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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용주 김용주정형외과 원장
 
나의 다섯 번째 책 ‘바다로 날아간 나비’가 출판되었다. ‘Sex, 사랑 그리고 죽음의 긴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데일리안에 연재한 원고들이다. 책에 불륜에 빠져들면서 괴로워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솔직하게 그려 보았다. 
 
불륜이라는 사회적 금기어는 사실 두렵기만 하다. 그러나 과감하게 파고들었다. 말하기 힘든 나의 이야기 또한 당신의 이야기 일수도 있다. 불륜에 빠진 한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쓰며 바다로 날아간 나비를 생각하였다.  
 
죽음 앞에 선과 악의 의미는 사라져 간다. 윤리마저도 그 위력을 상실한다. 사랑과 불륜에 빠져 허우적대며 고통 받을 때 죽음은 살며시 부어진다. 죽음이라는 한계상황에서 우리의 사랑은 아무 흔적 없이 사라져 가는 것인지?
 
죽음은 침묵이며 용서이다. 어떠한 사랑이건 용서할 수 없는 사랑은 없다. 죽음을 바라보며 강한 자아를 세워본다. 바다로 잘못 날아간 착한 나비가 외로운 날갯짓을 하여 다시 포근한 땅으로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다. 
 
쉽게 삶을 포기 할 수 없다. 쓰러지더라도 바로 그 자리에서 일어나는 용기가 필요하다. 가시 돋친 형벌의 관을 쓰고 우울한 삶의 깊숙한 수렁에서 허우적대는 자들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어 본다.   
 
나는 고독한 나비, 혼자 노래하다에 나오는 핏빛의 한에서 새어나오는 신비스러운 빛에 매료되어 있다. 아무리 두드려도 열리지 않은 블랙홀에서 방황한다. 아무리 채워도 채워지지 않은 자줏빛의 가슴이다. 
 
나 자신 글씨기를 위하여 혼신의 노력을 다 하였는지? 반문해 본다. 나에게도 글을 써야만하는 처절한 순간들이 있었다. 오랜 방황과 고통의 기간들과 죽음의 유혹을 느낀 적도 있었다. 어쩌면 의사는 애절한 고통과는 거리가 멀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결국 예술은 감동이다. 글쓰기나 노래하는 것이나 또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난 내가 의사라는 직분에서 바라본 세계에 대하여 나직이 이야기 하고 있다. 현학적인 이야기가 아닌 같이 살아있다는 찡한 감동을 전해주고 싶을 뿐이다. 
 
감동은 솔직함에서 그리고 자신의 고통을 승화시킨 순수한 결정체에서 우러나온다. 사랑과 불륜과 죽음에 대하여 솔직하게 글을 쓰도록 노력하고 있다. 죽음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하루를 알차게 살아가는 삶의 진정성을 알아보고 싶었다. 
 
99년 처음으로 “존재의 진실을 찾기 위한 끝없는 리허설”이라는 책을 내었다. 수돗물불소화 반대를 위한 투쟁의 한 방법으로 시작한 글쓰기였었다. 환경, 사랑, Sex, 새로운 정치에서 이제는 문화로 주제가 옮겨가고 있다. 
 
지금은 데일리안 광주, 전라판에 ‘김용주와 함께하는 남도문화기행’을 연재하고 있다. 또 벌써 책 한권분량이 되고 있다. 나 자신 지역문화 발전을 위하여 봉사를 한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그 이상의 기쁨을 나에게 안겨주고 있다. 
 
작은 의원에서 많지 않은 환자에 언제나 시간은 남아있다. 한가한 시간 틈틈이 나를 찾아 떠나는 글쓰기를 한다. 글쓰기는 따뜻한 위로이다. 또 나의 글을 읽어주는 독자에게 안겨주는 사랑이다. 나를 바쳐서 던져지는 사랑은 세상을 밝히는 촛불들이다.