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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낙태-성감별 의학적 연관성 낮아”

‘성감별 금지 위헌’에 산과 의사회-학회-의협 한목소리

태아의 성 감별 고지를 금지한 현행 의료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해 관련 의사회와 학회는 환영입장을 밝히면서도, ‘단순위헌’이 아닌 ‘불합치’로 가닥이 잡힌 데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회장 고광덕)는 현재 공식적인 자료를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장석일 총무이사는 “이번 결정에 긍정적인 측면이 많아 환영한다”고 밝혔다.
고 이사는 “이번 위헌 소송을 제기한 취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현재까지 성감별이 행해지면서도 처벌은 드문 것이 사실이었다. 지켜지기 힘든 법을 만들어 일방의 희생을 강요한 측면이 많았다”고 전제했다. 그는 이어 “성감별 문제는 지금껏 산모 및 가족과 의사 간에 갈등요인이었는데, 이것이 사라지게 돼 홀가분하다. 어차피 임신 초기에는 성감별이 힘들고, 대부분의 유산-낙태가 초기에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성감별= 낙태’ 의견은 의학적으로 설득력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단순 위헌’이 아니고 ‘불합치’에 5분이 동의한 것은 아직도 성감별이 낙태와 연관됐다고 보는 것같아 씁쓸하다”고 평했다. 그는 “이번 판결은 분명 환영할 일이지만, 아직도 지나치게 소극적인 자세를 견지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밝혔다.

대한산부인과학회 “인간존중 의미에서 성감별 허용돼야”
대한산부인과학회(이사장 강순범)도 “시대 조류에 맞는 올바른 판결”이라며 적극적인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고재환 법제위원회 간사는 “태아의 성감별을 금지하는 의료법 제52조와 66조에서도 모순을 찾을 수 있다. 성감별금지를 규정이라 정해 놓고 이를 어기면 의사면허를 취소시키겠다,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내리겠다고 되어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그는 “실제로 태아성감별 행위로 인하여 적발되고 형사처벌을 받거나 의사면허가 정지 또는 취소되는 사례는 많지 않다. 이것은 법 조항이 현실적이지 않기 때문이었다”고 일축했다.

고 이사는 “태아 성감별을 전면적 혹은 조건적으로라도 허용해 인간 존중의 의미에서 순수한 마음의 부모나 선량한 의사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형벌에 관한 법의 형평성에서도 문제가 있다. 태아성감별로 인한 처벌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인데, 부녀의 촉탁•승낙을 받아 낙태한 의사는 2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되어 있다. 태아성감별 행위로 인한 처벌이 낙태 자체의 행위보다 더 심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의협, “산모 알권리 중요, 시대 동떨어진 조항 철폐”
대한의사협회(회장 주수호)도 “태아의 성별은 임산부와 그 가족에게 상당히 중요하고 소중한 정보로서, 산모의 알권리 실현 차원에서 태아의 성별 고지 허용이 필요하다”는 요지의 자료를 내고 환영입장을 공식 표명했다.

의협은 “현재 남아선호사상이 상당히 불식되었으며, 일정기간 이후에는 임산부 측에 태아의 성을 고지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그 목적 및 기간의 제한없이 태아 성감별 및 고지행위 금지는 부당하다”고 밝혔다.
또한 의료기술의 시행과정에서 알게 된 태아의 성별을 고지하거나 태아의 성을 감별하는 행위도 의료행위의 일종으로 헌법상 직업의 자유에 의하여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낙태의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을 부과하는 것에 비해 태아 성감별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토록 하는 것은 태아 성감별 행위가 낙태에 비해 법익침해나 사회적 비난성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중한 처벌을 하도록 함으로써 헌법상 평등의 원칙 및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된 것”이라고 의협은 지적했다.

의협은 그러나 헌재의 판결이 낙태 등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돼야 하며, 보다 철저한 의사의 윤리의식 또한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김주경 의협 대변인은 “의사가 진료를 통해 얻은 정보는 환자 본인에게 알려주는 것이 당연하다”며 “산모와 보호자는 태아에 대한 또 하나의 정보를 얻는 권리를 획득하게 되는 것이며 의사는 태아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산모에게 알려줄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으로, 이를 통해 환자와 의사간 신뢰감 형성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진국 성감별 허용, 검사키트도 판매
한편 산부인과학회가 밝힌 외국의 사례를 보면, 영국에서는 임신 초기에 임신부의 혈액으로 태아의 성을 감별하는 검사 키트(kit)가 판매됐다. 영국 보건부는 아들이나 딸만을 둔 가정에 대해 새로 태어날 아기의 성을 선택할 권리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미국이나 캐나다 같은 북미에서는 초음파 등을 통해서 태아가 남아 여아라는 것이 확인되면 부모가 원할 경우 알려준다.

성감별이 법으로 금지되지 않은 이런 나라들은 의료진 입장에서 볼 때 오히려 성별을 알려주고 나서 막상 태어나보면 틀리는 경우 법정 소송까지 가는 경우가 있어 성별에 대해선 조심스럽다고 한다.

프랑스의 경우 임신 4개월 이후에는 태아 성별을 알려줄 수 있다. 의학적으로 볼 때 낙태수술은 주로 임신 3~4개월 이내로 국한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