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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컨설팅


김지원
아라 컨설팅/ 아라에듀 교육이사


[화성에서 온 상사, 금성에서 온 직원]

필자가 근무하는 곳이 교육기관이라 사무실 곳곳에 책들이 적지 않은데 워낙 많지도 않은 방마다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어 한곳에 모아 놓을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마침, 사무실 뿐만 아니라 강의장까지 정리를 할 기회가 생겨 이곳 저곳 책꽂이에 흩어져있던 각종 책과 자료들을 강의장 책장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필자의 사무실에는 교육뿐 아니라 병원의 마케팅과 컨설팅을 의뢰하는 고객들과 교육을 이수한 후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자료나 책을 열람하고자 방문하는 고객들도 상당수 있기에 이왕 정리할 요량이면 누구나 쉽게 책이나 자료를 보고 때로는 빌려 갈 수도 있게 하기 위해 또, 그럴리야 없겠지만 혹시라도 생길 분실을 미연에 막고자 모든 책에 라벨을 붙이기로 하였다.
ARA로고가 새겨진 라벨지를 프린트하여 가장 꼼꼼해 보이는 직원 한 명에게 붙이도록 했다.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고 더구나 머리 쓰는 일도 아니며 힘과 시간이 드는 일은 더욱이 아니기에 결과를 일일이 체크할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며칠이 지났을까, 문득 필요한 자료가 있어 책장을 뒤적이며 책들을 보고 있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유인즉, 책마다 붙여 놓으라고 지시한 라벨지가 책마다 제 각각으로 붙어 있는데다가 어떤 것은 도무지 어디에 붙였는지를 찾아보기조차 어려운 지경이었다. 혹시나 싶어 책장 맨 위부터 맨 아래까지 모두다 살펴보니 라벨지가 제대로 붙어 있는 책은 열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였다.
순간 짜증과 함께 한심스러운 생각이 들어 그 직원을 불러 호통부터 쳤다.
“이게 뭐야? 라벨지를 제대로 붙인 책인 하나도 없잖아. 어떻게 라벨지를 이렇게 붙여 놓을 수가 있나…이게 지금 제대로 붙여진 거라고 생각해? “ 라며 호통을 치자 늘 얌전하던 그 직원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왜요?? 책 앞에 붙이라고 하셔서 가급적이면 제목 가리지 않으려고 빈 공간 찾아가면서 붙인 것인데요.. 라고 변명을 한다.
그러나 아무리 책을 들여다봐도 라벨지가 어디에 붙어 있는지 찾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오히려 라벨지가 있어 책이 더 지저분해 보이기까지 했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어째 저리도 내 생각을 이해하지 못할까…하다가 순간, 아차 싶은 생각이 들었다.
곰곰히 생각해 보니 라벨지 붙이는 아주 단순한 그 일을 시킬 때에 무엇 때문에 이 라벨지를 책에 붙여야 하는지 말해주지 않았던 것이다. 그냥 라벨지를 책에 붙이라는 단순행동을 지시했을 뿐이었던 것이다. 고개를 숙이고 머쓱해 하며 얼굴까지 빨개져서 책과 라벨지를 쓰다듬으며 서 있는 그 직원에게 갑자기 미안한 생각이 들고 오히려 내가 더 부끄러웠던 기억이 난다.

[직원을 움직이는 세가지 기술]

병원의 오너인 원장님들 뿐만 아니라 매니져와 중간관리자들은 직원들과의 업무 시 이런 경우가 비일비재할 것이다. 시키면 시키는 것만 하고, 또는 시키는 것도 제대로 이해 못하고, 나는 쉽게 설명한다고 했는데 도무지 결과는 엉뚱하게 나타나서 직원이 한심스러워 보이거나 답답함을 느끼는 경우가 하루에도 몇 번씩 발생하는 것이 사실이다.
과연 누가 잘못한 것일까? 어디에서 어긋난 걸까? 바뀔 수는 있는 걸까?
해답은 ‘물론, 그렇다’이다.
직원을 능동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기술은 과연 어떤 것이 있을까?

