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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치적 판단(?)에 따른 의약품 재분류 의미 있나

최근 500여개 의약품이 전문약에서 일반약으로 또는 일반약에서 전문약으로 전환됐다. 이가운데 가장 논란이 됐던 피임약은 전제 조건을 붙였지만 이전 상태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났다.

이번 재분류가 분업이후 처음으로 진행한 것이라는 데는 의미가 있지만 그동안의 과정을 보면 무었을 위한 재분류였는지 의구심을 들게 한다.

의약품 약국외 판매 논란 속에 지난해 6월 갑작스레 진행된 재분류는 한달여 만에 직능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기다렸다는 듯 전환 품목들을 제시하며 본격 논의에 들어갔다.

그러던 중 피임약의 전환이 쟁점으로 떠오르며 직능간 대립이 본격화 됐다. 의료계는 응급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은 말도 안되며 오히려 사전 피임약을 전문의약품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약사회에서는 안전성이 확보된 사전피임약과 함께 환자들의 접근성을 위해 응급피임약도 일반약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여기에 지난 6월 식약청이 의약품 재분류 방안을 발표했으나 의·약계 모수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만 샀다. 이같은 내용으로 지난 6월15일 열린 공청회에서는 시민단체와 여성계, 종교계까지 각각의 입장만을 강조해 재분류의 난항이 예고됐으나 이런 와중에도 정부는 8월 발표를 강조하며 재분류를 추진해왔다.

결국 정부는 지난 8월29일 응급피임약을 등 피임약류는 식약청 개정안이 아닌 현행을 유지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504품목의 재분류가 최종 확정하고, 오는 2013년 3월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의·약계, 시민단체, 여성계 등은 모두 재분류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재분류라는 제도가 모두를 만족하게 할 수는 없지만, 이번 재분류는 어느 하나 만족을 주지 못한 재분류란 평가로 낙인찍이고 말았다. 그 원인은 피임약 전환을 강조해온 정부가 명확한 근거를 갖지 못해 결국에는 여론과 직능의 비난을 면하고자 입장을 수렴하는 척 현행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결정했기 때문이란 평가다.

즉 피임약 재분류를 수면위에 올려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고서 봉합책으로 내놓은 것이 현행 유지가 된 셈이다.

또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의약품분류소분과회의가 열리기도 전에 이번 재분류 내용이 대부분 확정된 것으로 알려져 유명무실한 회의라는 지적도 있었다. 회의도 열리기 전에 확정됐다는 것은 정치적 판단으로 볼 수도 있고 어떻게 보면 정치적 배려로도 해석할 수 있어 그동안의 재분류 과정을 무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재호 대한의사협회 의무이사는 재분류 발표 직후 “오늘 오전 중앙약심이 열렸지만 피임약 재분류에 있어 정치적으로 판단한데 유감스럽다”며 이번 재분류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재분류 TF 구성시 초등단계부터 전문가들이 참여해 의견 수렴이 되지 않은 것과 특히 28일 오전 2시간, 오후 1시간 등 3시간여의 회의만으로 500여 품목을 일괄 처리한 것은 정해진 안대로 진행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재분류는 애초에 과학적 근거에 따른 의약품 재분류라는 의도도 잃어버리고 직능간, 여성계와 종교계, 시민단체 등 사회적 갈등만 야기한 채 정치적 고려에 따른 재분류로 마감됐다.

그렇지만 재분류는 이번을 시작으로 상시·정기적으로 진행될 계획이다. 이번 재분류에 대해 사회적 혼란을 야기한 데 대한 책임을 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향후에도 이러한 재분류가 다시 이뤄질 경우 이번처럼 조용히 수용이 될 지는 정부도 심각히 생각해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