴스는 정부의 EMR 관련 정책이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선 어떤 기반들이 갖춰져 있어야 하는지 신수용 삼성융합의과학원 교수를 지난 11일 삼성서울병원에서 만나 직접 들어봤다. [편집자주]



-지난달 20일 열린 ‘전자의무기록시스템 인증제 기반 마련 공청회’에서 우리나라 EMR 보급률이 과장됐다고 지적하셨다. 이와 관련해 설명해 달라. 

2016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간한 '2015년 보건의료정보화 현황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EMR 시스템 도입률은 71.3%이다. 아주대 박래영 교수님의 연구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EMR 보급률은 58%다. 미국은 20015년 기준 EMR 보급률 84%와 비교하면 우리나라 EMR 보급률이 높다는 것은 거짓이다. 다만, OCS(Ordering Communication system; 처방전달시스템) 보급률은 높다. 

초기 EMR 사업 목표는 수기로 쓰던 EMR을 타이핑으로 쓸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분명 필요한 작업이었다. 현재는 이 워드로 쓰여진 EMR 데이터를 엑셀로 만들어 정리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그렇다면 텍스트 기반으로 된 EMR 데이터를 엑셀과 같은 표로 만드는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나?

지금은 프리 텍스트 형태로 서식을 주는데, 프리 텍스트 대신에 테이블 셋을 만드는 작업을 거친다. 각 컬럼을 정의하고, 여기에 들어가는 항목을 정의하고, 셀 안에 들어가는 값들도 정의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EMR을 표준화 혹은 서식화라고 일컫는다. 

-이런 작업을 할 수 있는 인력은 어떻게 구성돼야 하나?

의무기록사를 주축으로 임상의, 간호사, IT 개발자 등이 참여해야 한다. 실제로 의무기록사가 EMR 서식을 만드는 작업을 한다. 이러한 작업에서 임상의 역할도 중요하다. 서식지를 직접 쓰는 사람은 임상의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표준화 할 필요는 없다. 표준화의 필요한 부분과 필요하지 않은 부분을 판단할 수 있는 인력이 의료진(임상의 등)이다. 꼭 표준화가 필요한 부분은 임상의가 판단하고, 이러한 판단을 바탕으로 의무기록사와 IT 개발자들이 함께 표준화 작업을 하면 된다. 용어 맵핑 작업은 주로 의무기록사와 간호사가 함께 하면서, 표준화를 구현은 IT 개발자가 한다.  
 
-EMR 표준화에 항상 따라 붙는 말이 ‘용어표준화’다. 의료용어표준화란 어떤 과정을 통해 이뤄지는지 설명해 달라.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같은’ 언어를 쓰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한 사람이 영어를 쓰고, 또 다른 사람은 한국어를 쓴다면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다. 의료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같은’ 용어를 써야 서로 간 소통이 가능하다. 언어만 같다면, 이 언어를 이메일, 전화, 팩스 등 어떤 것을 이용해도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즉, 전달하는 매개체(기술)보다는 동일한 언어가 소통의 핵심 요소다. 

의료 분야도 마찬가지다. 이미 의료용어를 전달하는 기술은 HL7으로 거의 합의가 이뤄진 상태다. HL7은 다양한 보건의료정보시스템 간 정보의 교환을 위해 미국국립표준연구소(ANSI)가 인증한 표준으로, 현재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보건의료정보의 표준이다. 문제는 기술적 표준은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졌는데, 용어에 대한 표준은 확립되지 못 했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도 의료용어표준인 ‘한국보건의료표준용어(KOSTOM)’이 있지만 임상에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 한국보건의료표준용어(KOSTOM)의 한계는 무엇인가?

용어 전문가 대부분이 KOSTOM은 의료 현장에서 쓸 수 없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KOSTOM 사용해 본 결과, 임상 현장에서 사용되는 용어의 상당 부분을 KOSTOM이 표현하지 못 했다는 것이 분당서울대병원 관계자의 말이었다. 

실상 KOSTOM은 (임상)용어사전에 가깝다. 사전이라면, 내용을 방대하게 담고 있기라도 해야 하는데, 너무 적은 양을 담고 있어서 종합병원에서는 현실적으로 KOSTOM을 잘 활용할 수 없다. 물론 검사코드와 이미지 자료는 좋다. 문제는 KOSTOM의 핵심인 임상용어 부분이 너무 부실하고, 활용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KOSTOM을 완전히 버리고 새로운 용어표준을 만들어야 하는가? 

