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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쌍벌제, 의사 억압 분위기에 탄생한 '악법'

국민 신뢰 잃어 의사 리베이트를 이해 못하는 것


“의사들을 처단하면 국민들에게 박수를 받는 사회적 분위기다. 의료수가를 싸게 하고 약값도 싸게 하는 것은 결국 비용부담을 의사에게 다 안기는 것이다.”

“오늘 이 자리에 의사가 아닌 사람들이 있으면 우리를 정말 이상하게 볼 것이다. (리베이트를 당연시 하는)이런 분위기가 나로서는 너무 이해가 안간다.”

의료윤리연구회(회장 홍성수)는 6일 의협 3층 회의실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리베이트쌍벌제’를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날 연구회 회원들은 대체로 리베이트쌍벌제에 대해 정부가 국민정서만 의식해 의료의 특수성과 의사의 전문성을 무시한 채 형벌로써 규제하려고만 하는 문제가 있다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이날 행사에 초빙돼 강의를 맡은 손영수 제주대 교수는 현행 리베이트쌍벌제는 입법과정에서부터 비의료전문가인 행정관료와 국회의원들이 근거없이 의사를 억압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매몰돼 통과된 악법이라고 말했다.

의대교수이자 법학박사인 그에 따르면 리베이트쌍벌제가 정부의 무리한 의료관련 정책 추진으로 의사집단 전문가 의견을 수용하지 않아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의사집단도 사회지도층 역할의 부재로 형사처벌 위험의 대상군으로 전락해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집단의 전문적 행위 내용에 관해 규율하는 의료법에 의료의 본질과 직접 연관이 없는 형사법적 처벌의 내용을 규정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당하다고 밝혔다.

또 쌍벌 규정이 왜곡된 의료계의 현실에서 실효를 거둘 수 있을 지 의문이며 형벌적 규제로써 사회의 정의와 윤리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손 교수는 의사는 특별한 소명을 지닌 윤리적인 직업으로 역사적으로 엄정한 직업윤리의 준수를 안팎으로 요구받고 있다며 사회로부터 전문가로서의 권위와 자율성을 인정받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의료는 일반 기준과는 다른 기준이 필요하며 의사와 환자는 대립구조가 아닌 개인적 신뢰관계를 기반으로 한 같은 목적을 가진 관계라고 강조했다. 리베이트에 대해 법적 잣대를 들이댈 것이 아니라 윤리적 차원에서 전문가집단의 자율성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형벌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최후의 통제수단으로 작용해야 하기 때문에 리베이트쌍벌제와 같이 의사들에게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이유로 과잉하고 무분별한 형벌을 부과하는 것은 또 다른 죄악을 가져온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더 나아가 리베이트쌍벌제가 국회 본 회의에서 출석한 의원들의 전원찬성으로 국회에서 통과된 것은 다수결의 횡포라고 주장했다. 국민들이 의사들을 처단하면 박수를 받는 사회 분위기에서 국회의원들이 그러한 분위기만 의식해 모든 부담을 의사에게 뒤집어씌우는 악법을 통과시켰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행정집행기관 관료들의 부당한 불법행위에 적법 적절한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그는 의사를 공격하는 집단에 대해 의사집단이 또 다시 공격으로 맞대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는 것이 너무나도 억울하지만 똑같이 대응하는 것은 의사의 직업적 자긍심을 손상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국민의 존경과 신망을 받기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손 교수는 법 중 가장 무서운 것이 국민정서법이라며 현재 국민정서가 의사의 리베이트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의사들이 국민의 존경과 선망받는 직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교수의 강의를 경청한 개원의, 의대교수, 전공의 등 다양한 의사직군으로 이루어진 의료윤리회 회원들은 대체로 그의 강의내용에 큰 공감을 표시했다.



홍성수 의료윤리회 회장은 리베이트쌍벌제가 국회에서 통과될 때, 국회의원들도 의사들의 편을 들면 기득권층의 이익만 대변한다는 비판이 무서워 전원찬성하고 말았다며 그 때 당시 의료계가 완충역할을 하지 못해 아쉽다는 한 의료계 전문지 기자의 말을 전했다.

