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일괄적 약가인하 움직임에 대해 제약협회측의 안이한 대처를 지적하는 제약사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3일 열린 ‘제약협회 이사장단과 약가제도위원회 통합 워크숍’에서 업계 관계자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왔던 부분은 제약협회의 ‘약가인하 반대’보고서였다. 특히 이 가운데 약제비 상승이 약가인하의 원인이 됐다는 부분이 논점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제약협회에 따르면 보험재정 측면에서 분석했을 때, 정부의 약가인하 사유가 총 진료비 대비 약제비 비중이 29.3%로 높다는 점에 기인한다는 것.
이에 대해 제약협회 측은 약제비 비중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요소가 가격인지, 사용량인지, 낮은 진료수가 때문인지 등에 대한 요인을 분석하지 않은 채 정부가 ‘밀어붙이기식 약가인하’를 추진한다는 분석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부가 약가인하의 원인으로 두고 있는 건강보험재정 절감 정책이 원인을 제대로 따진 것이냐는 부분이다. 제약협회 측에서는 이 부분을 정부 정책 방향성이 애초부터 잘못된 것이라며 지적하고 나섰다.
제약협회 이경호 회장은 이 자리에서 “약제비가 계속 늘어나기 때문에 보험재정에 압박이 온다는 얘기를 하는데, 약제비는 사용량에 기인한다”며 “그간의 정책이 약가에만 집중되고 사용량에 대해서는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상황에서 막상 가장 타격을 볼 제약사 측에서 ‘사용량’과 관련한 제약협회의 분석이 안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자문위원으로 참가한 한 제약사의 관계자는 “제약협회의 보고서를 보면 마치 처방되지 않아도 될 약을 부당하게 사용한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며 “약제비가 증가한 것은 노령화로 인한 순수한 증가율로 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도 “평균 수명이 늘어나는 부분에 대한 데이터를 꾸준히 분석해 약가인하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 한다”며 “단지 약가인하를 막자는 궐기대회 식으로 가서는 안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제약협회는 “고령화에 관한 얘기가 나올 줄 알았으며, 또한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을 이어오고 있다”며 “업계의 의견수렴을 통해 적절한 방안을 모색토록 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와 함께 현재의 제약협회 대응은 늦은 감이 있다는 의견도 지배적이었다. 때문에 제약사 측에서는 스스로 후속대책을 찾는 것이 빠르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제약사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복지부의 방안이 나왔다면 몇 개월의 유예기간은 있었을 것인데 이제야 보고서를 작성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운영측면에서 예측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도록 준비기간을 주는 것이 중요한데 이런 식의 정책 추진은 결국, 최근들어 살아나던 R&D 투자의지 마저 꺾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약가제도위원도 “이달 안에 복지부 내부에서 추진방향이 발표된다는데, 협회의 준비는 대화 수준일 뿐 완벽하게 저지할 것인지, 보완할 것인지, 보완한다면 무엇을 주고 받을지에 대한 구상이 전혀 없다”며 질책의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