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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웰빙

목주변 거뭇거뭇…“우리애 왜 이래요?”

비만아 흑색가시세포증 주의보


초등학교에 다니는 민경이(11·가명)는 어릴 때부터 유난히 먹성이 좋아 또래보다 뚱뚱한 편이다. 그런데 올초부터 목 주변이 ‘불에 그을린 것처럼’ 거뭇거뭇해졌다. 부모는 처음엔 비만 때문에 살이 접혀서 그런 것으로 가볍게 넘겼지만 친구가 놀리는 바람에 여름에도 머리카락을 묶지 못할 정도가 되자 아이 손을 잡고 소아·청소년과를 찾았다. 진단 결과, 비만으로 인한 고혈압과 성인 당뇨병(2형 당뇨병)이 생겼고, 목의 피부 이상 역시 비만과 당뇨가 있을 때 흔히 나타나는 ‘흑색가시세포증’이란 병이었다.

일반인들에겐 다소 생소한 ‘흑색가시세포증’은 피부에 색소 침착을 일으키는 케라토사이트(가시세포)가 지나치게 증식되는 증상이다. 피부가 거칠해지고 불규칙한 주름이 생기며 갈색으로 변하는 것이 주요 증상. 목과 겨드랑이에 주로 생기지만 무릎, 팔꿈치, 사타구니 등 몸의 굴곡진 곳 어디든 나타날 수 있다.

대한소아과학회 유재호(동아대병원 교수) 전문위원은 “흑색가시세포증은 간혹 희귀병 환자나 국가·민족에 따라 정상인에게도 생기긴 하지만, 대개는 비만할수록, 비만으로 인한 합병증이 많을수록 더 흔하다”면서 “특히 비만아에 있어 성인 당뇨병의 시작을 알리는 지표가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유 교수가 고지혈증, 고혈압, 비알코올성지방간염, 공복혈당 장애, 내당능장애, 인슐린 저항성 등 6가지 비만 합병증 가운데 한 개 이상을 동반해 병원을 찾은 9∼13세 어린이 49명을 조사한 결과, 65.3%(32명)에서 흑색가시세포증이 발견됐다. 합병증이 4∼6개인 어린이는 93.3%, 2∼3개인 어린이는 58.2%, 1개인 어린이는 47%가 이같은 증상을 보였다.

공복 혈당 장애는 식전 혈당이 100㎎/㎗ 이상 125㎎/㎗ 미만, 내당능 장애는 식후 혈당이 140㎎/㎗ 이상 199㎎/㎗미만 일 때 진단된다. 정상 혈당은 식전 100㎎/㎗ 미만, 식후 140㎎/㎗ 미만이다. 인슐린 저항성은 몸속에서 혈당조절 호르몬인 인슐린이 분비는 되지만 제대로 쓰이지 않아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다. 세 가지 모두 성인에 많이 발생하는 ‘2형 당뇨병’의 전단계에 해당된다.

유 교수는 “흑색가시세포증이 나타난 비만아들의 공복 혈당 수치와 인슐린 저항성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약 배 높았다”면서 “특히 중기 이상 비만도(30∼49.9%)를 가진 아이들은 흑색가시세포증이 나타날 경우, 성인 당뇨병의 발병 위험이 높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비만도(%)는 ‘(실제체중-표준체중) × 100 / 표준체중’으로 구한다. 이때 표준 체중은 소아과학회의 소아·청소년 ‘신장별 표준체중’을 말한다. 비만도가 20% 이상인 경우 비만으로 정의하며 가벼운 비만은 20∼29.9%, 중기 비만은 30∼49.9%, 고도 비만은 50% 이상일 때 해당된다.

학회는 따라서 우리나라 비만아들에서 성인 당뇨병 위험군을 조기에 찾아 내기 위해 흑색가시세포증에 대한 정확한 유병률 조사와 추가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흑색가시세포증의 존재 유무를 학교신체검사 항목에 포함해 검사하고 있다.

흑색가시세포증은 일반 피부 질환 치료처럼 약물이나 레이저 요법을 받을 필요는 없다. 비만과 합병증만 치료되면 자연적으로 사라지기 때문. 하지만 방치하면 목과 겨드랑이에 나타난 증상이 다른 부위로 확산될 수 있으며, 색도 더 진해진다. 증상이 심한 경우, 피부가 갈라져 염증이 생길 수도 있다.

따라서 하루빨리 비만과 합병증을 치료하려는 노력이 급선무다. 식습관 교정과 꾸준한 운동이 뒷받침돼야 한다. 성장기에는 필수 영양소 공급이 필요하므로 비만이 심하지 않을 때는 체중을 줄이기보다 더 늘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체중이 늘지 않은 상태에서 키가 커지면 비만도는 정상이 되기 때문이다. 유 교수는 “흑색가시세포증이 나타난 어린이들은 비만과 피부 이상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심하면 대인 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므로 병원 치료와 함께 아이들의 행동이나 심리를 세심하게 살펴보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메디포뉴스 제휴사-국민일보 쿠키뉴스 민태원 기자(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