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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의약품 주의사항 간과한 의사, 의료사고 책임져야

고법, “투약시 첨부문서 숙지하든가 부작용 설명했어야”

의약품에 기재 된 주의사항대로 따르지 않은 채 약품을 사용했다가 환자가 사망했다면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의사에게 책임이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재판장 최완주)는 최근 알코올중독 치료를 받다 사망한 환자의 가족과 국민연금공단이 의사 A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원심을 뒤짚고 원고들의 손을 들어줬다.

의사 A씨가 의약품에 첨부된 문서를 숙지해 약품을 투여해야 했고, 그렇지 않았다면 환자의 활력징후를 면밀히 살피면서 환자와 가족들에게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해야 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환자 B씨는 피고의 병원에서 알코올 의존증에 대한 외래 치료를 받다가 입원했다.

A씨는 환자에게 알코올 금단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해서 아티반과 할로페리돌을 혼합해 정맥주사를 놨는데 이후 환자에게 저혈압이 발생했으며 상태가 악화됐고 결국 사망하기에 이른다.

A씨가 환자에게 정맥주사한 할로페리돌의 약품설명서에 따르면 이 약품은 정맥 투여용으로는 허가되지 않았으므로 분할 근육주사해야 하고, 만약 정맥 투여할 경우에는 QT연장과 부정맥에 대한심전도 상태를 감시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기재 돼 있다.

그러자 환자의 가족 등은 “의료진이 약품설명서에서 금지하고 있는 정맥주사를 함으로써 망인으로 하여금 저혈압을 동반한 응급상황에 이르게 했다”며 “용법에 위반해 정맥주사를 했으면 주기적으로 심전도를 찍는 등 경과를 관찰해야 하는데도 이를 간과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맥주사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설명도 망인에게 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이에 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이와관련, A씨는 “망인이 알코올 때문에 혈액순환 장애나 심장근육 염증으로 심장마비를 일으켜 사망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의 주장은 일반적인 의학적 견해로서 추정일 뿐,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고, A씨가 의약품 설명서를 제대로 따르지 않은 것과 환자의 사망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A씨가 환자에게 이전에도 아티반과 할로페리돌의 혼합 정맥주사를 놨으며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고 했지만 그와 같은 사정은 첨부문서의 주의사항에 따르지 않은 점을 합리화할 수 있는 이유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재판부는 이어 “A씨가 기재 된 주의사항에 따르지 않는 투약행위를 하고자 할때는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의 증가에 대해 환자나 그 보호자에게 충분히 설명해야 했었다”면서 설명의무를 위반한 점도 인정됐다고 봤다.

다만 재판부는 사망한 환자 B씨가 사고 직전 2주간 폭음을 하고 장기간 알코올 의존증이 있었던만큼 이러한 상황이 심정지 유발에 기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점 등을 들어 A씨의 책임을 일부 제한, 원고들에게 총 1억 40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