직원을 움직이는 기술 그 첫 번째는 바로, [why]이다
우리는 직원들의 일하는 모습을 보며 ‘조금만 더 생각하면 일을 쉽게 할 수 있고 원하는 것 이상을 해 낼 수 있을 텐데..’라고 생각할 때가 적지 않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직원들에게 주는 업무의 지시형태를 다시 한번 되짚어 볼 일이다.
우리는 직원들이 해야 할 일을 단순하게 시키기만 할 뿐, 그 이유에 대해서는 잘 말해주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혹, 왜 해야 하는지 묻는 질문을 오히려 ‘하기 싫어서’라고 받아들이기도 한다.
이유를 알지 못하는 행동에는 더 좋은 생각이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기대하기 어렵다.
직원들에게 업무의 지시를 내릴 때에는 반드시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해 이야기 해주어야 한다.
왜 이 일을 우리가 혹은 당신이 해야 하는지, 그로 인한 결과는 어떤 것이 되어야 하는지를 업무 지시 이전에 혹은 업무 지시와 함께 알려주어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일이 진행되며, 내가 그리는 결과를 실제로 눈앞에서 보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 기술은 [Because]이다.
앞서 언급한 ‘why’가 그 일을 해야 하는 이유였다면 ‘because’는 직원들에게 돌아갈 benefit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왜 그 일을 해야 하는 것 인지와 함께 중요한 동기요인이 바로 내가 무엇 때문에 이 일을 해야 하는 것일까? 라는 것이다. 즉, 직원들이 ‘이 일을 통해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답을 알 수 있다면 따라다니면서 일일이 지시하지 않아도 스스로 더 나은 성과를 생각하고 고민하며 업무에 매진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떠한 benefit이 직원들을 능동적으로 움직이게 만들까?
여기서 말하는 benefit은 반드시 금전적이거나 눈에 보이는 물질적인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업무를 통해 즉시 주어지는 benefit보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주어지는 benefit을 설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면, 고객 만족을 통해 직원들이 가져갈 수 있는 benefit은 어떤 것이 있을까?
MOT 매뉴얼을 만드는 작업을 통해 우리가(직원들이) 받을 수 있는 benefit은 어떤 것일까?
또, 고객 CRM작업을 통해 우리에게는 어떤 benefit이 있을까?
병원장님들과 병원의 중간관리자들은 업무의 지시이전에 이러한 부분을 고민하고 생각해야만 하는 것이다.

세 번째 기술은 [thank you]이다.
우리가 쓰는 가장 흔한 말 중에 하나인 고맙다는 표현을 정작 조직 내에서는 잘 쓰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업무이기 때문에 당연하게 생각하기도 하거니와 고맙다는 표현을 하는 것이 쑥스럽고 낯설기 때문이기도 한데 이 고맙다는 표현은 어둡잖은 칭찬보다 그 효과가 훨씬 더 강력한 표현이다.
어느 책 제목에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말이 있지만 필자는 “감사의 표현은 직원을 춤추게 한다”고 바꾸어 말하고 싶다.
고맙다는 말은 능동적인 직원에게는 열정을, 소극적인 직원에게는 적극성을, 표현이 미숙한 직원에게는 표현을 밖으로 이끌어 내는 아주 중요한 Skill중의 하나라 할 수 있다.
직원들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지라도 고맙다는 말을 해주어야 한다. 아주 작고 사사로운 일이었다 할지라도 고맙다고 말해 주자. 내가 해준 그 고맙다는 말 한마디가 그 직원에게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자긍심이 생기고 중간관리자들에 대한 신뢰도 함께 생기게 된다.

우리 속담에「남이 내 마음 같지 않다」는 말이 있다. 병원장님과 중간관리자 그리고 직원들의 경우도 이와 다르지 않다.
병원장님 입장에서는 중간관리자를 비롯한 직원들 모두가 자신의 마음과 같지 않음에 답답하고 중간관리자의 입장에서는 위로 병원장님과 아래로는 직원들 사이에서 자신의 마음과 같지 않아 답답하고 안타깝고 직원들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럴 때에 필자는 이런 말을 하곤 한다.
병원장님과 중간관리자 그리고 직원들은 함께 산을 오르는 동지이고 동행자라는 것을 명심하라고..
맨 꼭대기에 올라있는 병원장님의 눈에는 발아래 산등성이며, 굽이치는 강물이며, 시원스레 달리는 도로의 자동차까지 한 눈에 보이는 넓은 시야를 갖고 있다.
하지만 중간관리자는 산의 중간 허리쯤에서 딱 그만큼의 풍경밖에는 볼 수가 없는 것이다. 크고 깊은 산과 강보다 그 속에 빼곡한 나무들이 더 잘 보이는 시야를 가진 것이다.
그렇다면 아직 저 아래에서 오르기에 바쁜 직원들은 어떠할까?
산과 강은 고사하고 오르기에도 벅차 나무며 바위도 둘러볼 여유가 없을 것이다.
원장님이 원장님의 시야로 중간관리자와 직원들을 바라보면 답답함만이 있을 것이고 마찬가지로 중간관리자와 직원이 서로의 시야로 서로를 바라보면 이해되는 부분은 단 한가지도 없을 것이다.
서로가 서 있는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당연히 시야도 다르기 때문임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병원장님들은, 중간관리자들은 직원들에게 지속적으로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을 설명해 주어야 한다. 그들이 볼 수 있는 시야를 길러주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다소 시간이 걸릴지라도 ‘왜’ 그 일을 해야 하는지, ‘무엇 때문에’ 그 일로 인해 어떤 benefit이 올 수 있는지를 설명해 주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그리고 반드시 업무의 수행 뒤에는 고맙다는 말을 습관처럼 사용하도록 하자.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직원을 만드는 기술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우리의 좋은 습관 속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