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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환자인권 논의에 의사들 “기권(?)”

“마루타가 뭔 뜻인지나 알고 말하는거냐?”, “손끝에 가리킨 달을 봐야지 손톱에 낀 때를 보지 말라!”

때 아닌 ‘손톱의 때’ 고성이 오간 곳은 바로 의료윤리연구회의 토론장. 최근 연구회는 이른바 ‘진료실 사전 출입 동의’와 관련해 의사들의 윤리의식 수준을 점검하고 앞으로 발전적으로 지향해야 할 점을 논의하기 위한 목적으로 양승조 의원실 관계자와 의사들을 초청했다.

하지만 본래 취지와 달리 토론회는 ‘사전동의서를 입법하느냐 마느냐’와 ‘일부 용어에 대한 비난’을 중심으로 의원실 관계자와 의료계 인사들의 격양된 공방들이 오가며 마무리됐다.

이처럼 껍질뿐인 상호 공방은 비단 이날뿐이 아니었다. 그간 양승조 의원이 환자의 인권과 알권리를 목적으로 진료실에 출입하는 수련의와 제3자에 대해 임산부나 환자에게 사전 설명과 동의를 구한 후 출입해야 한다는 의견은 의료계로부터 갖은 뭇매를 맞아왔다.

그러나 의료계는 ‘임산부 마루타 취급’ 등 일부 용어의 사용과 교육받을 권리, 진료권 침해 등을 사과하라는 거센 요구는 해왔지만 정작 ‘환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려는 움직임은 거의 없었다.

이를 두고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사들이 남의 생각을 듣고 미래 지향적인 의견을 내보려 고민하지는 못하고 자기 생각이나 감정을 표출할 줄만 안다"고 비판하며 "남을 설득하는 의사소통의 기술이 너무나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토로했다.

이번 논쟁에 대해 의료계가 아닌 외부에서 보는 시선은 사전동의를 문서로 작성하느냐 구술에서 그치느냐, 이를 법으로 규제할 것이냐 말것이느냐의 방법론적 측면이 아니다.

환자들이 토로하는 불편을 생각해보고 정해진 시간이나 정해진 인원 등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정해 시스템을 개선해보겠다는 성의와 의지를 보고 싶었을 것이다. 실제로 이번 논란에 대해 네티즌이 성토한 것은 “환자의 마음까지 살필 줄 아는 진정한 의사가 되었으면 한다”는 의견들이었다.

“응급상황에서 한명한명에게 동의를 구하면서 서명을 받다가 사망하면 책임질 것이냐”라는 비약, 대학병원에 들어오는 환자들은 교육생들의 참관에 이미 동의하고 있다는 관행, 의사의 직업적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논리는 시대적 변화에 따라 최우선의 가치로 대두되는 ‘환자의 인권과 알권리’라는 대전제 아래 설득력이 부족하다.

존경받아 마땅한 사회의 지도층이자 지식인 집단으로서 외부의 힘에 휘둘리고 싶지 않은 자존심은 이해하지만 이는 스스로 환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소통을 실천할 때만이 지켜질 수 있다.

손가락이 가리키는 달을 보라는 비판, 소통의 시대에 관행만을 내세우는 사고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결국 문제를 외면하는 ‘기권’으로 비춰질 뿐이라는 시선을 외면하기만 해서는 자존심 상하는 외부의 도전을 계속 받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