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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신년사] “시야를 넓혀 세계를 보자!”

“묵은 것은 뒤로 하고 새 것을 펼치자”는 뜻의 ‘除舊布新(제구포신)’이 올해 교수들이 뽑은 사자성어라고 한다. 이 글 뜻은 바로 의약계가 갈구하는 새 해 희망일 것이다. 때마침 전국민 50%이상의 유례없는 지지로 당선된 박근혜 정부가 ‘민생 우선 해결’이란 절대절명의 현안을 첫 기치로 내걸고 있어 올해는 정말 의미가 새로운 해가 될 것이란 용기와 기대를 갖게 한다.

올해 보건복지분야는 어느 때 보다도 큰 혁신의 회오리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박 당선인이 내건 보건복지분야의 공약 중 암, 심혈관, 뇌질환, 희귀난치성질환 등 4대 중증질환에 대한 보장성 강화사업은 막대한 예산의 뒷바침이 요구되지만 어떤 형태로든 착수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외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 3대 비급여항목의 급여화 확대추진은 “양 후보, 모두 문제의 크기를 인지하지 못하고 서둘러 발표된 것 같다”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나올 만큼 엄청난 비용을 새로 계상해야 될 사안이므로 추이를 관망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박근혜 당선인이 별도로 공약한 △분만 취약지에 대한 산부인과 설치 지원과 △응급의료 확충 및 지방의료원과 지역거점 공공병원 활성화사업 등은 화급을 다투는 사안이므로 조기 착수로 가닥이 잡힐 것으로 기대된다

새 당선인의 성품과 행적으로 보아, 이러한 공약은 임기내 어떤 형태로든 추진될 것으로 믿는다. 하지만, 이런 공약 등은 엄청난 예산확보가 뒷바침되어야 가능할 것이기 때문에 이제부터라도 보다 면밀한 실천계획을 통해 중단기적으로 착수 내지 추진할 것을 권유하고 싶다.

새 정부의 출범초기에 당부하고 싶은 점은 공약의 실천을 착수하기에 앞서, 글로벌시대를 맞아 우리나라 보건복지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이 시점에서 다시 한번 확인할 ‘숙고(熟考)의 시간’이 무엇보다 소중하고 시급한 현안일 것으로 제안한다.

그 동안 보건복지정책의 근간은 1989년의 ‘전국민의료보험’을 구심점으로 1999년 다시 제정된 ‘국민건강보험법’에 두고 있다. 두 법률 모두 사회보험제도의 성격을 띠고 있어 국가에 의한 공적부조(公的扶助)로 운영된다. 한마디로 국민건강을 국가가 모두 책임지고 있는 체계이다. 과거 우리 국민의 의식주 문제가 급급한 경제상황에서는 ‘국민건강’ 문제를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 준 것이 마땅했다.

그래서 건강보험의 수요자나 공급자 모두 이 제도의 정착과 성공을 바랬다. 그 후 12년이 넘었다. 그 결과 우리의 건강보험은 제도면에서나 운영면에서 우리보다 훨씬 앞선 선진국 보다도 짧은 기간에 잘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우리나라 제도와 운영방법을 벤치마킹 하려 할 정도이다.

국민 입장에서 보더라도 건강보험제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올바른 정서일 것으로 본다. 건강보험 재정운영면에서도 만족할 만한 성적표다. 작년의 1조5600억원의 흑자에 이어 올해도 약 5조원의 흑자까지 내다 볼 밝은 전망이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가 외형적으로 이렇게 성공한 이면에는 건강보험의 공급자측이 희생 되었기 때문이다. 의료기관과 의사, 제약회사와 의약품, 그리고 의료기기를 비롯한 모든 공급자원과 의료기관에서 종사하는 모든 종사자들을 희생양으로 삼아왔다는 점에 대해서는 아무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정부는 보건의료제도나 정책을 바꿀 때마다 언제나 한결같이 건강보험 재정안정화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했고 공급자측은 사회보험 성격의 건강보험정책에 대해 법적으로나, 제도적으로 대항할 아무런 자구수단이 없었다. 정부는 저수가, 저약가정책을 펴기만 하면 되었고 또 그렇게 일관해 왔다.

그 결과 의료산업과 제약산업이 영세화 내지 붕괴되었다. 의료기관 중 숫적으로 가장 많은 의원급 대부분이 경영난에 처해 있다. 이유는 의료수가가 낮은데다가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져 병•의원들이 상급 종합병원과 경쟁을 벌여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 바람에 국민들에게 가장 편리한 의원급들이 과거 70~80년대 ‘한집 건너 다방’이 있었던 것처럼 ‘한 빌딩에 여러 의원’들이 밀집해 있는 안쓰러운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심지어 전문의들이 오랜 수련기간을 거쳐 획득한 전문과목을 떼어 버리고 일반의들이 붙여야 하는 ‘의원간판’을 다는 안타까운 현상이 일어나고 있을 만큼 어처구니 없는 국면이 오늘의 현실이다. 이러한 현상은 수도권의 일부 초대형 상급병원을 제외하고 대다수 병원급들도 마찬가지로 경영난에 휩싸여 있는 처지다.

