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국민 불편으로 야기된 의약품 구입해소 방안을 착착 진행하고 있다.
우선 박카스 등 등 48개 일반의약품을 의약외품으로 전환해 이르면 8월부터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할 방침이다.
여기에 더해 현행 약사법상 약국 외 판매가 어려운 감기약·해열진통제(가정상비약) 등을 심야시간이나 공휴일에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도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약사법 개정도 꾀하기로 했다.
이 같은 정부 방침에 대한약사회 입장에서는 생존을 위협하는 폭격을 맞은 형국으로 거센 반대의 목소리를 부르짖으며 항거하고 있다.
하지만 복지부는 특별한 변수(?)가 없으면 이미 행정예고 한 48개 품목을 약국 외에서도 판매할 수 있게 허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의 요구가 높은 가정상비약 등도 약국 외에서 판매토록 하기 위해 9월 국회에 약사법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나 국회에서의 논의여부가 관건으로 작용될 전망이다.
약국 외 판매 의약품 도입 논란…약사회로 시선집중
=약국 외 판매 의약품 도입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추진배경에 따르면, 의약분업 이후 약국 환경이 처방조제 중심으로 변화됨에 따라 동네약국 수가 감소하고 문전약국이 증가했다.
특히 병·의원 운영시간에 맞춰 약국 개·폐문하고 있어 동네약국의 접근성이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시민사회단체들을 중심으로 야간이나 공휴일에 일반의약품을 구입하기 힘들다는 불만이 지속적으로 표출돼, 대안으로 심야약국 시범사업(2010년7월~2012년)이 실시됐으나 참여약국 부족 등으로 성과가 저조(2011년4월 기준: 전국 심야약국 60개 운영)해 국민 불편해소에 미흡하다는 점이 약국 외 판매 의약품 도입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정리해 보면, 그동안 복지부는 의약품 사용의 안전성 확보를 최우선 하면서 선진국에 비해 의약품 사용량이 많은 우리나라의 보건환경을 고려해 심야나 공휴일에 겪을 수 있는 의약품 구입 불편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현행 약사법은 약을 약국에서 약사에게만 구입할 수 있도록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어 약사법 개정 없이 추진할 수 있는 특수장소 지정 확대 방안 즉, 심야·공휴일 시간대에 24시간 의약품 판매가 가능한 곳을 특수장소로 지정하고 인근 약국의 약사가 특수장소 내 대리인을 지정해 의약품을 판매하는 방식을 고민했다.
이는 대한약사회의 심야약국 시범사업 성과가 저조함에 따라 그 대안으로 검토한 방안이었으나 약사회는 특수장소 지정보다 당번약국을 활성화해 의약품 구입 편의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자체적으로 마련하고 복지부에 제시했다.
평일에 24시까지 운영하는 당번약국을 전국 4000개, 휴일 운영 당번약국을 5000개로 확대하고 저소득층부터 단계적으로 상비약 보관함을 보급한다는 안이다.
지난 6월3일 복지부는 이 방안을 수용했다.
현행법상 일반약 특수장소 지정 확대는 약사회의 동의가 없으면 불가능함에 따라 당번약국이 활성화되면 국민들의 불편이 상당부분 해소되는 면이 있다고 보고 약사회 차원에서 책임있는 실천을 기대하며 모니터링 하겠다고 일단락 했다.
일반의약품→의약외품으로 전환해 8월부터 슈퍼 판매
=복지부의 당번약국 활성화 방안이 발표되자 상황은 급변하게 돌아갔다.
당초 일반약 약국 외 판매 방안이 실제 약사회의 심야약국 시범사업 성과가 저조함에 따른 대안으로 검토된 것임에도, 또 다시 당번약국을 확대하겠다고 나서자 그 실천여부에 회의적인 시각이 제기되며 시민사회단체들을 중심으로 비난 여론이 고조됐고 청와대측에서도 슈퍼판매 재추진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이에 6월15일 복지부는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의약품분류소분과위원회를 열어 박카스 등 44개 일반의약품(2009년 기준 생산실적 없는 품목 23개 포함)을 의약외품으로 전환해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할 방침이라고 선언했다.
