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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원

진료 많은 대학병원 교수 줄세우기-등급화로 우울

외과계열 “고생은 최고, 등급은 최하위 받아 씁쓸”

대학병원들의 교수들이 교수평가로 등급화 되고 줄세우기를 당하면서 우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외과계열의 교수들은 “고생은 고생대로 제일 많이 하는데 연구할 시간이 모자라 연구실적은 낮다. 이 때문에 높은등급 받기도 쉽지않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는 실정이다.

대학 교수로서 연구논문을 쓰는 건 당연하지만 더 나은 대학평가를 위해 교수들의 논문숫자가 중요해지면서 경쟁적으로 SCI급 학술지에 게재되는 논문숫자를 늘리는 상황이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K대학병원과 J대학병원을 비롯한 대학병원들에서는 매년 실시하는 교수평가 결과, 연구 성적이 좋지 않은 교수들이 퇴출돼 공공연히 회자되고 있다. 이들이 능력부족으로 퇴출됐다기 보다는 일률적인 교수평가 잣대에 의한 희생양이라는 동정론도 일고 있는 실정이다.

신경외과의 A교수는 “교수등급이 S-A-B-C 순으로 매겨지는데 S등급은 대개 진료가 많지 않은 과에서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교수로서 진료와 연구에 매진하는 건 당연하므로 불만만 할 수는 없지만 교수평가에 진료 실적이 들어가지는 않는다. 솔직히 외과계열은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산부인과의 B교수는 “최소한의 외래환자 수만 채우고 연구에 매진하는 교수가 있는 반면 환자를 한명이라도 더 보면서 임상적 경험을 쌓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교수도 있다”며 “그럼에도 환자를 보는데 매진하는 교수는 연구에 집중하는 교수와 똑같이 논문을 내야한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는 이어 “비록 기초의학과의 연구실적 기준이 좀더 높기는 하지만 외과계열은 회진도는 시간도 빠듯해 연구를 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러나 대학본부 측은 여전히 일률적인 잣대만 들이대고 있다”고 비판했다.

B교수를 비롯해 일부 교수들은 대학본부 측에 일률적 잣대가 부당하다는 이유로 의견도 내고 회의도 했지만 바뀐 건 없었다는 것.

또 다른 교수는 “대학평가에서 경쟁을 하다보니 어느 대학이 최소논문을 3편으로 정하면 다른 대학은 4편, 또 다른 경쟁대학은 5편을 잡는 실정”이라며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경쟁구도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이렇다보니 때로는 자존심 때문에 병원을 나가는 교수들도 생기고 있다. 부교수급이었던 흉부외과의 한 교수는 이른바 ‘잘 받아주지 않는’ SCI급지에 논문을 제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또 다른 ‘높은 수준의’ SCI급지에 논문을 제출했지만 번번이 탈락했다는 것.

논문의 제출에서 게재확정 여부까지는 몇 달이 걸리기 때문에 그 사이 해당교수의 연구실적은 바닥을 친 상황에서 대학은 이 교수에게 ‘잘 받아주는’ SCI급에 제출하라고 종용했지만 이 교수는 이를 거부하고 결국 대학을 떠났다는 것이다.

해당 대학의 동료교수는 “어느 조직이든 경쟁체제는 필요하지만 지나치게 일률적인 기준은 외려 독이 될수 있다”며 “외과계열의 교수로서 씁쓸하다”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