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01 (화)

  • 구름많음동두천 20.9℃
  • 구름조금강릉 22.7℃
  • 흐림서울 21.7℃
  • 맑음대전 24.6℃
  • 맑음대구 25.7℃
  • 구름조금울산 23.8℃
  • 맑음광주 23.4℃
  • 구름조금부산 25.1℃
  • 맑음고창 23.7℃
  • 구름많음제주 23.0℃
  • 구름많음강화 21.1℃
  • 구름조금보은 22.0℃
  • 맑음금산 23.5℃
  • 구름조금강진군 24.4℃
  • 구름조금경주시 25.0℃
  • 구름조금거제 24.9℃
기상청 제공

학술/학회

콜레라세균, 변종발생 메커니즘 세계 첫 규명

천종식 서울대 교수팀-김동욱 국제백신연구소 박사팀


콜레라 세균 변종 발생 메커니즘이 규명돼 관심을 모은다.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천종식 교수팀과 국제백신연구소 김동욱 박사팀은 미국 메릴랜드대학교 연구팀 등과 공동으로 콜레라 세균 유전체 23종을 분석, 새로운 변종이 발생하는 원인과 병원성 세균이 진화하는 메커니즘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국제공동연구팀은 1910년부터 현재까지 전 세계로부터 수집한 콜레라 세균 유전체 23종을 모두 해독하고, 이를 최신의 생물정보학적 방법으로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6번째 대유행이 끝나고 7번째 대유행이 시작한 시점에서 새로운 종류의 세균으로 원인 세균이 바뀌었지만, 현재 진행 중인 7번째 대유행 기간에 나타난 후 사라졌거나 새롭게 나타나고 있는 여러 변종들은 모두 하나의 조상으로부터 최근에 진화한 아주 가까운 형제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콜레라는 약 2만 년 전부터 인간에게 질병을 일으킨 것으로 알려져 있고, 19세기 이후, 전 세계적인 대유행은 지금까지 7번으로 기록됐다.

6번째 대유행(1899년~1923년)은 콜레라 세균의 일종인 혈청형 O1 클래식 형(Classical biotype)에 의해 발생했고, 현재까지 진행 중인 7번째 대유행(1965년 인도네시아에서 시작)은 혈청형 O1 엘 토르 형(El Tor biotype)에 의한 것으로, 최근 30년간 클래식 형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

1992년에는 인도의 벵갈(Bengal)만 지역에서 완전히 새로운 혈청형인 O139가 발생했고, 최근 아프리카 남부를 휩쓸고 있는 대유행은 O1 클래식 형과 O1 엘 토르형의 성질을 모두 가진 잡종형(Hybrid)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연구팀은 수년마다 나타나는 새로운 변종 세균이 세균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인 ‘박테리오파지’에 의해 발생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아울러 설사를 일으키는 주범인 콜레라 독소를 비롯해 결정적으로 발병 역할을 하는 상당수 유전자들이 바이러스에 의해 세균 사이를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인간과 달리 세균은 필요한 유전자를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데 연구팀은 세균 사이에서 이동하는 유전자 집단 70여개를 새롭게 찾아냈고, 이들이 서로 다른 조합으로 몸 안에서 생성됨에 따라 새로운 변종 세균이 발생함을 규명했다.

이같은 병원성 세균의 진화 메커니즘의 규명으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새로운 변종에 대해 신속히 대응하고 백신과 치료제를 효과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된 것.

특히 이번 연구를 통해 23종의 콜레라 세균으로부터 유전자 6000개를 새롭게 발견했다.
연구팀은 실제로 자연계에 존재하는 콜레라 세균이 보유하고 있는 전체 유전자 수는 수십만 개 이상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로 인해 언제든지 새롭고 더 강력한 병원성 또는 전염성을 지닌 변종이 발생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지금까지 발표된 미생물 유전체 연구 중에서 가장 큰 규모로 진행된 이번 콜레라 세균 연구는 △탄저균 △이질 △장티푸스 △헬리코박터 △폐렴구균 등의 다른 병원성 세균의 변종 발생 메커니즘을 규명하는데 필요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연구를 주도한 천종식 교수는 “이번 연구가 변이가 많아 효과적인 대응이 어려웠던 질병인 콜레라 원인균의 진화 메커니즘을 밝혀 앞으로 발생할 새로운 변종에 대비하고 정확한 진단과 백신 개발에 반드시 필요한 과학적 토대와 이정표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구 온난화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도 콜레라의 발생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주요한 전염성 병원균의 유전체 DB를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확보해 국가적인 위기 사태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연구의의를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과학저널인 미국학술원회보(PNAS: Proceedings of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USA) 이번 주 인터넷판에 게재됐다.

<용어>
△유전체(Genome)와 수평적 유전자 이동(Lateral gene transfer)
=유전체는 한 생명체의 모든 유전자를 모아 놓은 것으로, 그 생명체의 청사진이다. 인간은 30억 염기로 돼 있고, 콜레라 세균의 유전체는 약 400만개의 염기로 됐 있다.
인간이 약 2만5000개의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는데 비해, 콜레라 세균은 4000개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인간은 모든 사람이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데 비해, 콜레라 세균은 균주마다 가지고 있는 유전자의 종류가 약 10%까지 다를 수 있다. 세균의 경우 지속적으로 가지고 있던 유전자를 잃어버리고, 또 다른 세균으로부터 새로운 유전자를 받아들이는 능력이 있는데 이 현상을 ‘수평적 유전자 이동’이라고 한다.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
=사람에게 감염되는 인플루엔자나 에이즈 바이러스가 있는 것처럼, 세균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가 존재하는데 이를 ‘박테리오파지’라고 한다.
많은 박테리오파지가 세균을 감염시킨 다음, 죽이지 않고 가지고 있던 유전자를 세균의 유전자 사이에 끼워 넣는다. 콜레라 세균의 설사를 일으키는 독소 유전자가 이런 바이러스에 의해 균주 간에 이동된다. 이것이 새로운 변종 병원균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 중의 하나로 밝혀지고 있다.

△콜레라 세균(비브리오 콜레라, Vibrio cholerae)
=콜레라는 세균의 일종인 비브리오 콜레라(Vibrio cholerae)에 의해 발생하는 설사병으로 적시에 치료 받지 않을 경우, 빠르면 18시간 만에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치명적인 전염병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07년에 53개국 17만명 이상이 콜레라에 감염됐고, 4031명이 사망했다.
하지만 통계에 누락된 사례까지 포함하면, 실제 발병상황은 훨씬 심각하여, 매년 12만 명 이상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구 온난화와 바닷물 온도 상승으로 콜레라의 발생 가능성이 점점 높아져, 제1군 법정 전염병으로 분류해 엄격히 관리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생물테러 2등급(Category B) 병원균으로 지정하고 있다.

△IVI(국제백신연구소)
=국제백신연구소(IVI)는 개발도상국 국민, 특히 어린이들을 전염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백신의 개발과 보급에 전념하는 세계 유일한 국제기구이자 국내에 본부를 둔 최초의 국제기구이다. UN개발계획(UNDP)의 주도로 1997년에 설립된 IVI는 현재 40개국과 세계보건기구(WHO)가 가입한 설립협정에 따라 운영되며 설사병, 세균성 수막염, 폐렴, 일본뇌염, 뎅기열 등에 대한 백신연구를 북한을 포함한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 세계 28개 국가에서 수행하고 있다.
또한, 서울대 연구공원에 위치한 본부에서 새로운 백신과 면역보강제, 분석기법 등을 개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