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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원

성분명 토론회, ‘토론’은 없고 ‘발표’만…

복지부 NMC 불참… 의협 “국민 알권리” 논리로 반대


소문난 염불, ‘잿밥’만이 빛났다.

대한의사협회가 지난 28일 오후 4시 의협회관에서 개최한 “성분명 처방, 과연 국민을 위한 제도인가” 토론회는 외부 토론자 없이, 의협 측의 “국민 알 권리와 건강권” 논리만이 외로이 변주됐다. 오히려 관심을 끈 것은 의협이 예고한 “생동성 조작의혹 576 품목” 공개였다.

이날 행사에는 복지부와 성분명 처방 시범사업을 담당한 국립의료원, 대한약사회, 시민소비자단체(민영미 녹색소비자연대 전문위원은 자료제출 후 불참) 등 외부 토론자가 전원 불참했다. 의협 주수호 회장과 좌장을 맡은 김건상 대학의학회장은 여러 차례 이 문제에 아쉬움을 표명했다.

”약제비 절감 환상 벗어나길”
장인진 서울대 의대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미국은 제네릭 제품의 약가가 오리지널의 16~30%인데, 우리나라는 최고 80%까지 받을 수 있도록 돼 있다. 성분명 처방을 통해 약제비를 절감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오리지널-제네릭 대체가 아닌 제네릭 간의 대체는 12% 이상의 경우에서 실패나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신성태 개원의협 학술이사는 “우리나라에서 약제비의 비중이 높고, 성분명 처방을 통해 약제비가 절감된다고 이야기하는데, 이는 우리나라의 진찰료, 검사비, 수술비 등의 수가가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저렴하다는 근본원인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의약분업도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던 정부가 펴는 비용절감 논리에는 공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정하 의협 의무이사는 성분명 처방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국민의 알 권리와 선택권이 박탈되는 것이다. 환자가 자신에게 적합한 약을 처방할 수 있는 의사를 선택할 권리를 박탈당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박 이사는 “생동성이 같다고 하더라도 80~125% 범위 내에서도 약효가 환자의 상황에 따라서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으며, 단적인 예로 80%에서 125%로 대체될 경우 56%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의사의 처방약을 임의로 대체조제하는 것은 국민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성태 대한개원의협의회 학술이사도 "성분명처방으로 약제비 절감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도 불확실하며, 무엇보다도 제약회사에서 비용을 받아 위탁업체가 시행하고 있는 제네릭 제품의 생동성 실험과정에서의 조작가능성 등 약제 생동성 실험의 부실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민건강, 보험재정보다 중요"
노규정 울산의대 교수는 “약동학적으로 유사한 오리지널과 카피 제품의 경우에도, 약력학적으로는 절대로 같다고 할 수 없다. 대부분의 제네릭 약품에서 약동학적 차이가 효능에 미치는 영향, 성분 혹은 조성이 다른 부형제에 의한 안전성의 차이 등이 명확하게 연구되어 있지 않다고 밝혔다.

노 교수는 “이러한 부분에 대해 학술적 임상적으로 가장 잘 아는 전문가 집단으로서의 의사의 역할, 이에 근거한 국민건강권은 리베이트에 대한 헛된 걱정이나 보험재정보다 더 중요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석하지 않은 민영미 녹색소비자연대 전문위원은 자료를 통해 *생동성 시험에 대한 신뢰성 회복 *국내 제약회사의 경쟁력 확보 *이해집단이 아닌 소비자 입장 중시 등을 주문했다.

”환자는 재고처리 대상 아니다”
의협은 한편 이날 토론회 직전 생동성시험 자료조작 혐의가 있는 93개사 576품목과 85개사의 이에 대한 의견을 공개했다.

한편 이어진 종합토론은 “생동성 576 품목 공개”에 대한 의견이 주를 이룬 가운데 문태준 명예회장은 “제약협회의 입장을 이해하며, 억울한 명예손상이 되지 않도록 의협에서 노력을 다해 줄 것을 당부한다”고 밝힌 후 “제약협회도 성분명 처방제에 대한 자기 주장을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폐혈전으로 와파린을 복용한다는 서울 광진구에서 온 ㅁ 환자는 “생동성 시험후 효과가 다른 약을 날마다 복용해야 할지 모른다. 이제는 환자도 약에 대해 무지하지 않다는 것을 정부도 알아야 한다. 환자는 약품 재고처리의 대상이 아니다”며 성분명 처방에 반대의사를 밝혀 주목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