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0 (금)

  • 구름많음동두천 20.9℃
  • 구름조금강릉 22.7℃
  • 흐림서울 21.7℃
  • 맑음대전 24.6℃
  • 맑음대구 25.7℃
  • 구름조금울산 23.8℃
  • 맑음광주 23.4℃
  • 구름조금부산 25.1℃
  • 맑음고창 23.7℃
  • 구름많음제주 23.0℃
  • 구름많음강화 21.1℃
  • 구름조금보은 22.0℃
  • 맑음금산 23.5℃
  • 구름조금강진군 24.4℃
  • 구름조금경주시 25.0℃
  • 구름조금거제 24.9℃
기상청 제공

기자수첩

가장 무서운 것은 ‘내부의 적’

“가장 무서운 것은 외부의 적이 아닌 내부의 적이다”

국민건강수호에 앞장 서야 할 대표 단체인 대한의사협회가 극심한 내우외환(內憂外患)에 시달리고 있다.

굵직한 예를 들어보자.
앞서 의협은 정부의 원격의료 도입 추진 문제와 관련해 회원들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치 못한 행보로 인해 비판을 받은 바 있었으나 이를 다시 수습(?)해 “믿어 달라”는 의지하나로 1차 난관을 헤치고 나왔다.

하지만 이어 맞닥뜨린 외부의 적인 ‘리베이트 쌍벌제’에 의협은 기지개 한번 펴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이에 내부에서는 각종 비판이 쏟아졌다.
의협 집행부에 대한 거침없는 비난과 정치력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반면 의협 집행부에 대해 손가락질하기 보다는 이런 상황일수록 회원들이 더욱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즉 쌍벌제를 막지 못한 것에 대한 격한 분노를 표현하는 입장과 이미 통과된 만큼 추스르고 다시 한 번 대승적 차원의 ‘단결’을 통해 하나의 목소리를 외부에 전달해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섰다.
비판만이 능사가 아니기에 이때까지는 거대한 외부의 적과 맞서기 위해선 ‘응집’이라는 무기로 응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의협은 곧추세우려던 허리를 펴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의협의 감사보고서가 외부에 유출되면서 곤혹을 치루고 있는 것.
일명 의협 예산의 ‘횡령이다’, ‘아니다’를 놓고 시끄러웠지만 대의원총회에서 집행부의 공식적인 해명에 대해 별 탈 없이(?) 넘어 가는 듯 했다.

일부에서는 그래도 의혹을 제기 했었으나 하나 된 힘의 필요성이 절실하기에 일단락되는 가 싶더니 또 다시 유출된 감사보고서가 대대적으로 공개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사태에 봉착하고 있다.
의협차원에서는 더 이상 내부의 적을 좌시할 수 없다는 판단으로 색출 작업에 나섰다.
포지티브가 아닌 네거티브로 흐르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물론 의료전달체계개선 작업 등 의협 집행부가 잘해온 공적도 크지만 회원들을 품어 안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비판은 곱씹어야 한다.
내부의 목소리는 항상 칭찬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잘못된 것을 지적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내부의 적이 있다면 이를 만든 것도 키운 것도 다름 아닌 의협이기 때문이다.
불순한 의도를 가진 내부의 적은 반드시 척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현재 ‘내부의 적’이 과연 ‘적’으로 칭할 수 있는가를 면밀히 통찰해야 할 것이다.
내부의 적은 가장 무섭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한층 진일보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이를 아우르지 못하는 의협의 모습이 지속된다면 실망감은 더욱 늘어날 뿐이다.

분열된 의협을 그 누구도 바라지 않는다. 단합된 의협을 바라는 수많은 시선이 아예 고개를 돌리고 다시는 쳐다보지 않는 최악의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한 건설적인 내부 비판과 이를 적극 수용하는 자세가 절실히 요구된다.

원죄는 집행부에 있다고 치더라도 이를 확대시켜 모두 같이 깊은 수렁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할 것인가 아니면 대내외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안에 대해 명명백백하게 숨김없이 털어놓고 진실된 마음으로 회원들을 하나로 모아 외부의 적에 대항할 것인가 두 가지 기로에 서있다.

단합의 최대 가치는 무엇보다 서로간의 믿음이요 신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