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를 엄격하게 처벌하게 되면 해당 범죄가 실제로 발생했으나 수사기관에 인지되지 않는 일명, ‘암수범죄’가 많아져, 처벌의 형평성 문제가 생겨나게 되므로 형법상의 낙태죄 규정의 실효성을 살려 낙태를 규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27일 아셈타워 화우연수원에서 열린 한국의료법학회의 추계학술대회에서 법무법인 화우 김재춘 변호사는 낙태죄에 대한 판례동향에 대해 발표하고, 이것이 주는 처벌의 시사점에 대해 밝혔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지난 2007년을 기준으로 해 국내 낙태율은 연간 150만건에 달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책임소재를 가리는 법적 소송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우선 1990년대를 전후 로 낙태죄에 대한 판례동향을 살펴보면 ▲낙태 행위의 가벌성 문제 ▲재산상속의 선순위나 동순위에 있는 태아의 낙태가 상속결격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 ▲장애가 있는 아이를 출산하는 것이 부모의 낙태결정권을 침해한 것인지 여부 ▲태아의 성별을 고지한 의사에 대한 의사면허자격정지가 적법한가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됐다.
2006년 이후 최근 5년 동안에는 낙태죄에 관한 대법원의 판결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또 낙태죄와 관련해 낙태를 한 산모가 기소되어 처벌되는 경우도 거의 없다. 낙태를 한 산부인과 의사의 경우 적발된 낙태시술 건수가 단 1건이라도 기소되는 경우가 있는 반면, 낙태시술 건수가 수십회를 초과해도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가 없었다.
즉, 실제선고되는 형은 대체로 징역형의 집행유예 및 자격정지와 선고유예 등으로 갈리고 있다는 것.
가장 최근에 있었던 경기도 모 산부인과의 낙태수술 판결에서도 1심에서는 2년 6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지만 항소심에서 1년으로 감형되었다.
김 변호사는 이와 관련, “낙태에 관한 사회적 요소가 많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그러나 “낙태는 더 이상 자유화란 미명 아래 외면해서는 안 될 단계에 이르었다”면서 이에 대한 인식 및 법의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낙태에 대한 범죄의식이 희박함에도 불구하고, 낙태죄를 엄격하게 처벌하게 되면 암수범죄가 많아지게 되고, 처벌의 형평성 문제가 생겨난다”는 점을 환기시키고, “현재와 같이 낙태가 무분별하게 행해지는 상황에서는 형법상의 낙태죄 규정의 실효성을 살려 이를 규제하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