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4 (화)

  • 구름많음동두천 20.9℃
  • 구름조금강릉 22.7℃
  • 흐림서울 21.7℃
  • 맑음대전 24.6℃
  • 맑음대구 25.7℃
  • 구름조금울산 23.8℃
  • 맑음광주 23.4℃
  • 구름조금부산 25.1℃
  • 맑음고창 23.7℃
  • 구름많음제주 23.0℃
  • 구름많음강화 21.1℃
  • 구름조금보은 22.0℃
  • 맑음금산 23.5℃
  • 구름조금강진군 24.4℃
  • 구름조금경주시 25.0℃
  • 구름조금거제 24.9℃
기상청 제공

기자수첩

불법 낙태 의사, 솜방망이 처벌 안되는 이유

최근 불법 낙태를 자행한 산부인과병원 사무장과 원장이 징역형을 선고 받으며 다시 한 번 인공임신중절의 실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었다.

이번 사안의 경우 임신 8개월의 임산부의 낙태 수술은 물론, 유도분만으로 살아서 태어난 태아를 살해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이 컸다.

따라서 재판부는 여느 낙태사례 보다 강도 높게 처벌 수위를 정했다. 바로 사건 연루자들에게 징역이라는 실형을 선고한 것. 그러나 이 처벌 수위를 두고 말들이 많은 게 사실. 그도 그럴 것이 수술을 집도하고 영아 살해를 지시한 의사의 경우 자격정지 1년에 집행유예를 전제로 둔 2년의 징역형을 선고 받는데 그치고, 환자를 유인한 사무장만 실질적인 징역형에 처해진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 의사 김모 씨는 이미 여러차례의 낙태관련 전력이 있는데도 미성년자, 낙태가 불가능한 주수의 산모를 가리지 않고 시술하고, 이득을 챙겨온 점을 미루어 볼 때 죄질이 불량해 실형선고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병원 사무장으로 일하고 있는 피고 김씨의 아내 이모 씨가 이를 주도한 점을 들어 김 씨는 집행유예에 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매우 위험한 판결이 아닐 수 없다. 사회적인 통념과, 혼란, 그리고 이해관계의 상충으로 법적으로 전적으로 낙태를 금지하는 법을 제정하기 힘든 점은 인정할 수 있지만 엄연한 생명을 죽이려고 한 살인미수 사건인데도 이를 직접 집도한 의사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암묵적으로 불법 행위를 인정하겠다는 뜻으로 밖에 볼 수 가 없다.

의료계 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 사건 판결을 두고 일부 산부인과 의사들 사이에서 “남편의 죄를 아내가 대신 짊어지었으니 존경할만한 부인이다”라는 내용의 대화가 오가기도 했다고 한다. 최소한의 윤리의식이 존재하기는 하는 것인지 씁쓸한 웃음이 난다.

낙태수술을 근원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이미 수차례의 기사와 사회 각계각층에서 이루어진 토론 등을 통해서도 언급 되었듯 굉장히 어려운 문제다. 그렇지만 엄연히 사법당국의 심판대에 오른 사건을 법의 잣대로 검토하는 것은 그리 힘든 일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더욱 더 세밀하게 판단해야 한다.

단 한번의 판결이라도 선례가 있다면 사회 질서를 정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