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한테는 절대로 받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전북대학교병원 외과 병동에 입원하고 있는 오기조(남원시 도통동) 씨는 그저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다. 건강을 지키지 못한 죄로 괜한 아들까지 고생시켰다는, 아버지로써 느끼는 죄책감 때문일 것이다.
오 씨는 남원에서 식당을 운영하며, 아내와 1남 1녀 자녀 둘과 함께 행복한 가정을 이뤄 생활하고 있었다. 그러던 오 씨가 간경화 진단을 받은 것은 지난 2007년. 4년간의 투병 생활 동안 간경화는 점점 심해졌다.
의료진으로부터 간 이식만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장기기증자가 절대 부족한 상황에서 간 이식 수술을 받기는 쉽지 않았다. 아내 한점숙 씨(40)가 기증 의사를 밝혔지만 조건이 맞지 않았다. 기다림만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오 씨는 이 순간에도 이제 곧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아들에게는 도움을 받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다. 설사 아들의 간을 이식 받더라도 아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보고 대학에 입학한 뒤에 받아도 늦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오 씨의 병세는 급속도로 나빠졌다. 간세포가 많이 죽거나 약해져 간 부전이 생김으로써 정신이 혼미해지는 증상으로 간장병 말기에 자주 나타나는 간성혼수도 생기기 시작했다. 오 씨는 지난 1월 27일 위급한 상태에서 전북대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간성혼수도 또 다시 나타났다. 결국 아들 두석 군(전주고 3학년)이 생체 장기 이식을 하기로 했다. 다행히 혈액형 등 모든 조건도 맞았다.
수술은 조백환‧유희철 교수(간담췌‧이식외과) 등 전북대병원 생체간이식팀의 집도로 지난 10일 진행됐다. 두석 군의 간 65%를 떼어 내 아버지 오 씨에게 이식하는 만만치 않은 수술이었다. 15시간에 걸친 긴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오 씨는 2주간 입원하며 빠르게 회복됐고, 곧 퇴원할 예정이다.
아들 앞에서 한 없이 미안해하며 “두석이가 공부도 곧잘 하는데, 나 때문에 아들 공부에 영향을 미칠까 걱정된다”는 아버지의 말에 두석 군은 “공부는 언제든 할 수 있지만 아버지의 건강을 되찾아드리는 일이 더 시급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의젓하게 답했다. “수술 후에 조금 불편해 한다”는 어머니 한 씨의 걱정에도 두석 군은 “아버지가 회복되는 것이 그저 기쁠 뿐”이라며 환한 웃음으로 대답했다.
수술을 집도한 조백환 교수는 “아버지를 생각하는 아들의 효심이 참 애틋하게 느껴졌다”며 “향후 지속적인 관리를 받으면 아버지와 아들 모두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05년 전북 최초로 생체간이식에 성공한 전북대병원은 서울 이외 지역에서 가장 많은 간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며 간이식 지역 거점병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