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2 (일)

  • 구름많음동두천 20.9℃
  • 구름조금강릉 22.7℃
  • 흐림서울 21.7℃
  • 맑음대전 24.6℃
  • 맑음대구 25.7℃
  • 구름조금울산 23.8℃
  • 맑음광주 23.4℃
  • 구름조금부산 25.1℃
  • 맑음고창 23.7℃
  • 구름많음제주 23.0℃
  • 구름많음강화 21.1℃
  • 구름조금보은 22.0℃
  • 맑음금산 23.5℃
  • 구름조금강진군 24.4℃
  • 구름조금경주시 25.0℃
  • 구름조금거제 24.9℃
기상청 제공

기자수첩

인술펼치는 병원, 청소노동자 인권은 어디에?

병원은 단순히 기술로써 사람의 생명을 살려내는 곳이 아니다. 생명을 존중한다는 것은 인도주의를 품고 인술을 실현해 고귀한 생명을 살려낸다는 것일테다. 따라서 병원은 우리사회의 가장 불우한 약자까지도 포용하는 정신을 구현해낼 수 있는 곳이란 상징성이 크다.

그러나 선진진료시스템을 구축해 세계 최첨단, 초일류, 글로벌 병원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자랑하는 대형병원이라 할지라도 사회적 약자를 껴안을 수 있는 포용심은 경영전략과 수지타산 앞에 무너지나보다.

최근 잇단 청소노동자들의 투쟁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병원도 예외는 아니다. 작년에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이 있었던 K대병원에서는 올해도 역시 청소노동자들의 파업과 투쟁이 이어져오고 있다.

병원의 청소노동자들은 타 기관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다고 시민운동가들은 목소리를 높인다.

병원의 경우 청소 노동자들이 주사바늘에 찔리거나 각종 오염폐기물로 인한 감염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감염에 대한 예방조치나 후속조치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 현실이다. 가장 기본적인 휴게시간 보장과 ‘적정한’ 휴게공간 마련도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모르쇠’다

그나마 노조에 가입돼 있는 병원의 청소노동자들은 연대를 통한 투쟁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도 한다.

서울대병원과 고대안암병원 등은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 산하에 포함돼 있어 작년에 연대 투쟁을 벌였고 그 결과 식대나 휴게공간과 같은 당연한 기본권을 일부 쟁취해 냈다.

반면, 다른 병원들의 사정은 여전히 막막하다. 한 평짜리 청소도구함에서 식사와 휴식을 해결하는 건 물론 새벽 4시 40분에 출근해 오후 4시에 퇴근하기까지 휴식시간은 점심 후 30분이 전부다. 4시에 끝나서 집에 가는 것도 아니다.

모 병원의 청소노동자는 “실제 받는 임금이 한 달에 80여만 원 선이기 때문에 생활이 어려워 퇴근 후 추가로 병원 청소 아르바이트를 한다. 이 경우 그나마 시급이 6000원이라 다행”이라고 푸념 섞인 탄식을 내뱉었다.

매년 경영성과를 통해 최첨단 치료기기를 들여오고 확장 공사를 펼치는 대형병원의 어두운 단면으로 치부해버리면 간단한 일일까?

인간의 존엄성을 실현시키는 병원에서 청소노동자의 인권은 용역업체에 위탁시킴으로써 처리할 수 있는 한낱 경영계획의 일부분에 불과한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