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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돈보다 생명? 그럼 월급은?

안용항 의료와사회포럼 정책위원


매년 벌어지는 보건 노조의 파업뉴스 사진에 보이는 배경에는 '돈보다 생명‘이라는 글이 선명하게 보인다.

이 사진을 보면 보건 노조는 돈보다는 생명을 중요시 한다는 강력한 이미지를 전달한다. 그래서 보건 노조의 모든 주장들은 모두 도덕적이고 휴머니즘의 아름다움이 넘쳐나는 것으로 비춰진다. 아마도 보건 노조의 집행부는 그것을 원하고 있을 것이다.

‘돈보다 생명’이라는 선전용 문구의 사용은 기업의 광고와 정치 선거에서의 정당광고와 마찬가지로 선전과 선동의 수단으로 사용된다. 이러한 선전(광고)의 중요성은 기업의 제품 판매에서만 강조 되는 것이 아니라 선거에서도 중요하고 노동운동이나 시민운동에서도 중요하다.

이 짧은 문장은 다수 대중을 흥분시키며 동시에 대중의 동의를 얻기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이용된다. 마치 광고의 짧은 멘트로 그 제품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기를 원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우리가 조심스럽게 생각해야할 것이 있다. 선전용 문구의 정당성이나 도덕성에 대한 것이다. ‘돈보다 생명’이라는 선전용 문구가 정당하지 못하거나 비도덕적이면서 오직 다수 대중을 흥분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다면 이것은 ‘선동’이나 ‘속임수’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약 과장된 제품 광고가 소비자를 속임으로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힌다면 법적인 제제를 받게 되는 것처럼 노동운동이나 시민운동에서 사용하는 선전 문구들이 ‘선동’, ‘속임수’에 해당된다면 최소한 도덕적 비난은 받아야 한다.

보건 노조의 ‘돈보다 생명’이라는 선전문은 정당하며 도덕적인가? 만약 이 선전문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노조는 돈보다 생명을 중시’해야 한다.

그래서 노조의 요구 사항은 ‘자신들의 월급보다 생명을 중요’시해야 한다. 그래서 월급을 올려달라는 요구가 아니라야 생명과 관련된 노조의 요구가 도덕적이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노조의 진짜 요구는 더 많은 월급이 아닌가?

자신과 가족의 행복을 위해 더 많은 월급을 요구하는 것이 너무나 타당함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뒤로 감추고 자신들의 월급보다 생명을 중요시하는 것처럼 선전하는 것이 정말 도덕적일까?

‘돈보다 생명’이라는 선전문은 돈과 생명을 이분법적으로 비교시킨다. 즉 나쁜 돈과 좋은 생명을 비교시켜서 병원 운영자는 돈만 챙기려는 사람으로 자신들은 생명을 중요시하는 사람으로 대비시키기를 원하는 내용이다.

정말 돈과 생명은 서로 다가갈 수 없는 악과 선의 관계일까? 절대로 그럴 수 없다. 돈과 생명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자신과 가족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 수술용 도구를 사용해야하며 약을 먹어야 한다. 그러기위해서 돈이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돈과 생명은 악과 선이라는 이분법적 관계로 보아서는 안된다. 돈과 생명은 밀접하게 연결된 끈을 수 없는 관계이다.

그렇다면 ‘돈보다 생명’이라는 말은 잘못이다. 누군가는 돈을 지불해야 생명을 살릴 수 있다. 가족 중의 누군가가 돈을 벌어 와야 나머지 가족들이 그 돈으로 자신의 삶을 꾸려 간다.

결국 ‘돈보다 생명’이라는 이분법적 선전문은 다수 대중을 속이는 선동문에 불과 하다. 이러한 비도덕적 속임수가 올바른 길로 가기를 원하는 노조의 선전문이 되어서는 안된다. 더욱 직설적으로 말하면 다수 대중을 선동하려 하지 말고 정직하게 원하는 것을 요구해야 하며 타당한 합의점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속임수에 흥분한 다수 대중을 등에 업고, 자신들이 정말 원하면서도, 뒤에 몰래 감춘 것을 요구하는 시대는 극복해야 한다. 좀 더 솔직하고 좀 더 정직해야 한다.

자신과 가족의 행복을 위한 더 많은 월급(돈)요구가 모두 나쁜 것이 아니다.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면 경영 지표에서 허용될 수 있는 타당한 월급을 노사 모두 고민해야함이 분명하다. 선동의 시대는 우리 모두에게 이로울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