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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원

“환자 건강은 생각 않고 무조건 임플란트 권유”

소비자고발 ‘노인이 봉?’ 노인전문치과그룹 고발

환자의 잇몸 상태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체 무조건 임플란트를 권유하는 '부도덕한' 노인전문치과그룹의 실상이 낱낱이 공개됐다.

13일 저녁 7시 30분에 방송된 KBS '소비자 고발'은 노인전문치과그룹이 노인환자들을 대상으로 다른 병원에 비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환자의 잇몸 상태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체 임플란트 시술을 과잉진료 하는 행태를 고발했다.

현재 의료인 복수의료기관 개설 금지를 강화하는 의료법 개정으로 네트워크병원 문제가 뜨거운 가운데 전파를 탄 노인전문치과그룹의 '부도덕한 영리 행태'는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전국에 44개 지점을 가지고 있는 노인전문치과그룹은 병원 인근에서 물티슈를 나눠주며 ‘임플란트 90만원'이라고 홍보해 노인환자들을 유인했다.

노인전문치과그룹의 A 지점 앞. 오전 진료를 시작하자마자 임플란트 시술을 받으려는 환자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았다. 병원 안으로 들어가니 순번을 기다리는 고령의 환자들을 위해 한쪽에 안마 의자가 놓여져 있었다.

그러나 저렴한 가격과 노인 맞춤 치과라는 광고에도 불구하고 이 치과에서 고통을 심고 있다고 말하는 피해자가 있었다.

올해로 71살인 이예순 할머니는 35년간 틀니를 사용했다. 틀니를 오래 사용하면 임플란트 시술이 어렵다는데 이 병원 의사는 이를 한번 훑어보더니 임플란트 시술이 가능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가격도 저렴했다.

이예순 할머니는 상담실장과의 면담을 통해 총 15대의 임플란트를 시술했다. 상담 당일에만 8대를 한꺼번에 심었다.

그러나 1주일 후 이 할머니는 왼쪽 턱의 감각은 마비됐고 염증도 점점 심해져 대학병원에서 열흘간 입원치료를 받았다.

대학병원의 진단 결과 임플란트를 심었다가 제거한 부분의 아래턱 뼈가 골절됐고, 남아있는 임플란트 역시 감염 등의 추가적인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전문의들은 이혜순 할머니에게 임플란트 시술은 애초에 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이종호 서울대학교치과병원 구강악면외과 교수는 “이혜순 할머니의 경우 임플란트를 턱뼈에 심을 수 있는 범위를 지나서 심었다. 너무 위험하기 때문에 보통 사람은 그렇게 안 한다”면서 “이런 치료는 피치 못해서 하는 응급조치일 경우에는 할 수 있지만 이 할머니의 경우에는 임플란트 시술을 할머니가 요구했더라도 시술을 했으면 안됐다”고 지적했다.

35년간 틀니를 사용한 할머니의 잇몸 뼈는 일반 성인 남자와 비교했을때 거의 남아 있지 않기 때문.

그러나 이혜순 할머니는 이런 얇은 뼈에 그것도 신경관이 매우 가까운 곳에 8대의 임플란트가 촘촘히 심어져 있었다.

제작진과 만난 할머니의 시술을 담당했던 의사는 할머니의 시술에 대해 “조금 도전적인 치료를 한 것은 맞지만 할머니의 나이를 고려할 때 일반적이고 통상적인 치료법을 시술했다”면서 “할머니한테 임플란트가 빠질 수도 있다는 설명을 충분히 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치과병원의 주 고객이 70대 이상의 주 노인층이라는 것에 있다. 건강 상태가 좋지 않고 잇몸 뼈가 얇은 노인들에게 신중하고 장기적인 임플란트 시술 계획이 세워져야 한다. 만약 부주의하게 임플란트를 심는다면 상악동 천공이나 하치조 신경 손상(입술 잇몸 턱 마비)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제작진은 노인전문병원치과의 진료가 어떤식으로 이뤄지는지 알아보기 위해 각각 다른 조건을 가진 두 명의 사례 통해 알아봤다.

