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건강보험 등 공공의료체계를 무력화 시키고 정부의 의료산업화 정책을 통해 이를 삼성생명-삼성병원을 축으로 하는 ‘삼성의료공화국’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러한 삼성의 움직임과 관련, 정부의 의료산업화 정책으로 탄력을 받고 있으며,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기획단내 건강보험 테스크포스팀에 삼성생명 직원이 파견되어 있다는 주장도 나와 주목을 모으고 있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등 5개 보건의료단체로 구성된 보건의료단체연합과 민중의료연합은 13일 오전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 까페에서 삼성생명이 작성한 ‘민영 건강보험의 현황과 발전 방향’이라는 내부전략 보고서를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삼성생명의 보고서가 “기존 국민건강보험과 의료전달체계를 대체하는 삼성 의료체계 구축”을 의료분야의 최종 목표로 설정하고 “국민건강보험을 대체하는 민간 의료보험을 추진하는 6단계 중에서 4단계는 이미 달성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서는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국민건강보험을 대신할 ‘삼성 보험체계’를 구축하고, 삼성병원을 중심으로 ‘삼성 의료전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지적, 주목되고 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등은 “삼성의 구상은 정부의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를 통해 상당 부분 현실화 되고 있으며, 삼성 의료체계가 구축되면 국민은 미국과 같이 높은 의료보험료와 낮은 의료보장, 민간 보험회사의 횡포에 시달리게 된다”고 경고했다.
시민단체는 이 보고서가 ‘삼성 의료체계’ 구축을 세단계로 구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첫 단계는 민간 의료보험 상품의 개발과 확산이다. 민간 의료보험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구축하고 고소득 계층 등을 대상으로 시장개척을 한다는 것.
다음 단계는 삼성병원을 중심으로 병·의원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 각종 의료기관과 병·의원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구축,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계획이다.
보건의료단체연합에 따르면 이 단계 역시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서울 소재 병원의 19.3%, 의원의 6.6%가 삼성병원과 연계된 병·의원이라는것. 삼성은 이와 함께 전국 주요 대형병원에 삼성생명 상담창구를 설치하고 대형 병원과 연계해 각종 의료 관련 통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마지막 단계는 현재의 국민건강보험을 대체하는 포괄적인 삼성 의료체계의 구축이다. 이는 궁극적으로는 ‘삼성병원-삼성보험 가입자-삼성생명’이 직접 연결되는 미국식 의료체제를 구축하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는 것.
현재 미국에서는 전국민의 50%가, 보험 가입자가 자신이 가입한 보험회사와 계약을 맺은 병·의원을 이용하고 해당 병·의원에 보험회사가 진료비를 지불하는 방식의 민간 의료체계가 구축되어 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삼성이 추진하는 국가 의료보험 체계 장악을 위한 6단계 계획은 노무현 정부를 통해 4단계에 올라섰으며, 정부의 영리병원 허용, 국민건강보험 당연 지정제 폐지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각종 법·제도 변화를 추진하는 총리실 산하 규제개혁기획단의 건강보험 TF가 공무원 2인과 삼성생명, 대한생명 직원으로 구성된 것이야말로 삼성의 구상이 노무현 정부의 의료산업화 정책 때문에 탄력을 받고 있음을 반증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진석 충북대 의대 교수는 “삼성의 구상은 보험 자본과 병원 자본이 지배하는 미국식 기업형 의료체계로 가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현재 미국은 4인 가족 기준으로 소득의 20%에 이르는 월 1500달러(150만원)의 의료보험료를 내고 있지만 그 혜택은 우리나라 건강보험보다 작다”며 “개인 파산의 50%가 질병과 의료비 때문인데 그 규모만 연간 200만 명에 달하고 있다”고 미국의 실상을 공개했다.
이에 보건의료단체연합 등은 “삼성의 구상과 이를 수용한 정부의 의료산업화 정책은 부유한 재벌과 가난한 국가 의료체계로 양극화될 수밖에 없으며, 이 과정에서 삼성 등 재벌은 큰 이익을 얻겠지만 고통은 고스란히 대다수의 서민이 안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삼성생명은 ‘보건의료단체연합의 주장에 대한 삼성생명의 입장’이라는 반박문을 통해 시민단체가 배포한 자료는 삼성생명이 지난 2003년 9월 국립암센터의 요청에 의해 준비된 강의자료로, 지금도 국립암센터 홈페이지(http://www.ncc.re.kr)의 2003년 9월 과정에서 확인과 출력이 가능하다며 “특별한 제한없이 누구나 접근 가능한 자료를 삼성생명이 국가 공보험체계를 와해하려는 내부 전략보고서라는 주장은 비상식적”이라고 주장했다.
또 “배포된 자료중 삼성생명이 국가공보험체계를 무너뜨리는 내용으로 제시하는 모든 내용은 이미 학계 뿐 아니라 의료시민단체에서도 인용하는 일반적인 민간의료보험의 자료를 지식 탐색적 차원에서 재인용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삼성생명은 “보건의료단체연합 등은 삼성서울병원을 거점으로 병의원 네트워크를 추진한다는 근거로 삼성서울병원의 협력 병의원 수가 강남·송파구에 20%이상이 연계 되었다고 하지만, 이는 주요 4대병원이 모두 이와 유사한 수준의 협력 병의원을 연계하고 있을 뿐”이라고 시민단체의 의견을 일축했다.
강희종 기자(hjkang@medifonews.com)
2005-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