당번약국 활성화로 한 숨 돌리려 하던 약사회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의약외품 전환 품목을 살펴보면 소화제의 경우, 의약외품 전환 기준에 부합하면서 일본의 분류 현황을 참고한 결과 △까스명수액 △생록천액 △위청수 △까스명수골드액 △까스일청수 △솔청수액 △카보명수 △쿨명수액 △기명수 △위쿨액 △까스허브명수액 △솔표까스솔청수 △위솔액 △씨롱액 △씨롱에프액 등 15품목을 의약외품으로 전환키로 했다.
또한 정장제는 △청계미야비엠정 △청계미야더블유정 △신비오페르민에스정 △락토메드정 △미야리산유정 △청계미야캅셀 △락토메드산 △청계미야비엠산 △강미야리산정 △청계미야정 △헬스락토정 등이 포함됐다.
외용제는 △안티푸라민 △마데카솔연고 △센텔레이즈연고 △센텔라제연고 △대일시프핫 △대일시프쿨 등이다.
자양강장드링크류는 △박카스D △알프스디-2000액 △타우스액 △삼성구론산디 △유톤액 △활원액 △영진구론산바몬드에스 △아미나젤액 △박카스F △박탄F △리점프액 △다네스액이 의약외품으로 변경된다.
복지부는 여기에 광동위생수액, 까스활명수라이트액, 까스활명수소프트액, 카스칼크림 등 4개 품목을 추가해 도합 48품목의 의약외품 전환을 담은 ‘의약외품 범위지정 고시 개정(안)‘을 6월29일자로 행정예고한 상태로 오늘(7월18일)까지 의견을 접수받고 있다.
가정상비약도 24시간 편의점 등에 푼다
=해열진통제와 종합감기약은 중추신경에 작용하는 등 인체에 일정한 약리적 영향을 주므로 약사법 상 의약외품 정의에 부합하지 않아 복지부장관 고시에 의한 의약외품 전환이 불가능한 품목이다.
이에 복지부는 감기약·해열진통제 등 가정상비약 약국 외 판매를 위한 ‘약사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약사회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복지부는 앞서 약사법 개정안 마련을 위한 2차례 전문가 간담회(약대교수 불참)와 공청회(약사회 공청회 거부)를 실시함에 따라 7월말~8월 약사법 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를 하고, 9월 중순 규제심사·법제처 심사를 거쳐 오는 9월 말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복지부의 ‘약국 외 판매 의약품 도입방안’에 따르면 심야·공휴일 시간대 의약품 구입 불편해소를 위한 약국 외 판매 의약품을 도입한다는 전제로 높은 약국 접근성, 오남용 방지 등을 고려해 꼭 필요한 의약품을 대상으로 유통관리가 가능토록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하겠다는 기본방향을 세웠다.
약국 외 판매 대상의약품은 약사의 전문적인 지식 없어도 환자 스스로 선택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의약품으로 정의하며, 국민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가정상비약으로 수요가 많은 일반의약품(예시: △해열진통제-타이레놀·부루펜·아스피린 등 △감기약-화이투벤·판콜·하벤 등 △소화제-베아제·훼스탈 등 △파스-제일쿨파스·대일핫파프카타플라스마 등)이 대상이다.
판매장소는 지리적 접근성·판매 가능 시간 등을 고려해 24시간 운영이 가능하고 약화사고에 대비해 긴급하게 의약품 회수가 가능한 곳으로, 약국 외 판매하려는 자는 시장·군수·구청장(보건소장)에게 신청하면 판매자로 지정된다.
포장은 오남용 방지 및 긴급성을 고려해 소포장·완제품으로 생산·공급하고, 별도의 복약지도가 없는 점을 고려해 효능·효과-용법·용량, 사용상 주의사항을 안내토록 함은 물론 ‘약국 외 판매’로 기재하되 약국에서도 판매가 가능하므로 ‘일반의약품’ 표시와 병기가 가능하게 할 예정이다.
또한 일반공산품·식품과 구분해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별도록 진열하고 의약품의 오남용 방지를 위해 1회 판매량을 제한할 방침이다.
복지부는 약사법 개정안에 ‘일부의약품’ 중 일부를 ‘약국 외 판매 의약품’으로 분류하는 규정, 대상의약품의 지정과 범위의 근거, 판매장소·유통관리 등의 근거를 담기로 했다.
