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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회장님, 지금 그럴 때 입니까?”

의협회비 유용 등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되며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는 대한의사협회 경만호 회장. 행보 일거수일투족이 중요한 이때 그가 취한 모션이 또다시 회원들의 눈총을 받고 있어 그 연유에 관심이 쏠린다.

눈총을 받은 일은 다름이 아닌 최근 소말리아 해적에 의해 총상을 입고 온국민의 우려속에 집중치료 중인 석해균 선장의 병문안 건이다.

일인 즉슨, 의협은 지난주 10일경 경만호 회장과 집행부 임원 몇명이 아주대의료원으로 석선장의 병문안을 간다며 기자들에게 단체문자를 발송, 취재를 요청했다. 하지만 몇시간 뒤 의협은 경 회장과 집행부 임원진의 석선장 방문은 취재가 불가하다면서 방문후 보도자료로 배포하겠다는 문자를 재발송했다.

이후 의협 보도자료에 따르면 경 회장과 집행부 임원진은 석선장을 방문, 그의 가족을 만나 위로금을 전달하고 의료진을 격려한 것을 골자로 하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의협의 이 같은 문자에 기자는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일차의료와 관련된 현안부터 검찰 기소 등의 해결하고 신경써야 할 일이 많은 이 중요한 시기에 대체 왜 기자까지 대동해 가며 굳이 의식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위중한 상태의 석선장을 방문하려는지 의문스러웠기 때문이다.

경 회장의 이같은 행보에 의구심이 들고, 헛웃음이 난건 비단 기자뿐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이 소식을 접한 의사협회 회원들 역시 실소를 금치 못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사석에서 만난 모 의사회원은 이에 대해 “ 절대적 안정을 취해야 하는 환자라는 것을 모를리 없는 의사단체 대표가 사전에 병원 의료진과의 충분한 협의도 없이 언론에 연락을 취하며 그를 방문하려고 했는것은 정치적인 목적이 다분한 행동”이라면서 “의협회장의 지위를 자신의 목적을 위해 남용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또 “의협 회장은 지금 그렇게 자신의 목적을 위해 행동할 때가 아니라, 먹고 살기 힘들어 숨이 목까지 찬 회원들을 위해 한시가 급하게 뛰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지난해 말, 취임 이래 최고의 위기에 봉착했던 경 회장은 회원들과의 만남에서 “의료계의 현안 해결을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면서 “믿고 지켜봐달라”고 신뢰와 지지를 당부한 바 있다.

의사협회 회원들이 원하는 회장은 말로써 신의를 호소하고, 언론에 비춰지는 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 아니다.

의사협회의 수장으로서 석선장을 위로하고자 했다면 굳이 취재진을 동원해 병원을 방문하려고 했을 필요가 없다. 또한 담당 의료진을 격려하기 전에 차라리 국내 외상외과전문의가 부족한 현실을 인지시키고, 이에 따른 해법 모색을 제안하는 것이 의료계의 수장으로서 갖춰야 할 덕목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