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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

“의사와 환자, 그 깊고 넓은 강을 건너길”

‘… 의사머리’ 번역 출간한 경희대 김영설 교수


의사와 환자는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일본 동경의료센터의 의사인 비도우세이지(尾藤誠司) 씨의 대답은 “아니다”이다. 의사는 자신을 조절해 적절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일본에서 ‘의사머리’를 출간해 수십만권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의사사회를 흔들었던 의사이다. 많은 반향도 얻었지만, 동료의사들로부터 지탄을 받기도 했다.

경희대 내분비내과 김영설 교수의 대답 역시 “아니다” 이다. 의사에게 있어 환자는 개인적인 호오(好惡)로 떨어질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란다. 그는 올해 ‘의사머리’를 우리말로 번역해 ‘의사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의사머리’를 출간했다.
“의사와 환자 사이에는 깊고도 넓은 강이 가로막고 있는데, 이 강의 원천은 환자가 아닌 의사의 사고방식에서 출발했다는 것이 이 책의 지적입니다. 더 늦기 전에 그 강을 건너려는 시도를 해야 한다면, 당연히 의사사회에서 먼저 그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이 책, 제목부터가 범상치 않다. 일본어로 ‘의사머리’는 ‘돌머리’와 동음이의어. 듣기에 따라서는 대단히 도발적인 제목이다.



환자와 의사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결국은 의사의 인식론과 가치관에 기인한다는 생각, 사물이나 현상에 대해 의사들이 가진 ‘명확함’이 이미 문제의 출발점이라는 내포를 안고 있는 셈이다.

김영설 교수는 “동료 의사들, 특히 의료인으로 새롭게 발을 딛는 후배 의사들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기회를 갖기를 바라는 심정, 보다 유연한 사고를 위한 시도를 멈추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번역출간을 결심했다”고 말한다.

이 책에는 여러가지 주제가 등장한다. 병태생리 및 근거중심의학(EBM), ‘건강’과 ‘치료’에 대한 정의, 심지어는 ‘의료는 정말로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가’라는 항목도 다루고 있다.
이 책은 많은 부분에서 ‘삐딱해’ 보일 수 있는 시선을 제공한다. 병태생리며 EBM이 무조건 따라야 하는 불변의 진리인지, ‘집단’이 아닌 ‘개개인’의 환자에게 의사의 ‘정의’가 도움이 되는 것인지 등의 내용은 기존의 의료, 혹은 의료인에 대한 명쾌한 통념에 그늘을 드리우기 일쑤다. 심지어는 “혈압을 재기 전까지는 고혈압 환자가 아니다” 라는 식의 선문답 같은 부분도 자주 등장한다.

김영설 교수는 역자 머리말을 통해 “환자들이 인터넷으로 과잉정보를 갖는 상황, 환자가 아닌 제3자인 건보조직이 의료비를 치료하는 상황은 분명 패러다임적인 변화이다. 앞으로 의료개방이나 환자의 권리가 증대될수록 이러한 변화는 가속도가 붙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그는 “이 시대 의료의 문제, 특히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는 의사가 환자에게 가까이 다가갈 때만 해결될 수 있습니다. 기존의 견고한 가치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통해 ‘의사머리’로 표현되는 사고를 유연하게 바꿔야만 합니다. 이 책이 그러한 논의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랍니다”라며 대화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