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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고소·고발로 얼룩진 의료계, ‘공생’-‘공멸’

의료계 내부의 불신의 벽이 더욱 높아만 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계를 대표하고 있는 단체지만 현재 고소·고발로 얼룩져 깊은 늪에서 좀체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먼저 의협회장은 일부 회원들의 고발로 검찰에 기소돼 △의학회장 기사 및 유류대 지원 △참여이사 거마비 지급 △상근임원 휴일 수당 지급 △언론사 연구 용역 △1억원 업무상배임 △명예 훼손 등 6가지 혐의에 대한 재판이 이어지고 있다.

의협회장은 사전에 상임이사회와 감사단의 동의(합의)를 얻는 등 적합한 절차를 거친 것으로 정당성을 주장하고, 협회를 위한 목적이지 회장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또한 이른바 설 선물 와인사건과 관련해 의협측에서 A씨를 사문서 위조·사기 등의 혐의로 고소했고 A씨도 ‘명예훼손 및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등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맞고소한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전국의사총연합대표 외 200여명은 의협회장이 와인사건의 주모자라며 업무상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전의총 대표 역시 의협회장으로부터 명예훼손·모욕·업무방해·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고소당해 조사를 받게 됐다.

한 술 더 떠서 최근 의협 정기총회에서는 고성과 고함이 쏟아졌고, 부산·울산·전남·경북·경남의사회 등 5개 시도의사회에서 제시한 의협회장에 대한 사퇴 권고안이 분과회의에서 다뤄져 1표 차이로 부결돼 본회의에 부의치 않는 것으로 결론을 내기도 했다.

이쯤 되면 불신의 벽이 극에 달한 총체적 난국이라 하겠다.

상황이 이러하자 의협 집행부는 의협회장만의 책임이 아니라 집행부가 잘못 보필한 탓이 더 크다며 대의원과 회원들에게 머리를 숙이며 공식사과문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성공한 집행부로 기록되고 싶고 그럴 수 있다는 확신도 있다며, 의료계를 위한 회장의 진정성과 열정을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음과 동시에 집행부 또한 한 번도 초심을 잃은 적이 없다고 강조하며 회장을 중심으로 집행부가 일을 제대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줄 것을 간절히 호소하기에 이른다.
즉 의협 집행부는 다른 의료현안 보다도 흐트러진 회심 잡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판이다.

문제는 불신은 또 다른 불신을 낳는다는 것이다.
의협이 아무리 회무를 잘하더라도 색안경을 끼고 의심부터 하게 된다면 이는 자멸을 거쳐 최악의 상황인 공멸로 치닫게 될 것임은 자명하다.

현재 의료계에서 주장하는 각종 불합리한 규제 철폐와 의권 회복을 위해선 단합해 한목소리를 내야한다.
물론 진실은 규명돼야 하겠지만 이전투구 양상은 지양해야 한다.
자신을 먼저 돌아보지 않고 남의 탓이라고 손가락질만 한다면, 한 발짝 물러서서 봤을 때 곱지 않은 시선은 양쪽 모두에게 쏟아지게 마련이다.

귀를 닫고 반목과 불신을 이어 공멸의 길로 갈 것인가 아니면 귀를 열고 서로 양보하며 슬기롭게 내부봉합을 꾀해 공생의 길로 나아갈 것인가.
모두가 등 돌리기전에 너와 내가 아닌 ‘우리’라는 마음가짐이 요구되는 시점이며 아직 늦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