전문가 다수는 KOSTOM을 완전히 버리거나, 이름만 유지한 채 의료표준용어서비스(SNOMED CT)를 한글로 번역하는 작업을 하자고 제안한다. 현재 KOSTOM을 현행대로 유지하자고 주장하는 사람은 KOSTOM 구축에 직접적으로 참여했던 연구진과 복지부 관계자만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KOSTOM을 구축하기 위해 들어간 정부 예산만 30-40억 규모이니, 이것을 완전히 버리긴 쉽지 않을 것이다. 

용어표준만 잘 구축해 놓으면 나머지는 기술적 문제다. 기술은 계속해서 새로운 것이 나올 것이기 때문에 기술에 대한 표준은 상황에 맞게 계속 바꿔야 한다. 그러나 용어는 바뀌는 것이 아니라 신규용어가 추가되는 것 일 뿐이다. 초기에 용어표준을 제대로 구축해 놓으면 신규용어에 따른 확장만 해 나가면 된다. 용어표준의 주체는 정부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KOSTOM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임상용어 부분이다. 그 외에 진단명, 이미지, 검사코드 등은 나름 잘 갖춰졌다고 생각한다. 

EMR 표준화와 용어표준화는 같은 말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EMR 표준화는 EMR 데이터를 엑셀처럼 구조화 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보건의료 데이터 비식별화: 문제점과 대안’을 주제로 기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개인정보 비식별화가 보건의료데이터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보건의료 데이터를 현행 가이드라인대로 비식별화 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렇게 할 이유도 없다. 

금융 데이터나 상거래 데이터는 동일한 행위가 반복된 데이터이기 때문에 컬럼 하위에 raw dat를 축적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의료데이터는 데이터 축적이 하위그룹으로 축적되는 것이 아니라, 옆으로 늘어나는 형태다. 우리가 한 가지 질병으로 인해 병원을 가더라도 수많은 검사를 받아야 한다.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검사 기법들이 계속 만들어진다. 이런 각종 검사 데이터는 하위 그룹으로 묶이는 것이 아니라, 병렬로 축적된다. 

결국, 기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비식별화를 위해 데이터 왜곡은 불가피하다. 왜곡된 데이터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의료데이터와 관련해서는 별도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내가 주장하는 것은 의료보건 데이터는 일반법인 개인정보보호법이 아닌 특별법인 생명윤리보호법을 따르자는 것이다. 즉, 모든 인간 대상 연구는 IRB(Institutional Review Board; 생명윤리위원회)를 갖도록 돼 있기 때문에 IRB를 받으면 개인정보보호법을 무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의료정보 공유와 관련해 개인정보보호법이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의견이 많다. 우리나라에서 개인정보보호법이 이렇게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나? 

개인정보보호법과 관련해 정확히 유권 해석을 해 줄 인력이 없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개인정보보호법이 그렇게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지,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내 의견으로는, 국민건강보험 공단은 의료 빅데이터를 공개해도 된다고 본다. 공단은 IRB만 받으면, 데이터 공개와 관련해 크게 법적으로 저촉될 것이 없다고 본다. 다만, 데이터를 공개했을 때 감내야 할 부분이 많아 공단 입장에서 데이터 공개를 쉽게 하지는 못 하는 것 같다. 

사실 우리나라 개인정보보호법도 문제가 많다. 우리나라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건강정보는 민감정보라고 명시돼 있다. 엄격한 법률가 중에는 민감정보는 비식별화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시기도 하고, 이와 함께 과연 ‘건강’을 어떻게 정의할 지에 대한 문제도 있다. 

또한,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개인정보는 ‘식별성’의 유무다. 따라서 개인정보보호법의 정확한 명칭은 사실상 개인’식별’정보보호법이라고 해야 더 정확한 표현이다. 그러나 법률 자체에서도 단순히 개인정보보호법이라고 하다 보니, 법에서 말하는 개인정보와 대중이 생각하는 개인정보 사이에 괴리가 생긴다. 

예를 들어, 키와 몸무게는 개인정보다. 그러나 키와 몸무게를 가지고 개인을 ‘식별’할 수는 없다. 또 다른 측면에서 키와 몸무게는 건강정보(민감정보)에 해당한다. 키와 몸무게는 민감정보이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보호받을 순 있지만, 식별성은 없는 개인정보다. 상호 모순이 생기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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