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의료경영학과 주임교수 정기택
대통령자문기구인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본인이 지켜본 대한민국 의료산업의 변화는 실로 놀라운 속도로 진전되고 있다.
최근 사회문제로 대두된 의료법개정과 노인복지법 등은 병원을 중심으로 한 의료산업 변화를 가속화 시킬 신호로 볼 수 있다.
특히 정부의 의료분야 지원정책들 중, 지난해 대학병원 두 곳을 혁신형 연구중심병원으로 선정하여 400억원 상당의 연구비를 지원하기로 한 것은 주목할만한 사안이다.
나아가 의료서비스뿐 아니라 제약과 의료기기 분야를 선도할 수 있는 첨단의료복합단지 역시 정부의 지원의지가 강력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 인천, 대덕, 오송, 포항 및 제주 등에서 한 곳을 선정하여 3조 가량의 국고지원을 하는 대형국책과제로 동서신의학병원도 인천경제특구와 MOU를 체결하고 협력하고 있다.
첨단의료복합단지는 의료와 바이오가 접목할 수 있는 분야를 특화시키고 이러한 분야에서 파생되는 의료서비스, 제약, 의료기기의 지식산업들을 중심으로 차세대 성장동력을 키워가겠다는 거대한 계획이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이미 싱가폴 및 태국 등 동남아시아에서 의료산업을 집중육성한 것을 들 수 있다.
특히 싱가포르의 경우 2012년까지 해외환자 100만명을 유치하고자 하는 로드맵을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의료인과 국민 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국가들에게 체계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즉 병원을 중심으로 한 의료서비스산업도 인접지역의 의료수요를 목표 고객으로 하여 인근 병원들과 경쟁하던 시대에서 이제 선도병원은 해외 환자까지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형태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동서신의학병원 역시 고덕이라는 지역에 한정된 병원이 아니라 동서신의학병원만의 독특한 진료프로토콜이 무엇인지를 고민하여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지난 해, 성공적인 개원을 통해 우리나라 병원역사에 동서협진 및 제3의학 개척자로 나선 동서신의학병원 역시 병원을 둘러싼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미래생존요건을 갖추어 나가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 고 있다.
본인이 창립한 경희대 의료산업연구원이 지난 2004년 한국갤럽과 함께 조사한 바에 의하면 외국병원의 필요성에 대하여 질문한 결과 국민의 80%에 육박하는 수가 필요하다는 답변을 하였다.
이는 한국의 병원들이 제공하지 못하는 선진의료의 진료프로토콜에 대하여 국민의 대다수가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는 외국환자 유치까지 가지 않더라도 21세기의 환자 진료프로토콜이 환자들이 직접 동참하는 새로운 파라다임으로 전환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이를 위해 양·한방협진의 실효성을 입증할 수 있는 과학적 자료들을 통해 객관적 기준에 부합하는 글로벌스탠다드를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노력들은 한 순간에 완성되기 어렵고 힘든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기준을 달성하게 되면 우리에게 다가오는 경쟁위협을 오히려 기회로 전환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르면 금년부터 도입될 병원지원회사(MSO:Management Service Organization) 역시 우리에게 많은 기회를 부여할 수 있다.
이미 치과, 피부과, 성형외과 의원에서는 이러한 조직을 통해 네트워크를 튼튼히 하고 있다. 그러나, 동서협진에 대하여는 세계 어디에서도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현실이다.
하루 빨리 경희 한방네트워크 구축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또한, 노인인구 증가와 함께 실손형 민영건강보험의 본격 시행 등 사회적 변화 요인들 역시 동서협진에 대한 니드를 증가시킬 것이다.
이러한 기회들을 놓치지 않고 환경변화를 뒤에서 좇아가기보다 새로운 기준 즉 글로벌 스탠다드를 제시하고, 변화를 이끌어가는 선진병원이 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