전국적으로 의료공급자원은 넘치는데, 극히 일부 수도권 대형병원에만 환자가 쏠리는 것을 막지 못하고 대다수 의료기관을 영세화 시키면서 계속 진료비 저가정책으로 일관되고 있는 이러한 모순과 문제점부터 개선해 줄 것을 기대한다.

우리의 의료기술이 세계적 수준이라는 점은 최근 몇 년 동안 급증하고 있는 외국인 의료관광에서도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의료수가 인하에만 전력하지 말고 의료산업 육성시책을 좀도 적극화한다면 국내 의료기관이 눈을 돌릴 해외시장은 매우 광활할 것이고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환자도 급증할 것이 분명하다.

또 다른 공급자원인 제약회사들도 마찬가지다. 장기간 약가인상의 동결, 의약분업 이후 오리지널 신약위주의 처방경향, 최근 수년간 단행된 리베이트 철폐와 쌍벌제 실시, 올해 들어 사상유례를 찾기 어려운 반값 일괄 약가인하 단행 등 한마디로 제약회사를 옥죄이는 쪽으로만 일관된 양상이다.

하지만, 1980년대부터 독자적인 제제개발에 진력해온 국내 제약기업들은 이미 합성분야에서는 선진국 수준이고 최근에는 생명공학을 활용한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도 예상을 초월한 구조물들을 개발해 내는 단계에 까지 이르렀다. 정부도 이를 인정해 범정부적 지원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리스크가 크고 엄청난 선투자가 강요되는 신약개발에 대해서는 아직도 턱없이 부족한 지원책에 불과한 수준임에 틀림없다. 국내 기업들이 세계적인 신약개발을 할 수 있도록 여건과 제도를 개선하는 것은 오로지 정부의 의지와 실천력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하겠다.

이와 관련 최근 정부도 일괄 약가인하가 엄청난 타격을 주었을 것을 감안하여 당근책으로 ‘혁신형제약 인증제도’를 마련해 신약개발을 독려해 왔다. 그러나 최근 이 제도를 보완한다는 취지에서 신약개발력 인증에 과거의 리베이트 전력결과를 반영해 인증을 취소하겠다는 입법예고를 하는 어처구니 없는 강화책을 내놓아 제약계에 반발을 사고 있다. 모처럼 조성되어 가는 신약개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란 지적이다.

이처럼 정부의 건강보험 위주의 정책추진으로 궁지에 몰려 있는 의료계와 제약계가 정부를 탓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어 주목된다. 의료계는 이미 현 의협회장체제에서 갖가지 반기를 들었고 대정부 투쟁도 불사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제약계 역시 주무부가 건강보험정책 때문에 미래성장의 동력이 될 제약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불만이다. 보건복지부가 국민건강과 질병퇴치에 무게중심을 더 두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전세계 모든 국가의 필수산업인 건강산업을 주무부가 붕괴시키면 국민건강은 누가 담당하고 건강보험은 존속되겠느냐는 항변이다.

바로 이 대목이 이 시점에서 집고 넘어가야 할 긴급동의이다. 우리 경제가 자유경제체제를 유지하고 있고 글로벌시대를 맞아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에서, 건강보험만을 살리기 위해 산업의 정체성 자체를 위축시키는 정책노선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한번쯤 뒤돌아 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업계는 2000년대 중반, 우리 정부가 양대산업을 모두 21세기의 미래성장산업으로 선정해 글로벌산업으로 육성하려던 시책방향을 잊지 않고 있다. 이러한 정책방향은 세계 각국이 다투어 시행하고 있는 국제적 추세라는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다. 더구나 국내 의료산업과 제약산업은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어 우리 정부가 보다 밀도 있는 정책지원을 가해 준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대열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자긍심이 있는 산업분야이다.

건강보험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국가의 중점사업인 것은 분명하지만, 우리나라처럼 관련산업 자체를 위축시켜 가면서 건보정책을 끌고 가는 나라는 극히 드물다는 점을 새 정부는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의약분업제도는 12년을 경과하면서 너무나 많은 부작용과 문제점을 잉태 시켰다. 대표적으로 의료전달체계 만이라도 제대로 확립 시켰다면 이 지경까지는 되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 10여 년 동안 끊임없이 제기되어 온 해묵은 현안이었다. 그 동안 무엇이 잘못 되었는가를 깊이 성찰하는 것이 보장성 강화 보다도 더 시급한 과제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라도 산업은 산업대로 육성시켜가면서 건강보험정책을 이끌어 간다면, 새 정부가 창조해나갈 ‘밝은 미래 성정발전’에 의료산업과 제약산업이 든든한 버팀목의 구실을 제대로 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시야를 넓히면 글로벌시대에 미래성장의 주된 동력산업이 무엇인가를 찾을 수 있으리라 소망해 본다.

의약계 정론지를 자처한 ‘메디포뉴스’도 새해에는 더욱 활기찬 정보전달의 역할에 충실할 것을 약속 드린다. 네티즌 모두의 건승과 하루, 하루 더 좋은 일들만 일어나도록 기원 드린다.

새해 벽두, 발행인 진승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