첫 번째 조건은 나이 83세에 15년 동안 틀니 사용으로 잇몸 뼈가 얇아진 상태였다.

서울시에 위치한 치과 5곳을 무작위로 찾아가 진료를 받은 결과 3곳에서는 최대 20대의 임플란트를 권유했고, 나머지 2곳에서는 부분 틀니를 권했다. 방문한 노인전문치과 3곳 모두에서는 임플란트를 권했다.

두 번째 조건은 나이 40세에 충치가 3개 있는 중년 여성이었다.

총 7곳의 치과를 방문한 결과 5곳에서는 임플란트를 2곳에서는 신경치료를 권했다. 노인전문치과 4곳 중 2곳에서 최대 3개 임플란트를 권유했다.

같은 환자임에도 노인전문치과의 진료 결과가 다른 이유에 대해 이 치과그룹에 몸 담았던 의사가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의사는 병원 매출의 20%, 상담실장은 매출 1억 원 이상부터 그 증가분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는다. 임플란트 환자를 소개하면 주어지는 성과급도 있다고 증언했다.

또한 치과그룹 본사에서 각 지점 병원 의사의 환자 진료 방식까지 관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본사에서 CCTV로 병원 진료 모습을 보고 있다는 것.

B 치과의사는 “본사에서는 환자가 오면 놓치지 마라, 오면 그날 심어라, 혈압·당뇨 신경 쓰지 말고 무조건 심으라고 한다”면서 “노인전문치과그룹은 사람을 위한 진료가 아니라 임플란트 공장”이라고 성토했다.

또한 노인전문치과그룹은 시술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무절개 임플란트 시술법을 시행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환자당 최대의 임플란트 개수를 뽑아내려면 시술을 빨리 해야 하기 때문에 무절개 임플란트 시술법이 가장 적합하다”면서 “환자의 건강상태는 고려하지 않은체 무조건 시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노인 임플란트의 경우 보다 정밀한 검사와 진단을 통해 잇몸 뻐의 상태나 크기를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종호 교수는 “무절개 임플란트 시술은 CT(컴퓨터 단층촬영) 사진을 토대로 스텐트나 가이드 플레이트(임플란트 위치와 각도를 정확하게 하기 위한 장치)를 만들어서 정확한 위치에 임플란트가 들어가게끔 한 후에 해야 된다”면서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오히려 절개하는 것보다 더 나쁜 결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무분별하게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노인전문치과그룹은 1명의 환자에 여러 의사가 돌아가면서 시술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제작진이 만난 또 다른 피해자 D씨. 그 역시 시술을 담당하는 의사가 여러 번 바뀌는 과정에서 임플란트 두 대를 더 하게 됐다는 것,

원래의 계획보다 더 많이 심어져있던 임플란트는 결국 의료진의 실수였다.

그러나 진료에 관해 설명했던 상담실장이나 수술한 의사는 환자의 피해에 대해 책임지려 하지 않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인전문치과그룹은 피해보상을 담당하는 부서가 따로 마련돼 있었다.

이에 대해 B 치과의사는 “의사들이 막 시술해도 본사에서 법무팀이 와서 다 해결해 준다”며 “이런 상황 때문에 도덕적인 해이가 오는 거다. 이 사실을 치과그룹 내부에 있었던 의사가 아니면 알릴 사람이 없다”고 토로했다.

제작진은 이 같은 문제점에 대해 치과그룹 본사에 인터뷰를 요청했다.

노인전문치과그룹은 서면 답변을 통해 “고령의 환자를 위해 임플란트 가격을 낮추는 한편, 의료진이 보다 의료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경영지원회사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작진은 “의사에 비해 의료지식이 부족한 환자는 언제나 약자일 수 밖에 없다”며 “그래서 우리는 의료인에게 더 엄격한 직업적 윤리의식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의료분야에서 영리를 도덕보다 더 중시한다면 국민 건강에 큰 위협이 된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