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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반제약 정서에 의미 퇴색된 의료봉사상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뜻의 고사성어가 있다. 쌍벌제 시행을 두고 요즘 의료계 일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이 말이 떠오른다.

사건은 지난 1일, 서울시의사회는 창립 95주년 기념식과 함께 제 9회 한미참의료인 시상식장에서 일어났다. 한미약품이 후원하는 이날 행사장에 전국총의사연합 노환규 대표가 ‘의사들이여 자존심을 회복하라, 동료들의 자존심을 훼손하지 말라, 부끄러운 줄 알라, 밥은 내돈으로 먹자’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나타난 것이다.

이는 쌍벌제를 주창한 제약회사의 후원을 받아 의사회의 창립기념식과, 봉사상 등을 진행하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는 뜻에서 강행한 항의 시위였다.

쌍벌제 시행이 결정된 지난봄부터 의료계에서 국내제약사에 대한 반감은 고조되기 시작했다. 진료실 출입금지는 물론, 불매운동까지 반제약 정서는 다양한 형태로 표출되었는데 특히 이 제도를 시행할 것을 정부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진 일부 제약회사들에 그 뭇매가 집중되었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날 행사의 취지가 노 대표의 말처럼 단순히 송년을 기념하기 위한 밤이 아닌 의료사각지대에서 헌신 봉사하며 참 의료의 뜻을 실천해온 이들의 공로를 기념하는데 있다는데 있다.

피켓을 들고 시상식장을 누비는 노 대표의 모습에 행사장은 찬물을 끼얹은 듯 가라앉았고, 이 행사 내내 수상을 축하받아야 할 봉사상 수상자들 및 내·외빈들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간의 사정은 어찌됐든 좋은 의도로 수년째 행사를 후원하고 있는 제약사 대표는 축하의 인사 한마디 건네지 못한 체 부랴부랴 단상을 내려와야 했다.

노 대표는 이미 이날 오전 이 제약사 앞을 찾아 1인 시위를 감행하며, 쌍벌제를 주창한 회사가 의사회 송년의 밤을 후원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고, 의사회도 이를 받아서는 안된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한 바 있다.

이에 해당 제약사 뿐 아니라, 이곳의 후원을 받아 행사를 진행한 의사회, 또 이와 비슷한 시상을 앞두고 있는 대한의사협회도 이것이 타당한지를 다시 한 번 고려해 보는 계기로 삼았다는 후문이다.

쌍벌제의 시행이 의사들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혔다는 것에는 기자도 역시 공감한다. 또 이 제도 시행에 따른 의견을 표출하는 것에 대해서도 필요하다면 당연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러한 뜻을 펼칠 장소가 굳이 칭송 받아야 마땅할 봉사상 시상식장이 되어야만 했는지는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