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들이 R&D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세분화(segmentation)’와 ‘특수화(specialization)’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화이자 Worldwide R&D Development 김영화 박사는 13일 한국제약협회서 열린 ‘제약산업 환경변화에 따른 신규의약품 개발전략’ 세미나를 통해 글로벌 시장 트렌드 속 국내 제약기업이 나아가야 할 R&D와 M&A관련 전략을 소개했다.
김 박사는 R&D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설명하며 “M&A를 통해 R&D에 투자할 만한 어느 정도의 규모를 갖추는 것은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여기에 시너지를 발생시킬 수 있는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성공률도 낮은데다 글로벌 기업들보다 나은 제품비율을 보일 것 같지도 않다. 그보다 훨씬 작은 규모에서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이 뭐냐고 놓고 봤을 때 그 답은 segmentation과 specialization”이라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확실한 타깃을 정하고 특수한 품목으로 디자인을 가지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의학적으로 충족되지 않은 니즈가 있는 질병 범위에 포커스를 맞출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제약업계의 R&D 성향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먼저, 리소스밸런스에 대해 신경 써야 실패부담을 더 줄일 수 있다는 의견이다.
김 박사는 “한국에서 1년 정도 일을 했는데 오히려 작은 회사일수록 리소스밸런스를 많이 하는 것 같았다.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아닐 경우 바로 드롭 돼야 하는데 한국의 경우 임상에 들어가 본 뒤에 접거나 아니면 마켓이 없어서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고 꼬집었다.
적극적인 프로젝트 진행도 성공가능성을 좌우하는 요소다. 글로벌 기업들의 R&D 사이클을 중심으로 살펴본 결과, 24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1개의 제품이 마켓으로 나가는 것이 평균수준이라는 분석이다.
김 박사는 “한국의 제약기업들이 하나의 제품을 위해 24개의 프로젝트를 준비할 수 있는지도 고민해 봐야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국내 제약기업간 M&A에 대해서는 회사의 R&D 방향성에 따라 파트너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네릭 의존으로 품목리스트의 중복이 많은 국내 제약업계의 특성에서 향후 계획을 잘 따져야 한다는 얘기다.
김 박사는 “예를 들어 회사에 CNS와 oncology 품목이 다 있는데 R&D 방향이 oncology로 간다면 상대적으로 강한 파트너를 찾을 수 있을 것이고, 다른 회사는 라이센싱 계약을 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직 한국 제약사들이 R&D로서는 글로벌 기업의 경쟁상대 반열에 올라서지는 못했다는 시각도 나타냈다.
김 박사는 “한국기업들은 최근 개량신약 개발에 많이 투자하고 로컬을 많이 하기 때문에 글로벌 회사들이 한국을 경쟁사로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바이오시밀러 분야 등에 있어 얼라이언스 파트너로 많이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