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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원

사후피임약, 일반약 전환 시기상조 vs 낙태예방

“가이드라인만 있으면”…산부인과 “무분별 만연”

사후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을 두고 ‘낙태예방’과 ‘시기상조-오남용’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사후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은 최근 보건복지부가 박카스 등 44개 품목에 대한 약국외 판매를 허용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시작됐다. 대한약사회가 약국외 판매 허용의 조건으로 사후피임약 등의 일반의약품 전환을 요구하고 나선 것.

사후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을 두고 약사회-시민단체는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반면, 산부인과의사회와 피임연구회 등은 적절하지 않다며 이견을 보이고 있다.

20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의약품 재분류를 일반약 슈퍼판매의 선행조건으로 내건 약사회에 대해 이기주의 행태라며 맹비난하면서도, “낙태예방의 실천적 방안으로 사후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을 적극적으로 요구했다.

경실련은 “낙태를 범죄로 규정하고 규제하고 있는 현실에서 낙태예방의 실천적 방안으로 사후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을 요구한다”며 “무조건적인 낙태규제만을 되풀이되는 것이 저소득층과 청소년 등 취약계층의 문제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따라서 다각적인 예방정책의 실천적 방안으로 사후응급피임약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일반의약품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한산부인과의사회나 피임연구회는 사후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은 국내 상황에선 시기상조라는 반응이다. 의료계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역시나 ‘오남용’이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응급피임약이 일반의약품으로 전환될 경우 일상적인 피임방법으로 오남용될 우려가 크다”며 “응급피임약은 일반 경구 피임약에 포함된 호르몬의 약 10배~30배에 달하는 고용량 호르몬 요법이며 피임실패율도 일반피임약에 비해 두 배이상 높다”고 말했다.

피임연구회 이임순 회장(순천향병원 산부인과 교수) 또한 현재 상황에선 너무 빠르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이임순 회장은 “지난 2009년 자료에 의하면 국내 여성들의 피임약 복용은 2%에 불과한 상황이다. 사후피임약만 먹는다고 임신이 안 된다고 장담할 수 없다”면서 “처방이 필요한 이유는 병원을 찾아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할 수 있다. 현재의 국내 상황에서 서양과 같이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피력했다.

실제 사후피임약의 경우 성교 후 72시간 내에 1회 복용하고 그 후 12시간 후 다시 1회 복용하여야 하는 방법으로써 피임률은 약 75% 정도이다. 즉, 4명 중 1명은 응급피임제의 사용에도 불구하고 임신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국내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주장하는 것은 현재 우리나라의 성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임순 회장은 “어른이고 아이고 아직까지 올바른 성교육이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면서 “사후피임약을 무조건 사서 먹으라하면 부작용과 오남용이 상당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피임에 대한 여성의 교육기회 상실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경실련은 미국, 영국, 프랑스, 캐나다, 벨기에, 핀란드, 스페인, 스웨덴, 호주, 중국, 뉴질랜드 등 외국에서는 낙태예방 방안으로 사후응급피임약을 활용할 수 있도록 약국에서 시판되고 있으며, 일부 연령제한(미국의 경우 17세 이상)을 두고 있다며 전환의 당위성을 피력했다.

아울러 사후응급피임약의 무분별적 오남용을 우려하는 것과 관련 경실련은 “적응증 과 효과에 대한 사전 교육, 홍보와 약사에 의한 복약지도 등 관련 가이드라인을 전문가 단체 와 정부차원에서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응급피임약에 의존하는 성관계가 만연한다면, 호르몬 불균형에 의한 이상소견이나 피임실패로 인한 임신 문제뿐 아니라 성매개 감염이나 골반염 등의 빈도가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한편, 사후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을 두고 낙태예방 효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임신과 출산에 대한 무감각의 양산과 오남용 우려가 우선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다만, 사후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이 직역의 보상을 위한 차원의 요구가 정당한 것인지는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