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 ‘대정부투쟁’에 대해 법률적인 관점에서 분석한 연구결과물이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법제이사는 의사들의 휴진행위에 대해 “필수업무유지 범위에 해당하지 않고 특정사업자가 아닌 일반 불특정인들을 대상으로 한 사업중단행위이기 때문에 위법행위로 볼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필수 유지 업무의 법률 규정이 준수돼야
김 이사는 “파업을 하더라도 필수 유지 업무의 법률 규정은 준수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필수유지 업무는 파업을 하더라도 최소한의 인원을 유지해 업무가 중단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 제도로 유지 수준과 대상 직무, 인원 등 구체적인 사항은 노사가 자율적으로 정하되 노사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노동위원회가 결정한다. 노동조합이 필수유지업무 유지의무를 지키지 않을 때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필수유지업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업무가 멈출 경우 공중의 생명, 건강, 신체의 안전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는 업무”라고 결론내렸다.
김 이사는 “이에 따라 의료계의 필수 유지 업무는 해석에 따라 논란이 되겠지만 응급실, 분만실, 중환자실이 해당 된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단체행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어느 정도는 일반 국민이 일정한 고통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해 국민의 생명이나 신체의 안전 등을 위협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이 같은 김 이사의 주장에 따르면 응급실, 중환자실 등을 운영하고 있지 않는 1차 의료기관의 휴진은 법령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
불특정 다수에 대한 휴진은 법적 문제없어
김 이사는 “의료인이 특정사업자가 아닌 일반 소비자에 대해 자발적으로 파업하는 것은 불공정 거래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진료실 휴무 행위의 대상이 특정 사업자일 때만 불공정 거래행위에 해당하며 (현재와 같이)불특정 다수의 사업자와의 거래를 거절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하는) 공동의 거래 거절 대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일반 소비자에 대한 의료 행위의 거절은 특정 사업자에 대한 거래 거절이 아니므로 불공정 거래행위라 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의사들의 자발적인 단체 파업이 아닐 경우는 법률 위반
김 이사는 다만 “의사들의 자발적인 단체 파업이 아닌 의사 협회의 지시 하에 이루어진 파업인 경우에는 독점 규제 및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이 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근거로 ‘사업자단체는 단체의 구성원인 사업자에 대해 사업내용 또는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라고 규정한 공정거래법 26조를 제시했다.
또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사업자단체에 대해 당해행위의 중지와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의 공표 등 기타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한 제27조, 규정에 위반하는 행위가 있을 때 사업자단체에 5억 원의 범위 안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한 제28조의 내용도 전했다.
이밖에도 사업자가 위반행위를 했을 때 일정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한 법률규정 등도 소개했다.
진료거부에 대한 법적의미
김 이사는 의료법 제15조 1항에 따르면 “의료인이 정당한 정당한 이유 없이 진료행위를 거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진료 거부는 의료 기관 또는 의료인이 환자를 진료 할 수 있는 시설과 인력 등을 갖추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진료를 거부하거나 진료를 하지 않는 행위를 뜻한다는 것이다.
김 이사는 법령에 따르면 진료거부의 정당한 사유는 ▲의사가 부재중이거나 신병으로 인하여 진료를 행할 수 없는 상황 ▲병상, 의료 인력, 의약품 등 시설 인력이 부족하여 새로운 환자를 받아들일 수 없는 경우 ▲예약 환자의 진료 일정 때문에 환자를 받을 수 없는 경우 ▲의사의 해당분야 전문 지식이 부족한 경우 ▲ 환자 또는 보호자 등이 의료인에 대해 모욕 죄, 명예 훼손죄 , 폭행죄, 업무 방해죄에 해당 될 수 있는 상황을 형성하여 의료인이 정상 적인 의료 행위를 행할 수 없도록 한 경우 ▲ 환자에게 더 이상 입원 치료가 불필요한 상황에서 타 요양시설 이용을 권유하고 퇴원을 지시 한 경우 등이 해당된다고 밝혔다.
또 “의료 기관의 파업이 1개월 이상 지속되면 관계당국에 신고해야 하고 관계당국은 의료법상 파업이 시작 되면 의료기관 복귀에 대해 의료인에게 필요한 지도와 명령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는 전공의의 파업 문제에 대해서는 “진료 현장을 이탈하는 전공의에 대해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수련기간 불인정,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의 적용, 근무 복귀 명령 불응 시 전공의 직위 해임 등의 패널티를 부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파업을 하더라도 치밀한 법률적 검토를 거쳐야 한다는 생각에 연구를 진행하게 됐다”고 밝히며 더 나아가 “전문가단체는 모든 행위에 있어 막중한 책임의식을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합리성과 적절성을 바탕으로 행동하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협상이라는 것은 함께 고민하는 것”이라는 말과 함께 “신뢰가 깨진 상태에서 사회갈등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