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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리베이트 쌍벌제와 의료계의 ‘명분’

특정 직업에 종사하는 A집단에게 어느 날 변고가 찾아온다. 정부가 자정을 꾀하겠다며 이 집단에 대해 이중삼중 처벌을 가하겠다는 것. 물론 A집단은 강력히 반발했다.

불법행위에 대한 법이 없었던 것이 아니기에 그리고 충분히 기존법을 적용할 수 있음에도 유독 이 특정업을 대상으로 新처벌규정을 더하는 것은 형평성에 위배되는 조치였기에 초기(?)에는 정부의 처사가 과도하다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설득력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정부의 이른바 ‘대의명분’을 앞세운 논리에 무력하게 무너졌다.

이는 다름 아닌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의약품 리베이트 쌍벌제’에 관한 이야기다.
리베이트를 받은 수수자 즉 의료인 등을 처벌하는 법이 국회에서 전격 의결돼 늦어도 오는 10월 또는 11월부터 시행될 계획이다.

이법은 의료인ㆍ의료기관 개설자 및 의료기관 종사자는 의약품 채택ㆍ처방유도 등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제공되는 금전, 물품, 편익, 노무, 향응, 그 밖의 경제적 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단, 예외조항으로 견본품 제공, 학술대회 지원, 임상시험 지원, 제품설명회, 대금결제조건에 따른 비용할인, 시판 후 조사 등의 행위로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범위 안의 경제적 이익 등인 경우는 제외토록 해 조만간 하위법령에 세부사항이 명시될 예정이다.

다시 원론으로 돌아가서 법이 통과되기 전 해당자인 의료계의 반발은 당연히 거셌다.

쌍벌제는 의료인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의료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규정하고 있음은 물론 현재 ‘형법’ 및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의해 리베이트 수수 의료인에 대한 처벌이 가능하고 업무정지 등 제재에 추가해 형사처벌까지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특히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합법적인 리베이트를 정의하고 제도적인 방법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받아들여 지지 않았고 국회에서는 상임위인 복지위 법안소위→복지위 전체회의 →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 국회 본회의 등의 절차를 4월 임시국회 안에 모두 끝냈다.

이유인 즉, 설득력의 부재로 풀이된다.
이에 반해 정부의 주장을 살펴보면, 현재 의료인이 의약품·의료기기의 채택ㆍ처방 등과 관련해 부당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는 경우 ‘형법’에 따른 배임수재죄ㆍ수뢰죄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른 불공정거래행위로 처벌이 가능하긴 하다.

하지만, ‘형법’의 배임수재죄는 의료기관 개설자에게는 적용되지 않고, 수뢰죄는 공무원 신분이 아닌 민간의료기관 종사자는 적용되지 않는다.

아울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의 불공정거래행위는 이익 제공 강요가 입증돼야 처벌이 가능하다. 즉, 정부는 의료계가 주장한 기존 법에 의한 처벌가능 부분에 대해선 법망을 피해가는 사각지대를 쌍벌제로 보완하겠다는 논리이다.

여기에 더해 그동안 의약계에 뿌리 깊게 내린 불법 리베이트 관행을 근절하고 투명사회를 이룩함과 동시에 제약산업의 효율적인 발전을 위해서도 쌍벌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설파했다.

이 같은 복지부의 주장은 그 명분에 있어서 솔직히 흠잡을 곳(?)이 없어 보였다. 법안 심의과정에서 쌍벌제가 왜 필요하냐? 과중처벌이 아니냐? 라는 의문에 대한 완벽한 답으로 통했고 의료계의 주장을 무력화 시킨 것.

정부 논리에 맞설 설득력이 있는 반박 논리가 부재한 실정에서 쌍벌제의 순탄한 통과는 일치감치 예견됐다.

다시 의료계를 보자. 의료계 입장에선 쌍벌제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된 형국이다. 대정부를 상대로 한 강경투쟁의 의지를 불사르고 있다.

반면 정부는 리베이트 처벌대상 및 예외대상의 세부규정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통과된 법은 시일이 흐르면 당연히 시행된다.

후속 출사표(?)를 던지기 전에 누구나 공감하고 충분한 설득력을 갖춘 이른 바 ‘명분’에 합당한 논리로 재무장해야 ‘특정직역의 이기주의’라는 거대한 비판을 피해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