이명진 전 의료윤리연구회 회장은 리베이트쌍벌제 양형규정만 봐도 대단히 비합리적이라며 법리적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의사들도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리베이트에 있어 누가 봐도 객관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의사들 중 3천만원의 강의료를 받는 것을 강의의 적절한 댓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최근 동아제약 리베이트 사건도 리베이트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있었다면 무고한 피해자를 양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외국도 이런 사례를 겪고 대부분 리베이트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구축해놓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대한의사협회 차원에서 리베이트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의사들도 각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끔씩 제약회사 영업사원들과 이야기하다보면 자신이 봐도 너무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무리한 요구를 하는 의사들이 있다며 “이런 미꾸라지들 때문에 10만 의사가 욕을 먹고 있다. 그런 의사들은 자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여성 개원의는 리베이트에 대해 법리적 문제가 아니라 윤리적 문제라고 주장하며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한 의사와 환자관계를 법이 무너뜨리지 않고 외국처럼 의협에서 자율적 규제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영숙 의협 의무이사 역시 정부가 너무나 의협의 자율규제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자율규제권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동규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은 의사협회가 자율권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단계적 과정을 거쳐 강력한 힘을 가질 수 있는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안상준 전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 역시 의사의 전문성과 자율권이 더욱 인정 확대될 필요가 있다며 건축계 등도 다 리베이트가 있는데 차라리 의사의 리베이트를 양성화시켜 세금도 내며 받을 수 있게 해야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이동규 연구조정실장은 의사의 진단을 놓고 윤리적 문제 또는 구조적 문제를 논하는 현실이 답답하다며 윤리적 부분은 형벌이 아닌 자율적으로, 구조적 문제는 제도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말한 제도적 문제라는 것은 복제약 값에 지나치게 높은 값을 매기는 우리나라 약가산정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처럼 의료윤리회 회원들은 대체적으로 리베이트를 무조건 나쁜 것으로만 보고 의사의 자율권을 무시한 채 정부가 형벌이라는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의사들을 통제하려고만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소수 의견도 있었다. 대학병원의 한 여자교수는 “오늘 이 자리에 의사가 아닌 사람이 있다면 정말 의사들이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할 것”이라면서 말문을 열었다.

그는 리베이트를 받은 교수들이 전공의들에게 특정한 약을 쓰라고 강요해 상당한 눈치를 보고 갈등까지 빚어지고 있는 수련병원 현실에서 전공의들이 무엇을 배우고 나갈 지 걱정된다며 “신문기자와 법조인, 의사가 같이 밥 먹으러 가면 아무도 돈 내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 있다고 전했다.

또 “의사들이 리베이트 안 받으면 못사나? 젊은 의사 선생까지 (리베이트를 옹호하는)환경 자체가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의사가 이런 집단인 줄 알았다면 난 의사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가치관과 성직 등의 말을 감히 들이댈 수 없는 집단이 의사라는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그는 리베이트를 옹호하는 의료연구회 회원들의 주장을 들으면서 말미에 이런 말을 조심스럽게 하기 까지 동료의사들로부터 되려 자신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을까봐 걱정했다는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에 이명진 전 회장은 “물론 리베이트 안 받고도 의사들은 살 수 있다. 지금 국민들이 의사들에게 듣고 싶은 말은 좀 덜 벌어도 깨끗하게 살고 싶다는 말을 하는 것”이라며 “독일은 공무원이 아니면 모든 리베이트가 인정되는 반면, 미국은 벌을 받는 등 나라마다 국민정서가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차라리)우리 의사들이 좀 더 허리띠를 졸라매고 좀 더 가난하게 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금의 현실은 의사라고 다 잘사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렇게 된다면)2억원에 달하는 의과대등록금으로 사회에 빚을 지고 나와 300-400만원의 월급을 받아 갚아야 하는 젊은 의사들만 고생하게 생겼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럼에도 그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리베이트 안 받고 깨끗이 살겠다”라고 선언하는 것이라며 전향적으로 치고 나가는 생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