약사회 울분, 동네약국의 폐업으로 이어진다
=의약외품 전환으로 48개 품목을 약국 외에서 판매하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정부가 가정상비약의 약국 외 판매도 강행하겠다고 나서자 생존권 위기에 직면한 대한약사회는 강한 울분을 토하고 있다.
약사회는 의약품을 슈퍼에서 팔게 되면 먼저 박카스가 슈퍼에서 팔리는 문제가 아니라 의약품 성분인 무수카페인이 첨가된 음료가 대량 생산돼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복용으로 카페인 중독자가 양산될 수 있고 카페인 천국이 될 우려가 크다며 의약품의 안전관리가 불가능해 진다는 지적이다.
또 약국을 떠난 의약품은 기대효과와 부작용·복용여부의 판단 등을 광고에 의존하게 됨에 따라 부작용이 발생한 후에 잘못된 판단인지 알게 되며, 슈퍼로 나간 의약품은 광고심의도 필요 없고 무조건 많이 팔기 위한 광고에 의약품을 맡길 수 없다는 주장이다.
약을 복용하고 있을 때 다른 약의 추가복용은 신중해야 한다는 전제로 상호 작용이 있을 수 있고 중복 과잉투약이 될 수도 있지만 슈퍼에서 스스로 구매하고 복용하는 의약품은 구매자 본인이 책임져야 하고 피해 역시 본인에게 직접 돌아가게 된다며 다른 약과의 중복에 대한 확인 및 안전관리가 불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특히 의약품을 슈퍼에서 판매하게 되면 영세한 동네약국들이 경영상의 문제로 폐업을 하게 된다며 동네약국 폐업으로 인해 국민들의 약국 이용이 더 불편해 질 것이라고 호소했다.
대한약사회는 “편의성만을 강조하면서 안전한 의약품 관리라는 원칙이 자본과 시장의 원리의 앞에 무너지고 있다. 국민 불편해소를 위해 약국 외에서 의약품을 팔게 해야 한다는 논리는 의약품에 대한 관리를 포기하고 국민건강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심야시간대 국민의 보건의료 접근성이 저하되는 문제는 슈퍼에서 약을 파는 것으로 해결될 것이 아니라 정부가 공중보건의와 공중보건약사를 활용한 심야시간의 공공보건의료센터를 가동해서 해결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 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약사회는 “정부 정책에 대한 분노가 크더라도 이러한 체계가 가동되기 전에 당번약국의 철저한 운영과 자발적인 약국 근무시간의 연장을 통해 국민에게 다가서는 노력은 접지 않을 것”이라고 전제한 뒤, 향후 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 저지를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혀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슈퍼판매 활성화는 지켜볼 일…약사법 개정 국회 논의 불투명
=박카스 등 48개 품목에 대해 빠르면 8월부터 슈퍼판매가 허용되지만 곧바로 활성화가 되긴 어려울 전망이다.
제약업계에서는 기존의 유통채널과 판매방식을 다시 짜야 하며, 무엇보다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기존 거래처인 약사회와 등을 돌리게 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이에 해당 품목 업체들은 슈퍼에서 판매 했을 때의 손익을 검토하고 있으며 추이를 지켜보자는 분위기기 팽배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더욱이 약사법 개정안은 국회에서의 논의가 불투명한 상태다.
9월 정기국회에서는 예산관련 부수법안 심의가 한창으로 약사법 개정안이 제출된다 하더라도 다뤄질지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것.
하지만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적 관심이 큰 법안임에 따라 9월 정기국회에서 여당과의 당정협의 등을 통해 예산관련 법안과 함께 논의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설사 심의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상임위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 의원은 이미 약사법 개정안 반대를 강하게 표명하고 있는 등 찬·반의견이 엇갈려 논의가 장기화 될 수 있고, 더군다나 내년에 총선이 있는 만큼 바쁜 선거일정속에서 표류하다가 18대 국회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될 가능성도 농후하기에 진행여부는 지켜볼 일이다.
의약외품 전환 품목의 슈퍼판매에 따른 환경 변화, 약사법 개정안 실행여부 그리고 대한약사회의 대응 움직임과 더불어 국민 여론의 향배에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