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을 방문하면 가장 먼저 환자들이 하는 것은 초진카드를 작성하는 일. 이름과 주민번호, 때론 이메일 주소와 어떤 경로로 병원을 방문했는지, 어떤 치료를 위해 방문했는지 등을 묻는, 많게는 A4용지를 가득 메운 카드를 작성하게 된다.
환자(고객)에게는 다소 번거로운 과정을 통해 얻게 된 이러한 정보가 병원에는 어떻게 활용되며 이익을 줄 수 있을까.
오늘은 기존고객과의 관계를 관리함으로서 매출의 증대와 함께 병원의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는 CRM(고객관계관리)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수익의 2/3는 기존고객에서 나온다!
CRM의 가장 기본은 고객에 대한 정보의 수집이다. CRM전문가의 말을 빌자면 병원은 다른 기업에 비해 고객의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곳 중 하나로, 그 정보를 잘 활용한다면 기존 고객을 통한 신규 고객의 확보 및 그로인한 매출의 증가, 그리고 기존 고객층에 어필해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고 더불어 매출을 향상 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기업의 경우 신규고객 획득에 소요되는 비용은 기존고객 유지의 5~6배에 해당하는 비용과 맞먹는다고 한다. 한 예로, 카드업계는 고객 이탈율이 5%감소했더니 75%이상 이익이 증대됐다는 통계결과도 있다. 즉, 수익의 2/3는 기존고객으로부터 발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결과이다.
기업은 병원보다 더 일찍 고객관리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깨닫고 시스템적인 부분을 갖추고 있다. 모 홈쇼핑의 경우 다양한 분류법을 통해 고객의 성향을 파악한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어떤 경로를 통해 구매했는지, 한 달 동안 구매 횟수나 금액은 얼마인지, 주로 구매하는 상품은 어떤 것인지, 컴플레인은 어떠한지 등에 따라 고객을 분류하고 제공하는 고객에게 맞는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매출 증진을 꾀하고 있다.
이러한 툴을 병원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모 네트워크 피부과에서는 CRM에 투자하는 비용이 전체 예산의 30%를 차지한다. 기본적인 데이터 수집을 통해 이메일 등의 매체를 통해 지속적인 관계 형성뿐만 아니라 고객의 관심사를 유추해 정보를 제공하고, 다시 내원할 수 있도록 유도하며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인지시키고 있다.
네트워크 병원이나 강남 등에 위치한 비급여 과목 병원에서만 하는 것이 CRM은 아니다. 노원에 있는 C한의원의 원장님은 가장 좋은 CRM을 위해서는 “직원들이 오래 근무해야 된다”라고 말한다. 정기적인 보약 처방이나 방문이 중요한 이 한의원에서 기존 고객을 먼저 알아봐주고 시기에 맞춰 관리 전화를 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주요한 툴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뇨기과 원장님들은 고객관계 형성에 부정적이다. 병원 내원조차 숨기고 싶어하는 고객들에게 지속적인 관계 형성, 더 나아가 추천 등과 같은 관계형성은 어렵다는 것이다.
저비용으로 고효용 효과 CRM 마케팅
하지만 현재 우리는 신규 고객을 차지하기 위해 기업이나 병원을 막론하고 모든 곳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소비자는 한정돼 있으니 당연히 고객을 뺏어오기 위한 다양하고 강력한 마케팅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도 가장 적은 비용으로 고효용을 볼 수 있는 것이 CRM마케팅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중요한 역할을 하는 CRM의 툴을 비뇨기과에도 적용을 해보자. 비뇨기과를 분석하다 보면, 특히 온라인상에서 환자의 유입이 많은 병원을 보면 지속적인 고객의 방문을 유도하기 위한 홈페이지를 볼 수 있다. 남성을 타깃으로 한 다양한 컨텐츠를 바탕으로 고객의 정보를 획득한다.
그리고 홈페이지나 블로그 등으로 연동되는 웹진이나 뉴스레터를 제작, 정기적으로 받아 볼 수 있도록 시스템화 한 곳이 많다. 실질적으로 뉴스레터를 발송해보았을 때, 모기업의 뉴스레터 클릭율이 12%가량 이었는데 반해, A비뇨기과의 뉴스레터 클릭 개봉률은 20%에 육박할 정도로 고객의 관심이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병원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는 방법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주변 사람을 통해서’라는 대답이 82.3%를 차지한다고 한다. 우리 병원의 한 달 초진 고객 중 소개를 통해 내원하는 환자의 비율은 몇 %인가. 타인에게 추천받을 수 있을 정도의 신뢰성있는 이미지로 인식되고 있는지 체크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병원의 CRM이 기업과 다른 점은 고객확보나 매출 증대의 수단 등 상업적으로 비춰지게 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는 것이다. 병원 선택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항목이 ‘전문성’이기 때문. 고객관계를 위한 일련의 웹진이나 뉴스레터 발송, SMS발송, 콜센터 운영 등과 같은 행위들이 진료과목이나 우리의 병원 실정에 얼마나 적합한지 판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요즈음은 고객관리에 대한 강의도 다양해서 고객 데이터를 정보로 전환시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스킬을 접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졌다.
고객 정보는 한순간에, 한번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정보의 획득보다 중요한 것은 정보를 잘 이용하는 것이며, 또한 정보는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또한 단순한 고객 데이터 수준이 아닌, 고객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통한 살아있는 정보가 필요하다.
CRM은 고객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라는 뿌리를 바탕으로 정보라는 줄기를 따라 고객의 충성도로 맺어지는 열매와 같다.
신원숙 ARA CONSULTING 마케팅 팀장은 병ㆍ의원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및 홍보를 전문적으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