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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학회

암 발생-전이 억제하는 획기적인 메커니즘 규명

국내 연구진, 암진단·치료 전기 마련…권위지 논문 게재


국내 연구진이 세포핵 속에 존재하는 단백질을 메틸화해 암 발생과 전이를 억제하는 새로운 작동 경로를 규명해 관심을 모우고 있다.

이번 연구는 백성희 교수(서울대 크로마틴 다이나믹스 연구단장)의 주도로 △이세웅 박사(제1저자) △포스텍 황대희 교수 △숙명여대 김근일 교수 △중앙대 서상범 교수 △인하대 김정화 교수 △암센터 이호 박사 등이 참여,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리더연구자지원사업(창의적 연구)’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백성희 교수 연구팀은 산소가 적은 상황(종양 내부에는 암세포의 급속한 성장으로 인해 저 산소 영역 발생)에서 렙틴(Reptin) 단백질을 메틸화하면, 히프원(HIF-1) 단백질의 기능을 막아 암의 진행을 선택적으로 억제한다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렙틴 단백질에 존재하는 라이신 아미노산이 산소가 적은 상황에서 특이하게 G9a 효소에 의해 메틸화되면, 메틸화된 렙틴이 암의 진행과 전이를 촉진하는(저 산소 신호 전달을 통한 혈관의 생성 등) 유전자의 발생을 돕는 히프원 단백질과 결합해 그 기능을 억제한다는 새로운 사실을 규명한 것이다.

또한 이번 연구에서는 히스톤(Histone) 단백질을 메틸화시키는 효소로 잘 알려진 G9a 효소가 히스톤 단백질뿐만 아니라 비(非)히스톤 단백질인 렙틴 단백질의 메틸화도 촉진시킨다는 새로운 사실을 확인했다.

백 교수팀은 쥐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렙틴의 메틸화가 암 진행 및 전이를 억제한다는 사실을 검증했다.
렙틴의 양을 줄이거나 메틸화가 안 되는 렙틴의 돌연변이체를 과발현시킨 암세포를 쥐에 주사하면, 암 진행이 촉진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렙틴의 메틸화 여부가 향후 암의 진행과 전이를 진단하는 주요한 마커(암 판별물질)로 활용될 수 있다고 판단 하고, 국내외 특허출원도 완료했다.

백성희 교수는 카이원(KAI1)이라는 암전이 억제 유전자의 메커니즘을 밝혀 2005년 네이처(Nature)지에 발표했고, 카이원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렙틴 단백질의 수모화(SUMO)가 암 전이에 미치는 영향과 경로를 규명해 네이처 자매지에 발표한 바 있다.

백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암 진단과 치료제 개발에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며, 향후 신개념 항암제 개발까지 연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연구 결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과학 전문지인 셀(Cell)의 자매지 ‘몰레큘라 셀(Molecular Cell)’지 7월9일자(현지시간)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용어>
▲메틸화(methylation)= 유기화합물의 수소원자를 메틸기(-CH3)로 치환하는 반응.

▲렙틴 단백질= 암 전이를 억제하는 유전자[KAI1(카이원)]의 발현을 조절하여, 암 발생과 전이 과정을 조절함.

▲히스톤 단백질= 염색질을 구성하는 중심 단백질로서, DNA의 응축을 돕고, 유전자 발현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함.

▲Metastasis(암 전이)= 암은 세포 성장 조절이 정확하게 제어되지 못해 세포가 조절되지 않는 성장을 계속하는 질환이다.
전이(metastasis)는 말기 암에서 많이 보이는 현상으로, 암세포가 처음 생긴 부위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혈관과 림프관을 따라 신체의 다른 부위로 퍼져나가면서 그곳에 정착하여 증식하는 상태를 말한다. 암 전이 과정에서는 암세포의 이동 및 침윤 성질이 중요하다.

▲ Hypoxia signal(저산소 신호)와 HIF-1(저산소 유도인자, 히프원) 단백질= 종양 내부에는 급속한 성장으로 인해 저산소 영역이 존재하며, 이것을 신호로 해 새로운 혈관 생성을 유도해 산소와 영양분의 결핍을 극복하고자 하는 특징이 있다.

히프원 단백질은 정상 산소 상태에서는 급속히 분해되므로 존재하지 않다가, 저산소에서는 안정화돼서 타깃 유전자의 발현을 촉진시킨다. 히프원 타깃 유전자 중에는 암의 진행과 전이를 촉진하는 것들이 있어 결국 히프원은 저산소 신호에서 암을 악성화 하는데 기여한다.

저산소 상태에서 암세포는 일시적으로 성장을 멈추나 곧 적응해 저산소 상태에서도 성장하게 되는데, 이 경우에 혈관 생성과 생존 능력이 증가돼서 암 진행과 전이를 촉진시키고 항암 치료에 대한 내성을 나타내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